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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결국 수술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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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결국 수술대 오른다

🔎 핵심만 콕콕

  • 정부와 여당이 퇴직연금 개편 논의에 나섭니다.
  • 2%대의 낮은 수익률을 끌어올릴 대책으로 기금화 추진, 예금 상품 제외 등이 거론되는데요.
  • 다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금융회사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우려도 나옵니다.

퇴직연금, 이대로는 안 돼!

🩺 퇴직연금, 수술대 오르다: 최근 퇴직연금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퇴직연금은 회사 파산 시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 은퇴 후 소득이 없어 빈곤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는데요. 그러나, 최근 가입률이 26.8%(2023년 기준)에 불과한 데다가 연금 대신 목돈으로 퇴직금을 받는 일시 수령을 선택한 비율도 92.9%(2022년 기준)에 달하는 등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습니다.

🍂 현실은 수익률 2%대: 낮은 수익률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연평균 5~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고작 2.07%(2014~2023년)에 불과했는데요.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 예금 ‘몰빵’이 문제: 수익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가입자들의 소극적인 자금 운용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무려 82.6%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는데요. 안정성이 높은 이들 상품의 특성상, 수익률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죠. 작년 기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3.67%로 주식, 채권 등 실적 배당형 상품 수익률(9.96%)의 37%에 불과했습니다.

 

제도 개편,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 계약형에서 기금형으로: 퇴직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추진합니다. 규모의 경제와 운용 전문성을 살려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이죠. 지난 2022년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된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은 6~7%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형 제도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현재 퇴직연금은 근로자나 기업이 개별 금융회사를 통해 퇴직연금 계약을 맺는 계약형 구조로 운영됩니다. 반면,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퇴직연금 가입자의 자산을 한데 모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운용하게 되는데요. 퇴직연금이 지금의 국민연금기금처럼 바뀌는 거죠.

🏃 추진 상황은 어때?: 이미 국회에선 관련 논의가 본격화했습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통합해 50조 원 이상의 기금을 공동 운용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인데요. 영국의 공적 기금 운용 모델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과 유사한 방안입니다. 정부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을 꾸리고, 올 하반기 법안 발의를 목표로 제도 설계 및 논의를 추진 중입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 영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공공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모든 고용주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를 자동 가입시키도록 의무화돼 있으며, 기업의 규모나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통합해 운용합니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처럼 기존 제도에서 소외되기 쉬운 계층의 노후 소득 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낮은 수수료와 높은 가입 접근성 덕분에 현재는 영국의 대표적인 공적 퇴직연금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 이제 예적금은 안 돼: 한편, 정부는 '디폴트 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 연급 가입자가 별도의 투자 상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자산이 투자되도록 설계된 제도로, 투자 지식이 부족한 근로자를 위해 도입된 장치인데요. 하지만 현재 디폴트 옵션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기대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주식연계채권, 펀드형 상품 등 실적 배당형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디폴트 옵션을 개편할 계획입니다.

주식연계채권(ELB, Equity-Linked Bond):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주가지수 등의 성과에 따라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입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은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고, 그 기간 주가지수가 미리 정해둔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속된 수익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개편,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다

🤔 책임은 누가 지지?: 하지만 개편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기존의 계약형 구조에서는 근로자가 상품을 직접 선택하거나, 기업이 금융사에 위탁해 운용했기에 성과에 대한 책임이 개인 또는 기업 단위로 분산됐는데요. 반면 기금형 구조는 운용 주체가 중앙화되는 만큼, 만약 기대 수익률을 밑돌거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금융회사의 반발도: 또한 기금형 도입에 은행·보험·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는 각 금융사가 개별 기업과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하며 운용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였는데요. 통합 기금이 등장하면 이들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일부는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죠.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운용 주체로 참여하게 될 경우, 공적 기금의 금융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제도 정비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포함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려면 입법 과정에서 조정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요. 또한 단순히 상품 구성을 바꾼다고 해서 수익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미 자신만의 투자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개인에게는 새로운 구조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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