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지난 2일, 미국 법원이 구글의 크롬 매각이 불필요하다고 판결했습니다.
- 최근 생성형 AI가 검색 대체재로 급부상해 경쟁 환경이 변화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 구글과 법무부 모두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입니다.
크롬 매각, 안해도 돼!
🛡️ 안도의 한숨 쉰 구글: 지난 2일(이하 현지 시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이 크롬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20년, 구글이 검색엔진의 88%를 장악하고 있다며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이하 법원)은 작년 8월 구글의 독점금지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을 내렸지만, 구체적인 처벌 내용은 결정하지 않았는데요. 이에 법무부는 △ 크롬 매각 △ 애플 등에 계약금 제공 금지 △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 등을 법원에 제안했습니다.
❓ 구글, 독점소송 당한 이유는?: 법무부는 구글이 불공정한 방법을 통해 검색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애플과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거액의 돈을 주면서 구글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도록 유도했다는 건데요. 실제로 구글은 애플에 2022년 200억 달러, 삼성전자엔 60억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크롬, 나아가 안드로이드를 매각해 독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거죠.
👨⚖️ 독점 맞지만 매각까지는 아니야: 법원은 법무부의 제안 중 가장 강력한 조치였던 크롬 매각을 반려했습니다. 아밋 메타 판사는 "구글은 독점 사업자이며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독점적으로 행동해왔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법무부가 핵심 자산 매각을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는데요.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에 대한 통제권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구글 흔드는 핵심 카드 지켰다: 판결 다음 날인 3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9% 넘게 급등했습니다. 광고 기반의 구글 사업에서 크롬은 핵심이나 다름없는 서비스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전체 매출의 약 70%를 검색 기반 광고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 전체 광고 수익은 약 713억 4,000만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하기도 했는데요. 크롬이 구글 검색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만큼, 크롬이 매각된다면 구글의 시장 지배력도 크게 약화할 수 있었죠.
절반의 승리 가져간 구글
🔍 매각 불필요 판결, AI 때문이라고?: 법원의 판결에는 최근 생성형 AI의 급부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 판사는 "생성형 AI가 검색 대체재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시장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라고 언급했는데요. 챗GPT·퍼플렉시티 같은 AI 검색 서비스가 확산하며 새로운 경쟁 축을 형성했으니 굳이 크롬 매각까지 단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메타 판사는 "시장 경쟁 역학이 변하는 상황에서는 시스템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사전 탑재 계약도 그대로: 법원은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제품에 사전 탑재하기 위해 다른 기업에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 역시 허용했습니다. 구글이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애플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는 현행 관행을 인정한 건데요. 계약을 금지할 경우 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판결문에도 "지급 차단은 유통 파트너, 관련 시장, 소비자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므로 폭넓은 금지 조치가 적절치 않다"라고 명시됐죠. 이에 애플도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지켜낼 수 있게 되면서 지난 3일 주가가 3.8% 넘게 올랐습니다.
🔓 데이터는 공개해야 해: 다만 법원은 구글의 시장 지배력이 일부 불법적이라고 판단하고 제한적인 시정 조치를 내렸습니다. 경쟁사와 온라인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한 건데요. 공개 대상에는 '검색 쿼리'와 '인덱스 정보' 등이 포함됩니다.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선택한 결과,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와 그 품질을 정리한 자료까지 경쟁사에 제공해야 하는 것이죠. 지난 20여 년간 구글이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가 공개되면, 경쟁사가 이를 활용해 검색 엔진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점 소송,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알파벳·애플 주가는 상승: 그간 알파벳은 AI 서비스 '제미나이'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크롬 매각 우려 탓에 경쟁사 대비 주가 상승세가 더뎠습니다. 이에 이번 판결 이후 월가의 주요 투자기관은 알파벳의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는 모습인데요. "판결이 예상보다 구글에 훨씬 유리했다"라며 목표 주가를 260달러로 조정한 JP모건이 대표적이죠.
😥 구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냐: 사업 분할 위기는 넘겼지만, 구글은 일정 부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구글은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타깃팅과 검색 알고리즘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그러나 데이터가 개방되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굳이 구글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사라질 수 있죠. 이에 구글 본사는 데이터 공유 요구는 개인정보 보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원은 최종 판결을 앞두고 구글과 법무부가 오는 10일까지 협의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인데요. 구글은 작년 8월 법원이 검색 시장 독점을 인정한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의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크롬 및 안드로이드 매각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법무부 역시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