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주식 정보 플랫폼
스마트폰 다음은 안경? 스마트글라스가 돌아온다
메인 이미지
© Unsplash

스마트폰 다음은 안경? 스마트글라스가 돌아온다

🔎 3줄 요약

  • 한때 최악의 기술로 꼽혔던 구글 글라스가 강화된 AI를 장착하고 다시 출시됐습니다. 
  • 애플, 메타, 삼성·구글·퀄컴 등 빅테크들이 각자 전략으로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뛰어드는데요
  • 디스플레이, 가격 등 과제도 남았지만, 의료·교육·산업 등 활용처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케이 글라스" 한 마디로 작동하는 구글 글라스는 2013년 공개 당시만 해도 안경 모양의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로서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사진 찍기, 영상 통화, 길 찾기, 실시간 통역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죠. 그러나 낮은 완성도와 프라이버시 논란으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고, 결국 2015년 출시 2년 만에 판매와 제작 모두 중단됐는데요. 미국 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9년 구글 글라스를 '21세기 최악의 기술' 중 하나로 꼽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최근 구글이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애플, 삼성, 메타 등 빅테크 기업도 연이어 스마트글라스 개발에 나섰는데요. 오늘 <테크 한입>에서는 스마트글라스가 다시 떠오르게 된 배경과 주요 기업의 기술 전략,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과 한계까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스마트글라스가 재등장했다 

🥽 스마트글라스란?

스마트글라스는 눈이나 머리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입니다. 쉽게 말하면 안경 모양의 컴퓨터인데요, 투명한 렌즈에 정보가 띄워져 현실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환경을 보면서도 실시간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죠.

비슷해 보이는 VR 기기와는 기능적으로 다릅니다. VR은 완전히 가상의 공간으로 사용자를 데려가지만, 스마트글라스는 AR(증강현실)이나 MR(혼합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현실 위에 정보를 덧씌우거나, 현실과 가상이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지난 2013년,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선보이며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야심 차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눈에 띄는 디자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짧은 배터리 수명과 낮은 성능이 문제였죠. 무엇보다 당시 웨어러블 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구글은 2015년 일반 판매를 중단했고, 이후 산업용 모델도 2023년에는 판매를 종료했습니다.

 

🔁 스마트글라스의 부활

구글이 주춤한 사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건 메타였습니다. 2021년, 미국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함께 '메타 레이밴'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작년에만 100만 대가량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글로벌 스마트글라스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글 글라스와 달리 스피커와 카메라만 탑재돼 AR/MR기능을 제공하진 않았습니다.

ⓒ Google

그러던 올해 5월, 구글이 다시 한번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확장현실(XR) 스마트글라스'를 연말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건데요. 시제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여러 기능을 시연하기도 했죠. 이번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탑재돼 메시지 전송, 약속 일정 조율, 길 찾기,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처 맛집 알려줘"라고 말하면, AI가 구글맵을 통해 안내를 시작하는 식이죠. 외국어 번역 기능도 탑재돼, 해외여행 중 현지인과의 대화를 스마트글라스 화면에 번역해 보여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배터리 성능도 개선돼 활용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음성 인식과 AI 비서 기능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스마트글라스는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이메일 초안을 대신 써주고, 실시간 대화나 소통도 가능해지면서 일상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됐죠. 실제로 시장조사에 따르면 스마트글라스 시장은 2024년 약 168억 달러(25조 원)에서 2033년 536억 달러(79조 원)로 3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죠.

 

🤝 구글, 퀄컴·삼성과 손잡았다

구글은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삼성전자와 퀄컴이라는 파트너와 손을 잡았습니다. 하드웨어는 삼성전자, 반도체 칩은 퀄컴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안경이라는 형태의 특성상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면 디자인도 중요한데요. 이 부분은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하면서 해결하려 합니다. 

대신 구글이 이번 동맹에서 전담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입니다. 구글에서 새롭게 출시될 XR 스마트글라스는 기존 구글 글라스에서 경험했던 제한적인 텍스트 출력 기능보다 훨씬 진화한 형태로, 각 사용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 덕분이죠.

 

스마트글라스, 왜 지금 뜨거울까?

