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공항을 엿새 사이 다섯 번 공격했습니다.
- 요격 미사일이 모자란 사우디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고, 미국 역시 직접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인데요.
- 한편,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탈석유를 위한 구상이었던 네옴시티 사업 등도 줄줄이 보류되는 중입니다.
리야드 공항을 노린 후티의 공세
✈️ 엿새 사이 다섯 번 노린 공항: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엿새 사이 다섯 차례 공격했습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공격으로 3명이 숨졌고, 10일에는 여객터미널에 미사일이 떨어져 13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쳤는데요. 올해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걸프 국가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공격입니다. 11일에는 제4터미널에 발사체가 떨어져 1명이 더 숨졌고, 12일 공격은 요격됐지만 사우디 당국은 공항을 최소 17일까지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 다시 들썩이는 국제유가: 공격이 거듭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가장 높이 올랐습니다. 12일 서부텍사스산원유 11월물은 2.06% 오른 배럴당 93.74달러에, 브렌트유 12월물은 1.84% 오른 106.6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후티가 사우디의 석유시설과 공항을 계속 위협하는 데다, 동부의 아람코 천연가스 시설과 정유공장도 타격했다고 주장한 영향입니다.
🛫 막혀 버린 사우디 하늘길: 한편, 사우디 영공이 위험해지자 항공사들은 1,000편 넘는 항공편을 취소했습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16일까지 리야드행을 전면 취소했고, 에어프랑스-KLM은 이달 말까지 운항을 멈췄으며, 일부 항공사는 사우디 상공을 피해 중앙아시아로 돌아가는 항로를 택했는데요. 후티는 이슬람 성지 메카·메디나를 뺀 사우디의 모든 공항이 표적이라며 항공사와 승객에게 이용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 트럼프, "곧 알게 될 것":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은 사우디를 직접 돕는 데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10일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숨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를 공격할지 묻는 질문에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답하는데 그쳤고, 12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통화 사실은 알려졌으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과의 전쟁으로 물가와 기름값이 오르면서 전쟁 반대 여론이 커진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죠.
후티 vs 사우디, 전황은 어떨까
📜 깨진 휴전, 다시 불붙는 중동: 사우디와 후티의 싸움은 올해 미국·이란 전쟁과 맞물려 재개됐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방장관이던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해 후티를 몇 달 안에 끝내겠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고, 2022년 휴전에 합의했는데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는 올해 2월 전쟁이 터지자 미국의 최대 우군인 사우디를 겨냥한 공격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에는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8월 홍해 입구의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했죠. 이에 사우디도 9월 예멘 내전에 다시 뛰어들어 공습을 강화했지만 후티의 공격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 공습도 요격도 안 통하는 이유: 사우디는 절대적으로 군사력이 앞선다고 평가받음에도 후티에 오히려 끌려다니는 모양새입니다. 후티가 공항·송유관 같은 일종의 급소를 골라 간헐적으로 공격해 사우디에 큰 비용을 떠안기는 방식으로 이득을 가져가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공격을 걸러 낼 요격 미사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사우디의 방공망에도 구멍이 뚫린 정황이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보복 수위를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는 오랜 전쟁으로 이미 상당 부분 파괴돼 잃을 것이 적기 때문이죠.
📉 경제까지 뒷걸음질: 안보 불안은 곧바로 사우디 경제의 불안으로 번졌습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국내총생산이 작년보다 3.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고, 작년 재정적자는 2,766억 리얄(약 100조 원), 올해 상반기 적자도 1,600억 리얄(약 57조 원)에 달했는데요.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줄었습니다. 11일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에는 엑손모빌·셸·토탈에너지스·BP 최고경영자가 줄줄이 불참했고, 26일부터 열리는 중동 최대 투자 행사 미래투자이니셔티브도 상황은 마찬가지죠. 월가 핵심 인사의 참석이 불투명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네옴시티, 가뜩이나 불안했는데...
🏟 월드컵 경기장부터 보류: 빈 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계획이었던 비전 2030은 이번 공격 전부터 흔들리던 참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 경기장으로 지으려던 네옴 스타디움 건설을 재정난으로 무기한 보류했는데요. 빈 살만 왕세자의 국가개조 구상을 상징하는 사업 중 하나였죠.
비전 2030: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 내놓은 국가개조 계획으로, 석유 수출에 기대던 경제를 관광·물류·금융·기술로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신도시 네옴시티의 건설, 2030년 리야드 엑스포, 2034년 월드컵 유치가 모두 이 계획 아래 추진됐습니다.
📏 쪼그라든 더 라인: 네옴시티의 핵심 지역, 중심부인 더 라인 계획 역시 크게 축소됐습니다. 당초 170km 길이로 짓겠다던 도시는 2.4km로 줄었고, 개발사 네옴컴퍼니는 지난 3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맡았던 더 라인 공사 계약을 해지했는데요. 5월에는 산업도시 옥사곤과 더 라인을 잇는 2조 5,000억 원 규모 고속철도 계약도 해지했고,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열기로 했던 산악 리조트 트로제나는 개최권을 반납했습니다.
💸 돈이 없는데 어떡해: 네옴시티가 사실상 무산 위기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사우디 정부의 자금난에 있습니다. 처음 5,000억 달러로 잡았던 완공 비용이 8조 8,000억 달러까지 불어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건데요. 사우디는 미국 셰일가스와 경쟁하느라 저유가 정책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석유 수입이 줄면서 재정이 악화했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석유 수출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죠. 사우디는 네옴시티를 AI 허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이미 투입된 금액이 많은 데다 추가적인 비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