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모건이 최근 "비트코인 채굴 수익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채굴 난이도는 낮아졌는데 오히려 수익은 바닥을 쳤다는 건데요. 그런데 정작 주식시장에서는 채굴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대체 비트코인 채굴이 뭐길래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비트코인 채굴은 금 캐는 것과 다르다
'채굴'이라는 단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땅을 파서 금을 캐듯 비트코인을 캔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캐내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 거래 내역을 검증하는 작업'이죠. 이 과정에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기 때문에 채굴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은행 직원이 거래 장부를 확인하고 도장을 찍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 채굴자들이 이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누군가 비트코인을 송금하면 그 거래가 진짜인지 확인하고,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장부에 기록하는 사람들이 바로 채굴자들입니다.
채굴은 결국 '숫자 맞추기 게임'
채굴 과정을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약 10분마다 하나의 '블록'을 만드는데, 이 블록에는 최근 발생한 거래 내역들이 담깁니다. 채굴자들은 이 블록에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숫자를 찾아내야 하죠. 이 숫자를 찾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무작위로 숫자를 대입해보는 건데요. 마치 자물쇠 비밀번호를 0000부터 9999까지 하나씩 다 눌러보는 것처럼 말이죠. 채굴자들은 초당 수천억, 수조 번씩 숫자를 대입해보며 정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정답을 찾은 채굴자만이 그 블록을 블록체인에 등록할 권리를 얻고, 보상으로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현재는 블록당 약 3.125BTC를 받는데요. 이게 바로 '채굴 보상'입니다. 나머지 채굴자들은 아무리 열심히 계산해도 한 푼도 못 받고 다시 다음 블록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죠.
문제는 이 '숫자 맞추기'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비트코인 정답을 찾으려면 초당 수조 번 이상의 계산을 해야 하는데요. 사람이 계산기를 두드려서는 평생 걸려도 단 한 번의 시도조차 못 합니다. 그래서 채굴자들은 고성능 그래픽카드(GPU)나 채굴 전용 장비인 ASIC(주문형 반도체)을 사용합니다. 초기에는 일반 컴퓨터 CPU로도 채굴이 가능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최신 채굴 장비를 수백, 수천 대 돌려야 겨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혼자서는 못한다, 그래서 '풀'에 모인다
문제는 채굴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는 겁니다. 개인이 집에서 컴퓨터 몇 대로 채굴해서 보상을 받을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로또 1등 당첨보다 훨씬 어렵죠. 그래서 등장한 게 '채굴 풀'입니다. 채굴 풀은 여러 채굴자들이 힘을 합쳐 함께 문제를 푸는 시스템입니다. 수백, 수천 명의 채굴자들이 자신의 컴퓨팅 파워를 하나로 모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겠죠. 풀이 블록을 찾는 데 성공하면 보상을 각자 기여한 계산량에 비례해 나눠 갖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풀의 계산력 중 1%를 기여했다면, 풀이 받는 3.125BTC 보상 중 1%인 0.03125BTC를 가져가는 식입니다. 한 번에 받는 금액은 적지만 꾸준히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대부분의 채굴자들은 풀에 참여합니다. 혼자서 1년에 한 번 대박을 터뜨릴지 모르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받는 게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대부분은 몇 개 대형 풀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USA, 앤트풀, F2풀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 상위 10개 풀이 전체 해시래이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시래이트: 전 세계 채굴자들이 1초당 시도하는 계산 횟수를 의미합니다.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해시레이트는 약 1,000엑사해시인데, 이는 1초에 100경 번 계산한다는 뜻입니다. 해시레이트가 높다는 건 그만큼 많은 채굴자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