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콜마는 ODM(제조자 개발생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자회사 시너지를 통해 종합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 선케어 제품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북미·중국 등 해외 시장과 건강기능식품·일반의약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죠.
- 다만 지배구조 분쟁의 장기화와 외부 세력 개입은 여전히 투자자 리스크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한국 최초의 화장품 제조자 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오랫동안 K-뷰티의 숨은 강자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최근엔 북미·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OTC)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죠.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시장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창업주 일가 간 지배구조 분쟁과 외부 세력 개입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는데요. 오늘 <기업 한입>에서는 한국콜마의 ODM 경쟁력과 글로벌 성장 전략, 그리고 그 이면의 리스크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제조자 개발생산(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의 요청을 받아 상품개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뜻합니다. 설계도나 레시피 등을 넘겨주고 제품 생산만 맡기는 주문자 위탁생산(OEM, Original equiment Manufacturing)이 발전한 형태라고 할 수 있죠.
ODM으로 키운 한국콜마의 경쟁력
🔬 ODM 본가, 한국콜마의 시작점
한국콜마는 기초·색조화장품과 자외선 차단제에 강점을 가진 국내 1위 화장품 ODM 기업입니다. 지난 1990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ODM 방식을 도입해 국내에 정착시켰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장품 분야 대부분이 ODM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 ODM·OEM·OBM, 화장품 산업을 이해하다
화장품 산업은 크게 ODM(제조자 개발생산), OEM(주문자 생산), OBM(브랜드 사업)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한국콜마는 이 중 ODM을 주축으로, 고객사의 기획부터 제품 개발과 생산까지 전 과정을 맡으며 시장을 선도하죠.
- ODM: 제조사가 제품 콘셉트와 처방을 개발하고 생산과 패키징까지 진행한 뒤, 고객사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높은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이 핵심이죠. 에스티로더, 로레알, 클리오 같은 글로벌·국내 브랜드들이 모두 한국콜마의 손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는데요. 이에 한국콜마는 K-뷰티의 숨은 조력자로 불립니다.
- OEM: 고객사가 기획과 개발을 맡고, 제조사는 생산만 담당합니다. ODM보다는 부가가치가 낮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 OBM: 제조사가 기획, 개발, 생산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콜마는 고객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OBM은 제한적으로만 운영합니다.
🏭 글로벌 공장과 자동화로 만든 경쟁력
한국콜마는 세종 공장, 인천 공장, 부천 공장 등 국내 생산시설을 비롯해 미국(펜실베니아 1·2공장), 중국(북경, 무석 공장),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세종·인천 공장은 증설과 함께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렸고, 해외 현지 공장은 확충하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죠. 지난달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미국 2공장은 기초·선케어 중심으로, 색조 화장품 중심의 1공장과 합쳐 연간 3억 개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는데요. 미국 2공장 자동화율도 80~90%까지 높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ODM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 자회사와 함께 키운 그룹 시너지
한국콜마는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헬스케어와 뷰티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제조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면역·장건강·혈당 개선 등 기능성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소재를 개발해 ODM/OEM 방식으로 생산하며, 국내외 26개국에 제품을 공급하죠. HK이노엔은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을 기반으로 소화기·항암·당뇨 치료제를 공급하고, 컨디션·헛개수·뉴틴몰 등 H&B 브랜드로 음료와 코스메틱 시장까지 확장했습니다. 용기 전문 제조 기업 연우는 펌프형·튜브형 등 화장품 용기 제조에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국내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며 한국콜마 그룹의 성장 동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뷰티 실적 반등, 글로벌로 뻗다
📈 실적 축포, 더 높이 간다
한국콜마는 올해 1분기 매출 6,531억 원, 영업이익 599억 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18% 웃돌았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85% 급증하며 호성적을 냈죠. 이번 실적은 한·중·미 주요 법인의 전반적인 개선 덕분입니다. 특히 한국은 계절성에 취약했던 선케어 제품군의 매출이 고르게 유지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12.4%)을 기록했는데요. 연간으로는 매출 2조 8천억 원, 영업이익 2,500억 원 돌파가 기대되며, 최대 실적 경신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 K-뷰티 ODM, 구조적 성장의 길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ODM 중심의 구조적 수요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콜마의 올해 1분기 국내시장 매출은 2,743억 원(YoY +11%), 영업이익은 339억 원(YoY +49%)으로 견조한 성장을 기록했는데요. 통상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선케어 매출이 약한 시기지만, 비미국향 수출 확대 덕분에 이를 극복하며 주력 고객사의 선케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0%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죠. 카테고리별 비중은 선케어 27%, 스킨케어 48%, 메이크업 19%로, 가동률은 75%를 유지했습니다. 기초·선케어 중심의 고마진 제품 믹스를 강화해 영업레버리지 효과도 한층 높였습니다.
