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라클이 독주하던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 시장에서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미국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20년 이상 DBMS 시장의 왕좌를 지켜왔는데요. 최근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을 앞세운 신흥 기업이 유입되며 오라클의 지위를 위협합니다. 이에 맞서 오라클은 AI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원동력을 마련하려는 모습이죠. 오늘은 그동안 시장을 기배해온 거대 기업, 오라클에 관한 이해와 함께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DBMS 시장의 트렌드를 알아보겠습니다.
🔎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 기업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표의 형태로 저장하고, 프로그래밍 언어 SQL을 이용해 관리하죠. 특히 학교처럼 수백명 단위의 성적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환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병원과 같이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관리해야 하는 곳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오라클, DBMS의 왕
👑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대표주자
오라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소프트웨어 분야 전반에서 세계적 입지를 구축한 대표 기술 기업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 최대의 DBMS 기업이기도 하죠. 현재 전 세계 175개국 이상에서 13만 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는 초거대 기업으로, 본사는 원래 실리콘밸리에 있었지만, 2020년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했습니다.
🎬 오라클 2.0, 전설의 시작
오라클은 1977년 암펙스의 엔지니어 출신 래리 엘리슨, 밥 마이너, 에드 오츠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디밸롭먼트 래버러토리스’ 라는 평범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었는데요. 1976년, IBM연구소에서 개발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기술을 접한 래리 엘리슨이 이를 이용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오라클 2.0’을 출시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죠.
오라클 2.0이 큰 호응을 얻자, 소프트웨어 디벨롭먼트 래버러토리스는 아예 사명까지 ‘오라클’로 바꿨습니다. 긜고 1984년부터 오라클은 매년 두 배가량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크게 성장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죠. 이에 힘입어 1986년에는 나스닥에 입성하기에 이릅니다.
📊 주력 품목,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오라클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오라클 DB는 대용량 과부하 현상에 강하고, 확장성이 뛰어날뿐더러 보안 수준도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라클은 DBMS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바탕으로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SCM(공급망 관리 시스템),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SaaS 소프트웨어 제공에도 주력하고 있죠.
🔎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에 기반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모델을 의미합니다. 클라우드 업체가 관련 소프트웨어 및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일정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서비스를 구독해 이용하죠.
📈 높은 수익성, 여전한 성장 속도
지난 회계기간 오라클은 529억 달러(약 77조 원)의 매출과 153억 달러(약 22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무기로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답게 20~30%에 달하는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죠. 순이익 역시 104억 달러(약 15조 원)로 2년간 연평균 25%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DBMS 격동기, 클라우드 혁명
☁️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뭐가 다를까?
최근 지난 30년간 오라클의 텃밭이었던 DBMS 시장이 격동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온프레미스 기반 모델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온프레미스란 기업이 자체 보유한 설비에 직접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운영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말합니다. 반면 클라우드는 원격 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델로, 온프레미스와 상반되는 개념인데요. 클라우드 컴퓨팅은 1990년대 가상화 기술의 개발로 급격히 발전했고, 2000년대부터는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 가상화: 컴퓨터가 하나의 물리적 공간을 활용해 여러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 클라우드 DBMS, 이젠 비주류가 아닌 트렌드
클라우드 기술이 처음 태동했을 때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영업의 핵심인 데이터베이스만큼은 자체 보유한 설비에 보관하려고 했던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이 보안, 경제성, 그리고 성능 측면 모두에서 우월하다는 것이 널리 수용되고 있는데요.
2010년대 중순부터 본격화된 이러한 인식 변화로 인해 DBMS 시장에서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모델의 점유율 격차가 극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에 온프레미스 모델의 점유율이 클라우드의 약 4배에 달했는데, 2021년에는 둘 간의 격차가 사실상 소멸됐죠. 불과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업계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 DBMS 시장의 재편
이 상황을 틈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무장한 신흥 업체들이 DBMS 시장으로 본격 침투하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성장세가 매섭습니다. 매출 기준 점유율 지표에서 2011년 오라클, IBM, MS, SAP, 테라데이타 5사가 지배하던 시장은 10년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 AWS, 오라클, GCP, IBM 체제로 재편됐죠.
