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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노믹스 시작, 일본 부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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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노믹스 시작, 일본 부활 가능할까?

JAY
경제 한입2025-11-24

💡 3줄 요약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21조 3,000억 엔(약 199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부양책을 확정하며 사나에노믹스의 막을 올렸습니다.
  • 10년 전 아베노믹스와 달리 지금은 인플레이션·막대한 국가부채·저출생이라는 다중 위기 속에서 확장 재정과 엔저 유지라는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하는데요.
  • 부양책 발표 전후로 채권·엔화·주식의 트리플 약세가 발생하며 금융시장은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21일, 일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1조 3,000억 엔(약 199조 원) 규모의 종합 경제 대책을 확정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사나에노믹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는데요.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닛케이225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5만 선을 돌파하며 시장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충실한 계승자를 자처한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노믹스도 계승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환호 뒤에는 사나에노믹스의 어두운 면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10년 전 아베노믹스가 맞서 싸운 적은 디플레이션과 저임금 고착화라는 명확한 단일 목표였습니다. 반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실질임금 하락, GDP 대비 260%를 넘는 국가부채, 심화하는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다중 위기가 일본 경제를 옥죄고 있는데요. 21조 엔 부양책 발표 전후로 찾아온 채권·엔화·주식의 트리플 약세 역시 사나에노믹스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죠. 과연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경제 부활의 청사진이 될까요, 아니면 미래 세대에 부담만 떠넘기는 위험한 도박이 될까요?


아베의 유산과 10년 후의 다른 풍경

🙋 아베 키즈에서 첫 여성 총리로

다카이치 사나에는 자타 공인 아베 키즈입니다. 총무대신,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거치며 아베 전 총리의 정책 계승자로 성장했죠.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국제 사회에서 위축했던 일본의 분위기를 타파했다는 점에서 국민들 사이에 아베식 정치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있죠.

하지만 아베 총리의 단순 계승자라고 하기엔 강한 정치적 색채를 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베보다 더 강경한 보수 우파 성향을 보이며,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기도 했는데요. 시진핑 주석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시 관례였던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을 정도로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어느 정도 실용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경주 APEC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성사했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보류하며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죠. 중국을 중요한 이웃으로 규정하며 전임 정부의 전략적 호혜 관계 노선을 계승할 뜻을 내비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이념적 강경함과 실용적 외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입니다.

 

⚔️ 아베노믹스,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다카이치 총리가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아베노믹스는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2차 정권의 핵심 경제 정책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에 빠져 있었고, 특히 디플레이션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고,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며, 경제 전체가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 디플레이션의 함정이었죠.

잃어버린 20년: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를 말합니다. 부동산·주식 가격 급락,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로 기업·가계 모두 소비와 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디플레이션이 고착했는데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력이 회복되지 않아 장기 정체가 지속된 시기로 평가됩니다.

아베노믹스는 이를 타파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정책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일본은행의 대담한 금융 완화입니다. 일본은행은 2년 안에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량을 2배로 늘렸고,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량 매입했습니다. 두 번째는 유연한 재정 정책입니다. 정부는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며 공공 투자를 확대했죠. 세 번째는 구조 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으로, 무역 자유화와 농업 개혁 등을 추진했습니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본은 장기간 이어지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고, 거의 6년에 걸친 경제 확장을 이뤘습니다. 엔저로 대기업의 실적이 개선됐고, 주가는 크게 올랐죠. 하지만 수출 기업의 호황이 일반 국민의 실질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임금 상승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막대한 통화 팽창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 2% 목표는 안정적으로 달성되지 않았으며, 국가부채는 오히려 더 늘어났죠.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은 가장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완전히 달라진 전장

2025년의 일본 경제는 2012년과는 환경이 전혀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문제라는 점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년 넘게 2%를 웃돌고, 실질임금은 20개월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입니다. 아베 정권 시절에는 물가를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물가 상승을 어떻게 억제할지가 과제죠.

재정 상황도 훨씬 악화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60%를 넘어섰으며, 금리가 단 1%만 올라도 연간 이자 부담은 10조 엔 이상 불어날 수 있습니다. 인구 구조는 더 악화했고, 미·중 갈등 속에서 일본은 양쪽 모두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죠. 전문가들은 아베 집권기와 비교해 지금의 일본은 재정 여력도, 통화정책 여지도, 인구학적 여유도 모두 소진된 상태라고 지적합니다.

 

21조 엔 부양책, 위험한 줄타기의 시작

💰 역대 최대 규모 부양책 ON

11월 21일 확정된 21조 3,000억 엔 규모의 종합 경제대책은 세 축으로 구성됩니다. 생활 안전보장 및 물가 상승 대응, 위기관리 투자 및 성장 투자, 그리고 방위력 및 외교력 강화인데요.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인 11조 7,000억 엔이 물가안정 대책에 투입됩니다. 전기·가스 요금 보조금, 세금 경감, 18세 이하 아동 1인당 2만 엔 지급 등 가계 직접 지원이 주를 이루죠.

방위력·외교력 강화에는 1조 7,000억 엔이 배정됐습니다. 이번 회계연도 내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높이는 데 1조 1,000억 엔이 투입되죠. 위기관리 및 성장 투자에는 7조 2,000억 엔이 책정됐으며, 조선 능력 향상을 위한 10년 기금 신설, 우주·국토강인화 공공사업, 양자 기술·AI·반도체·중요 광물 등 경제 안보 분야가 포함됩니다.