🍎 애플도 뛰어들었다

애플은 현재 스마트글라스 전용 프로세서를 개발 중입니다. 애플워치용 칩을 기반으로 하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에 쓰이는 칩보다는 에너지 소모량이 적다고 합니다. 스마트글라스에 탑재되면 배터리 효율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죠. 이 프로세서는 글라스에 탑재되는 카메라를 제어하는 핵심 역할도 담당할 예정인데요. 업계 예상에 따르면 이 칩은 2027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스마트글라스 자체는 2년 이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또한, 애플의 스마트글라스는 스피커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이 안경다리에 탑재된 모듈형 디자인으로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능별로 교체할 수 있어 업그레이드나 기기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죠. 자사 상품과 서비스 사이 쉬운 연동을 자랑해 온 애플 생태계에 스마트글라스가 어떻게 스며들지도 중요한 관전 요소입니다.

 

🕶 메타의 새로운 승부수

ⓒ Meta

스마트글라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메타는 최근 한층 고급화된 제품 전략을 추진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메타 레이밴 3세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데요. 과거 제품과 달리 AR 기능이 탑재돼 안경알이 디스플레이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죠. 덕분에 사용자는 눈앞에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손동작으로 앱을 실행하거나 사진을 넘기는 등 제어 기능도 강화될 전망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앞으로 AI가 일상에 깊이 스며들며, 사람마다 하나씩 개인화된 AI 동반자를 갖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커버그는 AI 동반자가 인간의 일상과 사고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며, 스마트글라스를 쓴 사람이 쓰지 않은 사람보다 정보 접근이나 인지 능력 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도 말하는 등 스마트글라스의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을 내놓았죠.


👓 디자인도 중요한 경쟁 포인트

ⓒ GentleMonster

기술 못지않게 패션도 스마트글라스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입니다. 하루 종일 얼굴에 착용하는 기기인 만큼, 착용감은 물론 디자인 완성도까지 중요한데요. 이런 이유로 빅테크는 안경 브랜드와 손잡고 더 멋진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는 것에도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구글은 한국의 젠틀몬스터, 미국의 워비 파커와 협업했고, 메타는 에실로룩소티카, 레이밴 등 전통 안경 명가와 함께 디자인을 다듬고 있죠. 이중 에실로룩소티카는 글로벌 렌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메타의 스마트글라스가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력과 패션 감각의 조합은 향후 스마트글라스의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셈이죠.

 

스마트글라스, 앞을 내다본다면

🧩 어디에든 쓸 수 있다

ⓒ DHL

스마트글라스는 센서와 AI 기술을 결합한 다기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현실 세계를 보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고, 여기에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능을 더하면 더욱 풍부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수술 중 의사가 환자의 생체 정보를 스마트글라스 화면으로 확인하거나, 원격 협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조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실시간 작업 지시를 받을 수 있고, 교육 분야에서는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몰입도 높은 학습이 가능해지죠. 더 나아가, 여행지에서는 길 찾기와 관광지 추천, 외국어 번역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며, 헬스케어에서는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해 건강 관리를 돕습니다. 일상 영역으로 고그랠 돌려봐도 영화 감상과 소셜 게임 등 강화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는데요. 공공기관에서는 회의 녹화나 실시간 자막 번역 등에도 활용되죠. 기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시선 기반 정보 접근과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마트글라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업무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디스플레이가 과제

스마트글라스의 관건은 눈앞에 정보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보이게 하느냐입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를 넣는 순간, 무게와 가격, 배터리 효율을 살리기 쉽지 않은 점이 문제인데요. 디스플레이의 탑재는 앞으로 스마트글라스 산업에 남은 대표적인 숙제로 꼽히죠. 실제로 이미 출시된 메타의 ‘레이밴 메타’에는 디스플레이가 아예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스피커, 마이크, 카메라, 배터리 등은 모두 탑재되어 있어, 기본적인 정보 수신과 음성 비서 기능은 문제없이 작동하죠. 지금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기술 성숙도가 낮고, 무게가 무거워지는 데다 가격까지 치솟아 상용화엔 부담이 큽니다.

현재 상용화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LCoS(Liquid Crystal on Silicon)와 OLEDoS(OLED on Silicon)가 대표적입니다. LCoS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전력 소모가 크고, OLEDoS는 전력 효율은 높지만 밝기가 떨어지고, 가격이 비쌉니다. 이 때문에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UX)을 만들기 위해 아예 디스플레이를 빼고 출시하는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런 점을 고려해 1세대 제품에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향후 2~3세대 제품에서부터 ‘LEDoS’ 디스플레이 탑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EDoS는 화소(서브픽셀) 하나하나가 LED로 구성된 차세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로, 작은 기기에도 고휘도 화면을 저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가격이 높아 본격적인 대중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스마트글라스를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보고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처럼 보편적이고 유용한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진화와 경쟁 구도에 이목이 쏠립니다.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