중국계 기업의 성장세도 눈여겨볼만 한데요. 특히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014년 DBMS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26위로 처음 이름을 올렸는데, 불과 7년만인 2021년 7위로 올라섰습니다. 나아가 올해 1월에는 혁신 역량, 기술 지표 등을 종합 평가한 가트너 조사에서 AWS, 오라클, IBM 등 쟁쟁한 강자들을 물리치고 DBMS 부문 기업 1위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습니다.
💪 빠르게 적응한 오라클
업계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했지만 모든 기업들이 이 흐름에 편승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DBMS 시장에서 꾸준히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던 IBM도 클라우드 기술로 무장한 AWS와 GCP에 추격당해 5위권으로 밀려났고, 오라클 또한 1위의 자리를 빼앗겼죠. 그나마 핵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로 무장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성공적으로 변화에 대처하며 2020년부터 1위 자리에 안착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라클이 변화에 손놓고 있는 것만은 아닌데요. 오라클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 이를 중심으로 자사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총동원하며 트렌드에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오라클은 2023년 MS와 서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플랫폼’을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죠.
거세지는 ‘탈 오라클’ 움직임, 이겨낼 수 있을까
🖥️ 오픈소스 DBMS, 넥스트 트렌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휘몰아쳤던 DBMS 시장에서 최근에는 오픈소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라클, IBM, MS 등 기존 빅테크가 제공해왔던 DBMS를 사용하는 대신 오픈소스 DB로의 전환을 도모하자는 것인데요.
오픈소스 DBMS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라클은 판매가 대비 20% 이상의 유지보수 비용을 매년 고객에게 청구하는데, 고객사들의 입장에선 오픈소스 제품을 사용한다면 이와 비교해 최대 70~8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죠. 이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에 대한 기술 종속성에 대한 우려도 오픈소스 DBMS 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 빅5 점유율의 감소,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
2017년 전체 DBMS 시장 매출의 86.9%를 차지했던 ‘빅5’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1년 80.6%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감소한 점유율 중 많은 부분은 오픈소스 DBMS가 차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오픈소스 DBMS의 성능과 보안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도 여전한데요.
그러나 최근 활약 중인 오픈소스 DBMS는 이러한 논란을 잠식시키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포스트그레SQL 등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DBMS 기업들이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오라클의 DBMS를 오픈소스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출현하는 등 ‘탈 오라클’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죠. 특히 포스트그레SQL은 탁월한 데이터 분석 능력과 확장성으로 금융, 통신, ERP, CRM 등 기업 업무에 널리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 결국 답은 AI 고도화
오라클은 이러한 도전에 대해 AI 기술 고도화로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작년 오라클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23ai’를 출시하며 자사의 DBMS 플랫폼에 인공지능 기술을 본격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는데요. 가령 반드시 특정 단어와 픽셀 값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AI 검색 기능을 이용해 문서, 이미지 등 데이터를 쉽게 추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화룡점정
또한 지난달에는 소프트뱅크, 오픈AI 등 기업들과 협력해 약 5천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첫 프로젝트로 자금을 모아 새로운 AI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고, 텍사스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죠.
오라클 또한 프로젝트의 중추를 담당하며 첨단 AI 기술 및 인프라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이를 통해 핵심 사업 영역인 DBMS 분야에서 본격화되는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3줄요약
-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분야의 전통적 강자입니다.
-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과 오픈소스 트렌드로 지위가 위협받고 있죠.
-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함과 동시에, AI를 접목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20년간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 왕국의 붕괴에는 단 3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한 분야의 전통적 강자라 불리던 기업들도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단 3년만에 도태될 수 있죠. 오라클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부지런히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AI 기술 확보에도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오라클이 과연 기존의 강점을 잘 지켜내고, 지속적인 확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