
🔎 핵심만 콕콕
- 미국이 200억 달러 규모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매기자, 캐나다가 9월 8일부터 같은 규모로 되갚겠다고 맞섰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쌓인 갈등이 협상 결렬로 터지면서 두 나라 관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죠.
- 미국 안에서도 물가와 중간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양쪽 다 물러설 자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무슨 일이?
🇨🇦 "우리는 공격받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22일(현지 시각) 오타와에서 대국민 연설을 열고 미국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상은 미국산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장비,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이고 시행일은 다음 달 8일인데요. 규모는 미국이 매긴 관세와 동일하게 맞추겠다고 밝혔죠. 무역전쟁에 돌입한 것이냐는 질문에 카니 총리는 "공격을 받으면 전쟁을 하는 것이다"라며 "우리는 공격받았다"라고 답했는데요. 그만큼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겁니다.
💣 200억 달러어치에 50%: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예고하고 나선 건 미국이 먼저 대규모 관세를 매긴 데 대한 대응입니다. 미국은 지난 22일 0시를 기해 와인과 하키채, 시멘트, 가구, 의류, 농산물 등 약 200억 달러 규모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는데요. 캐나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제품까지 관세 대상에 들어갔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맺은 자유무역협정입니다.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임기 때 다시 협상해 2020년 대체한 건데요. 정해진 원산지 요건을 충족한 제품은 세 나라 사이에서 관세 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발효 6년째가 되는 해에 세 나라가 협정 운영 상황을 함께 점검하도록 설계돼 있는데요. 올해가 첫 공동검토의 해죠.
⚖️ 96년 묵은 조항을: 미국이 이번에 매긴 관세의 법적 근거는 1930년 만들어진 관세법 338조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상업 활동을 차별한다고 판단한 나라의 수입품에 최고 50%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한 조항인데요. 제정된 지 96년이 지나도록 실제 관세 부과에 쓰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관세법 338조: 1930년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관세법의 한 조항입니다. 발의한 두 의원의 이름을 따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도 불리는데요. 전 세계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대공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경제사에서 악명이 높습니다. 338조는 관세를 매기기 전에 어떤 조사를 거칠 필요도, 부과 기간에 제한도 두지 않아 대통령 재량이 유난히 큰 조항으로 꼽히죠.
🔥 트럼프의 추가 압박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내년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에 5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25%, 철강 50%인데 모두 50%로 맞추겠다는 겁니다. 트루스 소셜에는 "미국이 없으면 캐나다는 생존할 수 없다"라고 적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는데요. 이에 카니 총리 역시 굴하지 않고 미국이 캐나다를 자회사처럼 여기는 태도를 바꿀 때만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맞섰습니다.
사이 좋던 이웃, 어쩌다 여기까지?
💊 펜타닐 관세가 발단: 가까운 동맹이던 두 나라 사이가 틀어진 건 작년 2월 미국이 이른바 펜타닐 관세 카드를 꺼내면서부터입니다. 미국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캐나다·멕시코·중국을 한꺼번에 겨냥했고,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겼습니다. 이번 338조 관세는 그 위에 얹힌 것이라, 캐나다는 우방국 가운데 사실상 가장 높은 관세를 맞게 됐죠.
펜타닐 관세: 작년 2월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발표한 관세입니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명분이었죠. 무역 적자나 산업 보호가 아니라 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매긴 사례라 당시에도 논란이 컸습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제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입니다.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단독으로 신속히 발동할 수 있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으로 전 세계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했죠.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법에 근거한 미국의 관세 조치를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된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카니 총리는 작년 선거에서 주권과 경제적 독립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앞세워 이에 맞섰습니다. 주캐나다 미국 대사를 추방하라는 청원에는 24만 8,000명 가까이 서명했죠.
🤝 그래도 거의 다 왔는데: 막상 이렇게 갈등이 계속됐지만, 이번 협상 자체는 타결 직전까지 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합의를 이뤘다고까지 적었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에서 25%로, 자동차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는데요. 그러던 지난 21일 밤, 협상이 결국 결렬되며 지금의 파국이 벌어졌습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막판에 캐나다산·프랑스어 콘텐츠 진흥 정책과 출판·영화 보조금, 상품 포장의 영어·프랑스어 병기 의무까지 문제 삼았다며 이를 언어와 문화, 사실상 주권을 제약하는 요구라고 규정했죠. 미국 측은 철강·자동차·목재 등 캐나다가 민감해하는 품목의 관세를 낮춰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캐나다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양국 간 무역 전쟁, 향방은?
🧨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한편, 미국 내부적으로도 이번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트럼프 1기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CNN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 경제에 가장 불필요한 것이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사설에서 이번 관세전쟁을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부르며 비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로 든 무역적자가 미국 정유시설에 최적화된 중질 원유를 사 오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캐나다산 원유를 빼면 미국이 흑자를 보겠지만 정유시설 가동률도 함께 떨어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미국 제조업도 타격이?: 관세가 오르면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도 타격을 받는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북미 자동차 공급망은 부품이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구조기 때문인데요. 온타리오주에 생산 기반을 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가 특히 잠재적 위험군으로 꼽히죠.
⌛ 장기전 향할까: 캐나다는 현재 이번 갈등이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에 들어갔다고 알려졌습니다. 피해를 보게 될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준비하는 모습인데요.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질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죠. 다만, 양국 간 대화가 중단된 것은 아닌 만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