 

😥 문제는 재원 마련

다만, 재원 마련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카이치 내각은 올해 임시국회에서 17조 7,000억 엔 규모 추경 예산을 추가 편성할 계획인데요. 이에 따라 국채 발행액은 전년 6조 7,000억 엔 대비 크게 늘어날 전망이죠. 대규모 재정지출에 따른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보다 더 강력한 확장 재정을 예고했지만, 이미 재정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명목 세수는 다소 늘었지만, 임금 상승보다 물가 상승이 더 빠르다보니 세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 증세 카드를 꺼내기가 어렵죠.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입니다. 닛케이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일본유신회가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번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기 위해선 공명당 등 야당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보궐예산안 통과가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 앞에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 국민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반대를 돌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 일본은행과의 미묘한 줄다리기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거시 경제 정책의 최종적 책임은 정부가 지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견제로 해석되는데요. 지난 18일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와의 첫 면담에서 총재는 물가 상승률 2%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서서히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한 후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려 현재 0.5%의 기준금리를 유지 중입니다.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이는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 기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요. 경제학계에서는 초저금리가 금리 상승에 취약한 재정 구조를 고착화하고, 경쟁력 낮은 기업들의 좀비 기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좀비 기업화: 실적 악화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지만, 정부 지원이나 저금리 덕분에 연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산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성장 기업이 자라기 어려워져 경제 전반의 활력이 저하됩니다.

 

💴 엔저의 양면, 수출 호재 vs 수입 인플레이션

사나에노믹스의 금융 완화 기조는 필연적으로 엔저를 초래합니다. 21조 엔 부양책 발표쯤엔 엔/달러 환율은 157엔대로 내려앉아 올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엔/유로 환율은 사상 처음 180엔대로 하락했죠. 가타야마 재무상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일본 제품의 외화 표시 가격이 내려가면서 해외 판매가 늘고, 해외 매출을 엔화로 환산한 실적이 개선되기에 수출 기업에 유리합니다. 최근 자동차, 정밀기계, 전기·전자 등 수출주가 급등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미 2년 넘게 2%를 웃돌고, 실질임금은 20개월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죠.

게다가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이 문제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밝혔고, 이번 부양책도 물가 억제 효과를 내세우는데요. 하지만 고환율이 물가를 더 자극하면, 물가는 오르는데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스크루플레이션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스크루플레이션: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소득은 제자리여서 국민들의 체감 생활 수준이 나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장의 경고, 트리플 쇼크가 던진 신호

⚡ 채권시장 쇼크, 재정 신뢰의 균열

21조 엔 부양책이 확정되기 직전이었던 지난 18일, 일본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17조 엔대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 소식에 채권·외환·주식시장이 동시에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덮쳐온 건데요. 특히 채권시장의 반응이 극적이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1.755%로 2008년 6월 이후 17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0년물도 2.81%로 1999년 6월 이후 약 2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죠.

부양책 확정 후에도 우려는 지속됐습니다. 이번 주 초 5년 및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투자자들이 일본 정부의 재정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국채를 팔아치운 것입니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지속적인 재정 확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채권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며,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시장금리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용평가사의 반응은 흥미로웠습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일본이 당분간 사회보장, 이자 지출, 국방비 등에서 더 큰 재정지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에는 이미 재정수지의 오랜 약점과 매우 높은 정부 부채 부담이 반영돼 있어 등급 평가가 크게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는데요.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재정 상황이 이미 너무 나빠서 더 나빠져도 등급에 영향이 없다는 해석이죠.

 

📉 주가 급락과 중국 리스크

채권시장 붕괴에 이어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 18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3.22% 급락한 48,70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불과 며칠 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환호하던 시장이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 것입니다.

주가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인한 중·일 관계 악화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보복 조치로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렸고, 희토류 등으로 경제 제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는데요. 올해 1~9월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소비가 1조 6,443억 엔에 달하는 상황에서 화장품, 백화점 등 내수 관련주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편, 미즈호연구소는 다카이치 총리 선출 이후의 주가 상승은 미래의 정책 효과를 선반영한 측면이 강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질적인 기업 실적 개선이나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랠리는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거품일 수 있다는 설명이죠.

 

🎭 정책 기대감과 현실의 격차

시장의 변동성은 사나에노믹스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금융 완화를 지속하자니 엔저가 심화하며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천문학적 국가부채의 이자 부담이 재정을 파탄 낼 수 있습니다. 적극 재정을 펼치자니 재원이 부족하고, 재정 규율을 지키자니 경기 부양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죠.

이제 정책 기대감만으로는 더 이상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집니다. 만약 일본은행이 엔저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거나, 재정 확대 법안이 의회에서 발목을 잡힐 경우 정책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더 큰 우려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저출생·고령화는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무리 재정을 퍼부어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운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 몫을 끌어다 쓰는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하게 된다면 사나에노믹스는 일본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더 깊이 밀어 넣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죠.


사나에노믹스는 10년 전 아베노믹스가 맞서 싸운 디플레이션이 아닌, 훨씬 복잡한 다중 위기와 싸워야 합니다. 21조 엔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부양책은 다카이치 총리의 의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재정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데요. 일본 경제의 미래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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