🌎 북미, 온쇼어로 키운 성장축
북미 시장에서는 온쇼어 생산과 관세 회피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 모멘텀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법인은 1분기 매출 2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1% 성장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2공장 관련 고객사 100여 개 중 실제 생산을 결정한 곳은 1곳뿐이었지만, 지난 4월 트럼프 관세 정책 발표 이후 협업 중이던 고객사 모두가 미국 생산을 확정했습니다. 미국 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매출 900억 원 이상이 기대되며, 북미는 한국콜마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 중국, 선케어로 다시 올라선다
중국 시장에서도 반등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법인은 1분기 매출 416억 원(YoY +20%), 영업이익 31억 원(YoY +73%)을 기록하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작년 단가 협상 문제로 주요 고객사의 선케어 발주가 부진했지만, 올해는 주문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기초·선케어 제품군 비중을 늘린 전략이 주효하며, 연간 매출도 1,600억 원대가 기대됩니다.
🧭 장기 성장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뒷받침
한국콜마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군으로 성장 동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해외 수출과 중국 로열티 수익 덕분에 1분기 매출 2,474억 원(YoY +16.4%), 영업이익 254억 원(YoY +25.4%)을 기록해 성장세를 이어가죠. 멕시코 등 중남미 수출과 중국 로열티 수익이 동시에 늘며 연간 매출 1조 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섰습니다. 생산능력 증설과 자동화 고도화, 글로벌 공급망 개선과 고객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지배구조 분쟁, 투자자 신뢰를 시험하다
🧯 오너 일가 갈등, 지배구조 흔들다
한국콜마의 선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최근 콜마그룹의 남매 갈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지배구조에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상현 부회장은 화장품·제약 부문을, 장녀 윤여원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부문을 맡기로 한 3자 경영 합의(2018년)가 깨진 것이 시작이었죠.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했고, 윤 대표는 "지주사와 협의해 온 사안"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윤 회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지분 구조상 영향력이 크지 않아, 갈등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비화한 상황입니다.
💊 건기식 부진, 갈등의 불씨
남매 갈등의 불씨는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에서 시작됐습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은 2020년 이후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작년 매출은 6,1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6% 줄어든 246억 원에 그쳤는데요. 2020년 17.8%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9%로 쪼그라들며 ‘알짜 회사’라는 명성이 무색해졌습니다.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2020년 8월 최고가 7만 2,900원에서 꾸준히 하락해 2024년 12월에는 최저가 1만 1,030원까지 떨어졌고, 최근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1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윤 부회장은 실적 개선을 명분으로 지난 4월 25일,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자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서를 제출했지만,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를 거부하며 본격적인 갈등도 시작됐습니다.
⚖️ 법적 공방과 규제 강화에 노출
윤 회장은 지난 5월, 아들에게 증여했던 주식을 돌려달라는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에 직접 개입했습니다. 2018년 체결한 경영 합의 이후, 윤 회장은 2019년 콜마홀딩스 지분을 윤상현 부회장에게 약 14%, 윤여원 대표 부부에게 약 10% 증여했는데요. 윤 회장 측은 "윤 부회장이 경영 합의를 어기고 여동생의 사임을 강요하며 임시주총 소집을 강행한 것은 증여의 전제조건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미 증여가 완료된 주식을 되찾는 것은 법적으로 쉽지 않아, 이번 소송은 중재성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여기에 최근 상법 개정으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과 주주권 강화가 도입되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죠.
🌨 외부 세력 개입과 소액주주 변수
한편,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며 지분을 늘리는 등 외부 세력도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해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콜마홀딩스의 주요 지분은 윤상현 부회장 31.75%, 윤여원 대표 부부 10.62%, TOA(구 일본콜마) 7.8%, 달튼 5.69%, 윤동한 회장 5.59%, 기타 주주 38.55% 등입니다.
현 지분 구도에서는 윤 부회장 측(37.44%)이 윤 회장 부녀 측(16.21%)보다 우위지만, 윤 회장이 주식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면 지분 구조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소액주주 지분(39%대)이 캐스팅보트로 부상하며 향후 경영권 향배의 핵심 변수가 됐는데요. 지주사와 자회사 간 이사회 독립성 훼손 우려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맞물리며 긴장이 고조됩니다.
🎢 분쟁에 춤추는 주가, 신중한 접근 필요
경영권 분쟁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요동쳤습니다. 지난달 18일, 윤 회장이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경영권 변화 기대감에 콜마홀딩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급등세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3일에는 법원이 윤 회장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투자심리가 다시 달아올랐고, 다음 날 장중 한때 16% 넘게 상승해 1만 9,42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이어지며 상승폭은 축소돼 단 1.92% 상승한 1만 7,030원에 마감했죠. 물론 그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때마다 주가가 급락한 전례를 고려하면 앞으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콜마의 ODM 경쟁력과 글로벌 확장 전략, 그리고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짚어봤습니다. 한국콜마는 여전히 K-뷰티 ODM 시장의 숨은 강자이자 북미·중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제조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장기화하는 지배구조 분쟁과 외부 개입은 투자자 신뢰를 시험하고 있죠. 주가가 단기적인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요동치는 지금, 한국콜마가 본업의 경쟁력으로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