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여 만에 장중 1,470원을 돌파했습니다.
-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해제 기대감, 해외 주식 투자 증가 등이 원화 약세를 키웠다는 분석인데요.
- 향후 환율 흐름엔 연준의 금리 인하, 달러 실수요 등이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원/달러 환율, 1,470원대까지
📈 7개월 만에 최고 수준: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종가 기준 1,465.7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는 미·중 갈등이 격화했던 지난 4월(1,487.6원)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민간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미국 금리 인하 전망에 2.3원 하락한 1,461원으로 출발했지만, 오전 내내 강한 상승세를 보였죠.
🗽 美 셧다운 해제 기대감에: 환율이 갑자기 급등한 배경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해제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이 셧다운 종료를 위한 임시 예산안을 가결 처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인덱스는 지난 11일 장중 99.7까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달러 인덱스: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달러인덱스에는 경제 규모가 크고 통화 가치가 안정적인 세계 주요 6개국의 통화(유럽의 유로, 일본의 엔, 영국의 파운드, 캐나다의 캐나다 달러, 스웨덴의 크로나, 스위스의 프랑)가 포함되며, 유로화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1973년 3월을 기준점 100으로 두고 달러의 가치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달러 인덱스가 120이라면, 1973년 3월 대비 달러의 가치가 20%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 엔화 가치는 하락 전망: 일본 엔화 약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압력을 넣었습니다. 지난 1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성장전략회의에서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 부양을 우선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는데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면 시중에 도는 엔화의 양이 늘고, 엔화 가치는 떨어지게 되죠. 이에 엔/달러 환율이 154엔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보통 엔화 약세는 다른 아시아 통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원화 역시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원화 왜 이렇게 약세일까?
👥 국내 주식 던지는 외국인 투자자: 이밖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거론됩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7조 3,335억 원어치 순매도했는데요. 지난 10월 한 달간의 외국인 순매도액인 5조 3,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 9월 전체 순매도액인 7조 4,000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죠.
💰 해외로 달러 빠져나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증가한 것도 시장의 달러 수요를 키워 원화 약세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월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액은 998억 5,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액 296억 5,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넘죠. 연기금도 올해 6월 말 기준, 투자액의 약 35%가 해외 주식으로 국내 주식(약 15%)보다 비중이 컸습니다. 해외 증권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해, 달러 수요가 높아지고 환율도 상승합니다.
💸 대규모 대미 투자도 무시 못 해: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우려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는데요. 이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되 정부는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죠. 하지만 거액의 현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대미 투자가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론 많은 양의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차오르죠.
환율, 앞으로 더 상승할까?
🏛 연준의 선택에 달려 있어: 전문가들은 환율이 1,460원대에서 제한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미국 ADP 민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주당 해고가 평균 약 1만 1천 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늘고 있습니다. 만약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 한·미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면 환율 상승세도 꺾일 것으로 예상되죠. 지금처럼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게 유지되면, 해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원화 대신 달러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율이 오르게 됩니다.
💲 달러 실수요로 하락은 제한적: 다만, 환율 하락이 제한적일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로는 달러 실수요가 꼽힙니다. 해외 투자로 나가는 자금이 많아, 1,400원대 초반 밑으로 떨어지기는 힘들다는 전망이죠. 특히, 서학개미처럼 개인을 중심으로 한 환전 수요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대금 결제에 달러가 필요한 수입업체도 달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 고환율, 아직은 괜찮은데: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이면 개입할 의향이 있다"라며 구두개입에 나섰습니다. 다만, 그는 "외화 부채 수준이 안정적이고 다른 지표들도 건전성을 시사한다"라며, 고환율에 따른 금융 불안 가능성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