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첫 SMR 1기 부지로 각각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이 선정됐습니다.
- AI 전력 수요 급증에 정책이 전환되며 15년 만에 새 원전 부지가 정해졌는데요.
- 다만 실제 준공까지 송전망·폐기물 처리 시설 확보 등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신규 원전, 어디로 정해졌나?
⚛️ 영덕에 대형 원전·기장에 SMR: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와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의 건설 부지가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으로 확정됐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총 2.8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 2기 부지로 영덕읍을, 0.7GW 규모 SMR 1기 부지로 기장읍을 선정했다고 밝혔는데요. 신규 원전 부지가 정해진 것은 2011년 강원 삼척과 영덕 후보지 선정 이후 약 15년 만입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존 대형 원전보다 크기와 출력을 줄인 차세대 원자로입니다. 핵심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안전성도 한층 강화됐는데요. AI 전력 수요로 여러 빅테크가 잇따라 도입을 추진하면서 차세대 무탄소 전력원으로 각광받죠.
📊 주민 수용성이 당락 갈랐어: 이번 부지 선정에서는 부지 적정성과 주민 수용성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4월부터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각 후보지의 기초조사, 현장실사,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매긴 종합 점수에서 영덕군(91.01)은 경쟁지인 울산 울주군(82.63점)을, 기장군(87.11)은 경쟁지인 경북 경주시(84.56점)를 크게 제쳤죠. 두 지역 모두 주민 수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였습니다.
부지 적정성: 원전·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시설을 지을 후보지가 안전성·환경·접근성 등 입지 조건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항목입니다. 지반 안정성, 활성단층 여부, 자연재해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업의 기술적 타당성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쓰입니다.
주민 수용성: 대규모 개발·혐오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사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항목입니다. 원전·폐기물처분장처럼 기피 시설일수록 수용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죠.
🔍 과거 원전 추진지의 재추진: 이들 지역이 낙점된 배경에는 과거 원전을 지으려던 곳이라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영덕 부지는 2012년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에 사업이 중단된 바 있는데요. 기존 인프라와 지질 조사 자료가 남아 있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죠. 기장군 역시 고리원자력본부 내 과거 신고리 7·9호기 부지로 검토되면서 이미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갖춰진 곳입니다.
탈원전: 원자력 발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LNG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는 정책 기조를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추진했지만, 최근에는 SMR·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방향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모습이죠.
탈원전, AI 전력난에 뒤집혔다
🔄 신중론에서 추진으로 전환: 사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엔 신규 원전 건설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지을 곳이 없고, 가동까지도 최소 15년이 걸린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이후 정부는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지난 1월 계획대로 원전을 건설하기로 확정했습니다.
⚡ AI가 정책 기조 바꿨다: 기류가 바뀐 핵심 동력은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급증입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AI 산업에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인데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꾸준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이 필요한 거죠. 여기에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화석연료 의존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원전의 가치가 더 부각됐습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반도체 설계·생산·소부장 기업과 연구기관, 인력 양성 시설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도록 조성하는 초대형 반도체 산업단지입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죠.
AI 데이터센터: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실행하기 위해 AI 전용 반도체와 대용량 냉각·전력 설비를 갖춘 특수 데이터센터를 말합니다. 막대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소비가 수십 배에 달합니다.
🌍 원전 르네상스 도래: 전 세계적으로도 원전 확대 흐름이 뚜렷합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372~416GW 수준인 세계 원전 설비용량은 2050년 평균 813GW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학계에서는 2050년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의 비중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35%로 유지하려면 대형 원전 20기와 SMR 12기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부지 확정 이후 남은 과제는?
🔌 송전망 확충이 관건: 부지가 정해졌지만 실제 가동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동해안 송전망 부족인데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도 수요가 밀집한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죠.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이 주민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전선이 지나는 지역의 반대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를 초고압으로 멀리 보내는 송전 기술입니다. 장거리·대용량 전력을 보낼 때 손실이 적고 효율이 높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의 전력을 도심으로 끌어오거나 국가 간 전력망을 잇는 데 활용됩니다.
☢️ 방폐장과 원전 밀집 문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영구 처분장 확보도 미결 과제입니다. 올해 3월 시행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206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 운영이 목표지만, 부지 선정 절차는 아직 착수조차 하지 못했는데요. 영덕과 기장이 모두 경상권에 위치하면서 원전과 송전망 부담이 특정 지역에 쏠린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난 사용후핵연료처럼 방사능과 열 발생량이 매우 높은 폐기물을 말합니다. 수만 년간 인체와 환경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를 처분하는 부지 선정은 항상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르죠.
🗓️ 일정상 준공은 2030년대 후반: 후보 부지 선정이 곧 착공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건설까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원전 인허가, 지역 협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데요. 정부는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받아 SMR은 2035년, 대형 원전 2기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죠. 결국 인허가 속도와 주민 여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발 정책·계획을 본격 추진하기 전에, 환경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제도입니다. 개별 사업 단계의 환경영향평가보다 앞선 상위 단계에서 진행돼, 신규 원전 부지 선정 등 사업 자체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점검하는 절차로 활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