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됐습니다.
- 다만, 대만과 호르무즈 해협 등 각국의 핵심 이익을 둘러싼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는데요.
- 트럼프의 협상력이 약해진 가운데 실질적 합의는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9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
🤝 8년 6개월 만의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15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땅을 밟은 건 2017년 11월 트럼프 1기 때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인데요. 두 정상이 직접 만난 것도 작년 10월 부산에서 만난 후 7개월 만입니다.
🏛️ 시작은 화기애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인민대회당에서 맞이한 뒤 톈탄 공원 산책, 국빈 만찬, 중난하이 초청까지 이어가며 극진히 환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연내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에 시 주석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MAGA는 양립할 수 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앞 글자를 딴 약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정치 구호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제조업 부흥, 강경한 이민 정책, 보호무역 강화, 전통적 가치 강조 등을 통해 미국의 경제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방향성을 상징합니다.
🎭 사실은 동상이몽?: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속내는 서로 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직접 대면을 통해 빠른 성과를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중국 시장 접근 등 당장 외교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의제를 우선순위로 뒀습니다. 반면 시 주석은 그간 관세 전쟁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죠.
핵심 이익 두고는 양보 없어
🔍 어떤 논의가 나왔나?: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보잉(Boeing)·쇠고기(Beef)·대두(Beans) 수출과 투자·무역위원회(Board of Trade·Board of Investment) 설립의 '5B'를, 중국은 관세(Tariff)·기술(Tech) 수출통제·대만(Taiwan) 문제의 '3T'를 핵심 의제로 들고 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은 보잉 항공기 200대 주문과 미국산 대두·석유 수입을 약속했고, 미국은 알리바바·레노버 등 중국 기업 10곳에 엔비디아 H200 반도체 구매를 허가했는데요. 다만 H200 승인은 이미 작년 12월에 나온 조치로,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납품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정작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구매를 막고 있어,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진전이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H200: 엔비디아가 개발한 차세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입니다. AI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미국이 중국에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H20를 수출한 적이 있습니다.
🇹🇼 대만 둔 입장차는 여전해: 그러나 핵심 이익을 두고서는 양국 모두 입장을 좁히지 않았는데요.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하자마자 대만 문제를 '레드라인'으로 못 박으며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해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대만에 대한 우리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전방이자 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죠.
⛵ 호르무즈 해협도 흐지부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명확한 합의 역시 없었습니다. 백악관이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유지와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에 합의했다"라고 발표한 반면, 중국은 "중동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고만 짧게 언급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조를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약속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 진영의 자금줄을 떠받치고, 영향력을 넓히는 핵심 지렛대인만큼 합의가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커진 중국, 흔들리는 트럼프
🐉 베이징의 외교 무대화: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나흘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20일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입니다. 일주일 사이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잇달아 맞이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푸틴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분위기를 평가하고 중러 관계를 재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외교적 존재감이 한층 부각되는 장면입니다.
⚖️ 기울어진 무게추: 회담장 안팎에서도 달라진 두 정상의 위상이 드러났습니다. 9년 전 2,500억 달러 선물 보따리를 안겼던 중국은 이번엔 회담 전부터 언급해선 안 될 5가지 주제를 미국에 통보했는데요.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패권 충돌을 의미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까지 꺼내 들며 대만 문제를 "레드라인"으로 못 박았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도 대만 안건에 무반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죠.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의 자리를 위협할 때, 두 국가 사이의 구조적 긴장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입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신흥국 아테네와 패권국 스파르타 사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분석한 데서 유래했죠.
😓 결국 한발 물러선 트럼프: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을 향해 "독립을 추진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간 미국이 유지해 온 '대만 독립 불(不)지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시 주석의 강경 메시지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의 압박에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커진 중국의 존재감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