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노사정이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도입에 합의했습니다.
-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전문가 운용을 통해 수익률 개선이 기대되는데요.
- 다만 사적 재산권 침해 우려와 영세기업 자금난 문제가 제기됩니다.
21년 만에 시작된 퇴직연금 대수술
📜 노사정, 역사적 합의 이뤄내: 고용노동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경영자총협회 등이 참여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지난 6일 퇴직연금 제도 개편에 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을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한다는 것인데요.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21년 만에 이뤄진 첫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 퇴직금 제도, 사라진다고?: 이번 합의로 기존 퇴직금 제도는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는 회사가 퇴직금을 사내에 쌓아두는 사내 적립 방식이 가능했는데요. 앞으로는 반드시 은행이나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사외적립만 허용됩니다. 회사 금고에 맡겨뒀던 퇴직금을 이제 외부 금융기관 계좌로 옮기는 셈이죠.
⚠️ 왜 바꾸려는 걸까: 사외적립 의무화의 가장 큰 이유는 퇴직금 체불 방지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신고된 임금체불액 1조 7,845억 원 중 38.3%인 6,838억 원이 퇴직금 체불이었는데요. 회사가 어려워지면 사내에 쌓아둔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외적립이 의무화되면 회사가 부도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뭐가 달라질까
📊 수익률이 너무 낮았다: 기금형 도입 논의가 시작된 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2.86%에 그친 반면, 국민연금은 8.76%를 기록했는데요.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 7,000억 원 중 82.5%가 원리금보장 상품에 묶여 있습니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다 보니 전문성 부족과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죠.
🏛️ 여러 사람 돈 모아 전문가가 굴린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여러 회사와 근로자의 돈을 한데 모아 전문가들이 하나의 큰 기금처럼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회사가 금융사와 1대1로 계약을 맺고 근로자가 그 안에서 상품을 고르는 계약형 퇴직연금만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기금형이 선택지로 추가되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률 제고가 기대됩니다. 운용 방식별로 보면 원리금보장 상품의 연수익률은 3.67%인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은 9.96%로 약 3배 차이가 납니다.
💸 증시로 수백조 원 이동할 수도: 기금형이 도입되면 예적금에서 주식시장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6% 미만으로 약 6조 3,000억 원 수준인데요. 기금형의 국내주식 비중이 국민연금 수준인 17%까지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국내주식 투자금액이 73조 원까지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2040년 적립금이 1,540조 원으로 증가할 경우 150조 원 이상의 자금유입도 가능하죠.
🔍 세 가지 기금형 유형 허용: 노사정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운용 주체로 세 가지 형태를 허용했습니다.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복수의 사용자가 연합해 공동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연합형 기금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인데요. 특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은 현재 30인 이하 사업장 대상에서 300인 이하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됩니다.
우려와 과제, 넘어야 할 산 많다
🚨 내 노후자금이 정책 도구로 쓰인다고: 기금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국민의힘은 "근로자의 후불 임금을 국가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사적 재산권 침해 시도를 중단하라"라고 비판했는데요. 실제로 퇴직연금 기금화 반대 국민청원 동의가 1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노후 자금이 환율 방어 등 다른 목적에 쓰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죠.
⚖️ 선택권은 보장된다: 다만, 정부는 기금화 참여를 강제하지 않고 자율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금형은 근로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DC(확정기여)형의 선택지 중 하나로 들어가는데요. 같은 사업장 소속이라도 기금형과 개별 상품 중 자유롭게 고를 수 있습니다. 중도인출이나 일시금 수령 등 기존 권리도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보장됩니다.
DC(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년 내는 금액(기여금)이 미리 정해져 있고, 그 돈을 어떻게 굴릴지는 근로자가 직접 선택하며,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지는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DB(확정급여)형은 퇴직 시 받을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고, 회사가 적립금 운용을 책임지며 근속연수·평균임금에 따라 퇴직금이 결정되는 제도입니다.
🏢 영세기업 부담 우려도: 중소기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사내 퇴직금을 원재료 구입비나 비수기 운전자금으로 활용해 온 영세기업이 사외적립 의무화로 심각한 자금난에 부딪힐 수 있다"라고 우려했는데요.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영세·중소기업 실태조사 후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 법 개정이라는 관문 남았다: 이번 합의가 실제로 시행되려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형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기금화에 대한 불신이 높은 만큼 오랜 기간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장점이 뚜렷하지 않으면 제도 도입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