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한미약품이 개발한 첫 국산 GLP-1 비만약 에페가 식약처 허가를 받고 이르면 이달 말 출시됩니다.
- 감량 효과는 위고비·마운자로보다 낮지만, 더 싼 가격과 국내 생산을 무기로 내세우는데요.
- 최근 국내 비만약 가격이 일본의 서너 배에 달한다는 이야기에 원정 구매까지 횡행하면서, 시장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받습니다.
국산 비만약 에페, 출시 초읽기
💉 국산 1호 GLP-1 비만약이 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일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오토인젝터주(에페)를 국내 45번째 신약으로 허가했습니다. 위고비처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낮추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하는 주 1회 주사제로, 당뇨병이 없는 성인 가운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동반한 BMI 27 이상 환자가 대상인데요. 한미약품은 보통 석 달가량 걸리는 출시 준비를 한 달 안으로 줄여 이르면 이달 말 공급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음식을 먹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핵심적인 물질입니다. GLP-1 유사체를 이용한 비만 치료제는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해 음식에 대한 욕구를 감소시키고 체중 감소 효과를 내죠.
🔄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로: 에페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약입니다. 한미약품은 2015년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을 수출했지만, 2020년 사노피가 당뇨 연구에서 손을 떼면서 권리를 돌려받았는데요. 이후 한미약품은 개발 방향을 비만 치료로 틀어 독자 개발을 이어 왔고, 6년 만에 국산 비만약 상용화에 성공하는 결실을 거뒀죠.
📉 효과는 어느 정도?: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에페 투여군의 40주 뒤 체중은 평균 9.02% 줄었습니다. 위약군 감소율은 0.89%였고, 위고비(68주 14.9%)나 마운자로(72주 20.9%)와 비교하면 수치상 낮은 편인데요. 다만 세 약의 임상 기간과 대상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죠. 대신 한미약품은 구토·소화불량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덜해 오래 쓰기 좋다는 점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우는 중입니다.
도전자로 나서는 에페, 승부수는?
🥊 마운자로·위고비가 꽉 잡은 시장: 에페가 뛰어드는 국내 비만약 시장은 올해 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되는 유망한 시장입니다. 다만, 현재는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양강 구도가 뚜렷한데요. 작년 기준으로는 두 약이 전체 시장의 86%를 차지할 정도죠.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 실적은 마운자로가 7,444억 원, 위고비가 2,170억 원으로, 작년 8월 늦게 들어온 마운자로가 선두를 굳히고, 위고비는 이를 쫓는 모양새입니다.
💰 가격으로 정면 승부: 이에 도전하는 에페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입니다. 한미약품이 아직 정확한 값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4주 투약 비용으로 10만 원대 후반에서 20만 원 안팎 수준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위고비가 21만 6,000원, 마운자로가 27만 8,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 수입약에 없는 국내 공장: 국내 생산 역시 에페의 또다른 강점입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모두 해외에서 만든 제품을 들여오지만, 에페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하는데요. 이 공장은 연간 최대 2,000만 개의 완제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하죠. 그동안 수입 의약품의 만성적인 문제로 꼽히던 물량 부족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내 비만약, 그동안 너무 비싸지 않았어?
🇯🇵 약 사러 일본까지?: 한동안 국내 비만약 값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점은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일본과의 비교가 눈에 띄는데요. 일본 도쿄의 한 의원은 마운자로 시작 용량 4주분을 약 8만 원에 팔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용량을 처방받는 데 28만~35만 원이 들죠.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마운자로 약값을 25% 내리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자 약을 사러 일본에 원정을 떠나는 한국인이 늘어날 정도였습니다. 비만약을 국내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 역시 2024년 4건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03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 가격 경쟁, 이제 시작: 에페의 출시가 가격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앞서 마운자로가 출시됐을 때도 위고비 가격이 용량에 따라 10%에서 40% 정도 내린 바 있는데요.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도 각각 비만약 후보물질의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어, 국산 비만약끼리의 경쟁도 머지않아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에페의 가격이 얼마로 출시될지, 또한 진료 현장에서 확인되는 효과와 투약 지속률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죠.
🏥 위고비, 급여에 포함될 수 있나?: 한편, 위고비를 판매하는 노보 노디스크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고비의 건강보험 급여 결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중증 비만 환자도 약값을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데, 고도비만이면서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요. 미국과 프랑스가 이미 비만약에 공적 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한 가운데, 국내에서 실제로 급여가 이뤄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