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거금만으로 큰돈을 굴리는 구조
암호화폐 시장에서 ‘레버리지'(leverage)란 증거금을 담보로 거래소의 자금을 빌려 자신의 투자 규모를 몇 배로 확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가진 돈보다 훨씬 큰 규모의 포지션을 만들어 더 큰 수익을 노리는 구조죠. 투자자는 거래소에 일부 금액(증거금)만 맡기고 이를 지렛대 삼아 계약을 체결하며, 이때 설정하는 배율이 레버리지 배율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증거금으로 맡기고 10배 레버리지를 걸면 1,000만 원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고, 100배 레버리지를 걸 경우에는 1억 원 규모의 포지션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이 레버리지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동시에 작은 가격 변동에도 손실이 커지는 만큼 위험성도 함께 커집니다.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암호화폐 선물(Futures) 시장의 구조 덕분입니다. 선물 거래는 자산 자체를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계약이라, 거래 시 전체 금액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데요. 대신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만 정산하면 되기 때문에, 거래소는 투자자의 증거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포지션을 키워주죠. 이때 증거금보다 손실이 커질 위험이 생기면 거래소는 자동으로 포지션을 종료하는데, 이것이 바로 강제 청산입니다.
선물: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계약입니다. 실물을 직접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가격 변동에 대한 ‘베팅’이기 때문에 증거금만으로도 큰 규모의 거래가 가능하죠.
무기한 선물, 고배율 거래의 핵심 무대
암호화폐 레버리지 거래의 핵심 무대는 바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시장입니다. 말 그대로 만기가 없는 선물 계약으로, 투자자가 원하면 무기한으로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통 금융의 선물은 만기일이 정해져 있지만, 무기한 선물은 별도의 정산 없이 포지션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파생상품이죠.
이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매수(롱) 또는 매도(숏) 방향을 선택하고, 레버리지 배율을 설정한 뒤 증거금을 맡기면 계약이 체결됩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오를 것으로 보고 100배 롱 포지션을 잡는다면 단 1% 상승만으로도 투자금이 두 배로 불어나지만, 1% 하락만으로도 증거금이 전액 소멸합니다. 거래소는 손실이 증거금을 넘기지 않도록 미리 정해둔 유지 증거금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포지션을 강제로 종료하기 때문이죠.
선물 거래, 해외에서만 가능한 이유는?
국내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 등)는 현재 현물 거래만 제공합니다. 한때 일부 거래소가 선물 상품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이를 규제하면서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해졌는데요. 선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복잡한 인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를 감수하려는 거래소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바이낸스(Binance), 바이비트(Bybit), MEXC 같은 해외 거래소는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무기한 선물과 고배율 레버리지를 자유롭게 제공합니다. 일부 거래소는 최대 100배 레버리지까지 허용해, 소액으로도 큰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죠. 특히 해외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직접 고위험 상품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고, 거래소 입장에서도 수수료 수익과 청산 과정에서의 시장가 주문 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고배율 상품을 내놓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