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찍은 구리, 이번엔 경기 호황 신호는 아니다?
사상 최고가 찍은 구리, 이번엔 경기 호황 신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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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가 찍은 구리, 이번엔 경기 호황 신호는 아니다?

JUNE
이슈 한입2026-09-09

🔎 핵심만 콕콕

  • 국제 구리 가격이 지난 7일(현지 시각)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 미국의 구리 관세에 대비한 사재기로 재고가 미국에 쏠린 데다 대형 광산의 생산 차질까지 겹친 탓인데요.
  • 증권가에서는 구리 가격이 연내 1만 6,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구리 가격, 얼마나 올랐나

📈 사상 최고치 또 갈아치웠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이 장중 한때 1톤당 1만 4,533달러(약 1,958만 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1월 29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 1만 4,527.5달러를 7개월여 만에 넘어선 건데요.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되돌리긴 했지만,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7%, 최근 1년간 47%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합니다.

⚡ 구리, 안 쓰이는 데가 없다: 구리는 전기가 잘 통해 반도체·배터리·전력망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이는 핵심 원자재입니다. 최근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장과도 연결되는데요. 전력을 많이 쓰는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서버를 잇는 전선부터 발전 설비·송전선·변전소까지 구리가 들어갈 자리도 함께 늘어나죠. 재생에너지 설비와 전기차 확산 등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 닥터 코퍼, 이번엔 다르다?: 일반적으로 구리 가격 상승을 경기 호황 신호로 보던 것과 달리, 이번 구리 가격 상승은 맥락이 다르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세계 전체적으로 구리가 모자라서라기보다,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는 물량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나머지 지역의 재고가 말라붙은 영향이 크기 때문인데요. 칠레의 구리 싱크탱크 세스코(Cesco)도 최종 수요가 과하게 늘었다기보다 관세 때문에 구리 재고의 위치가 옮겨 간 결과라고 짚었습니다.

닥터 코퍼(Dr. Copper): 구리가 경제학 박사처럼 경기를 미리 보여준다는 뜻의 별명입니다. 구리는 건설·전자제품·운송 등 산업 전반에 쓰여서, 경기가 살아나면 수요와 가격이 먼저 오르고 경기가 식으면 먼저 내리는 경향을 띠는데요. 다만 최근에는 경기와 무관한 요인이 가격을 흔들면서, 예전만큼 해석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구리 가격, 왜 이렇게 오른 걸까?

💣 불씨가 된 트럼프의 관세 정책: 구리 가격을 단기간에 밀어 올린 가장 큰 배경은 미국의 관세입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거쳐 작년 8월부터 동판·파이프·케이블 같은 구리 반제품에 50% 관세를 매겼는데요. 최근에는 그동안 예외였던 정제구리(가공 전 구리)까지 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몇 주째 구리값을 자극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정제구리 관세 여부를 담은 보고서를 6월 30일까지 백악관에 내기로 했다가 두 달 넘게 결론을 미루면서 커진 불확실성도 문제가 됐죠.

무역확장법 232조: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한 조항입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의약품 관세가 모두 이 조항을 근거로 매겨졌습니다.

🏃 관세 맞기 전에 쟁여 두자: 관세 확대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글로벌 트레이더들은 관세가 붙기 전 차익을 노리고 구리를 미국으로 미리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만 수십만 톤이 미국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재고는 작년 2월 8만 톤에서 최근 65만 2,200톤으로 8배 넘게 불었고, 2년 전 전 세계 재고의 1~2% 수준이던 미국 재고 비중은 이제 70%에 육박하는 모습이죠. 반대로 LME 창고의 재고는 말라붙으며 수급 불균형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 사고에 또 사고: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형 광산의 생산 차질이 끊이지 않는데요. 연간 생산량이 60만 톤이 넘는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은 작년 9월 진흙 80만 톤이 쏟아져 들어온 사고로 조업을 멈춘 뒤 아직 정상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정상화 시점이 밀릴 것이란 보도가 간간이 나오기도 했죠.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칠레에서도 작년 광산 붕괴 사고에 이어 7월 폭설·폭우를 동반한 폭풍으로 주요 광산이 잇달아 멈춰 섰습니다. 그 여파로 칠레의 지난달 구리 수출액은 46억 3,000만 달러로 쪼그라들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죠.

🕳️ 여력이 없다 여력이: 근본적으로 구리의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리가 남아돌던 2013~2015년 사이, 광산업체는 신규 개발 투자를 줄였는데요. 광산 하나를 새로 개발하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시의 투자 공백이 지금의 생산능력 부족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죠. 남은 대형 광산도 노후화로 광석의 구리 함량이 낮아지면서 생산 목표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줄줄이 낮추는 등 어려움을 겪는 중입니다. 광산 생산이 하반기에 반등하지 못하면 올해 전 세계 광산 공급량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죠.

 

구리 랠리, 앞으로도 이어질까

☀️ 연내 1만 6,000달러 간다?: 증권가에서는 구리 가격이 연내 1톤당 1만 6,000달러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빠듯한 광산 공급과 AI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가 맞물려 중장기 강세 흐름이 유효하다는 판단인데요. 지난달에도 현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차익 실현 매물 출하에 잠시 숨을 골랐지만,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 상승 추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합니다.

🤖 AI 수요는 이제 예열 중: 심지어 AI로 인한 수요 확대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구축에 구리가 실제로 투입되는 시기는 일러야 내년 이후로 예상되는데요.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에는 일반 전력망보다 km당 5~7배 많은 구리가 들어가는 만큼,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구리 수요도 가파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죠.

🏭 국내 수혜주는 누구?: 구리 가격 상승세가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풍산·고려아연·LS가 대표 수혜주로 꼽힙니다. 구리를 가공해 판·관 등을 만드는 신동사업을 하는 풍산은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품 판매가격이 함께 높아지는 데다, 이전에 낮은 가격으로 사둔 구리를 투입해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수혜 포인트로 여겨지는데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구리를 생산해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자회사 LS전선으로 구리 전력케이블 사업을 하는 LS는 전력망 확장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중 수혜를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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