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줄 요약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평화협정 추진 의사를 확인했지만, 휴전이나 영토 문제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 러-우 전쟁에선 러시아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를 거부하며 장기 소모전에 들어간 상태인데요.
- 러시아 경제는 군비 지출 덕에 버티고 있지만, 인력난·인플레이션·제재 압박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 시각),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 회담이 성사됐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열린 양국 정상의 만남이었기에 전 세계의 눈길이 쏠렸지만, 기대와 달리 실질적 합의 없이 막을 내렸는데요. 양국 정상이 평화협정을 언급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도 커졌지만, 오후 회담이 취소되고 별다른 합의문도 나오지 않는 등 큰 소득은 없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오늘 <경제 한입>에서는 이 정상회담을 출발점 삼아,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전황과 러시아 경제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려 합니다.
미·러 정상회담, 평화라는 이름의 공허한 약속
🤝 평화협정 논의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지난 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만났습니다. 이번 회담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이 직접 마주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세계적 관심을 모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아닌 평화협정"을 강조하며 단순히 전투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제도적으로 종결짓는 포괄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푸틴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시하며 전쟁 종식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 이번 회담의 의미는?
이번 회담이 알래스카에서 열린 것도 의미가 컸습니다. 알래스카는 미국과 러시아가 가장 가깝게 맞닿은 곳이자, 과거 러시아가 미국에 매각했던 땅이라는 상징성이 있었죠. 무엇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선택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며 레드카펫을 깔고 직접 손뼉을 치며 환영했고, 두 정상은 '더 비스트'라 불리는 대통령 전용 리무진에 동승해 이동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국가원수급 예우라고 평가했지만, 서방에서는 지나친 유화 제스처라는 비판도 나왔죠.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질적 성과는 없었습니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하루였다"라는 평을 남기면서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는데요. 결국 이번 만남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뒀을 뿐, 평화를 향한 실질적 진전은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줬죠.
더 큰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였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포기하면 휴전과 재공격 중단을 서면으로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유럽 정상에게 직접 전하며 사실상 푸틴의 조건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국제 사회에서는 푸틴에게 전쟁 지속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의 돌파구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1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 결과를 전제로, 자신·젤렌스키·푸틴이 함께하는 3자 회담을 22일까지 마련하겠다고 유럽 정상들에게 알렸는데요. 사실상 '휴전 노딜' 회담 직후 평화협정으로 직행하려는 시도로 풀이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 합의 불발의 원인, 영토와 안보
합의가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영토 문제였습니다. 러시아는 돈바스와 크림반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이 지역을 협상 불가 영역으로 선을 그었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양보는 없다"라는 강경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버텼죠.
또 다른 난관은 안보 문제였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 서방군 주둔 같은 안전보장 방안이 핵심 쟁점이었는데, 러시아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우크라이나는 안전보장이 없는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맞섰습니다. 양국의 간극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휴전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회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그는 "영토재획정이 논의될 것이지만,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것"이라며 회담 전부터 러시아 점령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셈이었죠.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카드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거론했는지도 불분명했습니다.
🌍 국제사회의 시각은?
국제사회는 이번 회담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유화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특히 회담 전에는 "합의가 없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정작 회담에서는 제재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유럽 주요국은 대화 자체는 환영하지만, 영토 양보가 전제되는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돈바스 철수 없는 평화는 없다"라고 못 박으며 러시아 요구를 거부했죠. 반면, 러시아는 회담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을 안고도 미국 땅을 밟아 정식 의전을 받은 첫 사례를 만들었고, 전쟁 종식 대화에 응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외교적 명분까지 쌓을 수 있었죠.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평화의 돌파구라기보다는 푸틴 대통령에게 외교적 공간을 열어준 무대였다는 비판이 우세합니다.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는 얻은 것이 거의 없지만 푸틴은 분명히 이겼다"라고 평가하며, 제재 회피와 외교 복귀라는 푸틴의 숙원이 달성됐음을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 장기전의 소용돌이
🔥 러시아 공세와 전선의 현실
전쟁은 3년 반을 넘기며 여전히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군은 최근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인근으로 진격하며 전선을 17km가량 밀어냈는데요. 이는 러시아가 여전히 군사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드론 공격과 미사일 공세도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가 계속 파괴되고 있죠.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무기와 자금 지원에 의존해 방어를 이어가지만, 인력과 장비 모두에서 한계가 뚜렷합니다. 특히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정치적 이유로 지연되면서 방어망이 취약해졌는데요. 이런 상황이 바로 러시아가 전선을 조금씩 확장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국제 전문가들은 현재 전황을 '공세를 지속 중인 러시아 vs 방어적 우크라이나'의 구도로 분석합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공격할 수 있는 자원이 있고, 우크라이나는 버티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는 건데요. 전쟁은 단기에 종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장기 소모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입니다.
🪖 병력 손실과 전쟁 비용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의 병력 손실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수십만 명의 전사자와 부상자를 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요. 병사들에게 수천만 원대의 입대 보너스와 가족 보상금을 지급하며 인력을 충원하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작습니다. 러시아가 매일 전쟁 유지에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로 부담이 크죠. 이는 곧 물가 상승과 재정 불안으로 이어져 러시아 경제 전반을 압박합니다. 우크라이나도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전사자와 피란민 증가로 인구 구조가 흔들리고, 주요 도시와 기반 시설의 파괴로 경제적 손실이 누적되고 있죠.
🏛 외교전과 전쟁의 교차로
전황과 더불어 외교전도 치열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직후 "평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하다"라면서도 "영토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천명했습니다. 협상 공간은 열어두되, 굴욕적 평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였죠.
유럽 각국도 같은 입장입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보장과 안보 협력 강화를 재차 확인하며, 러시아가 원하는 조건부 평화에는 선을 긋는데요.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추가 제재 가능성도 검토 중입니다. 러시아는 전선에서 성과를 쌓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우크라이나는 외교적 지원을 통해 버티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죠.
러시아 경제, 전쟁 특수의 허상과 구조적 한계
💸 군비 의존의 성장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경제는 군비 지출에 크게 의존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방산업 투자가 늘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임금이 오르자 겉으로는 경제가 안정된 듯 보였죠. 실제로 러시아의 국방비는 GDP의 6%를 넘어 미국(약 3.5%)을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민간 산업은 위축되고 혁신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면서, 군수산업 중심의 성장이 경제 전반을 왜곡하는데요. 방위 산업이 일시적 활황을 누리지만, 결국 민간 소비와 투자가 갉아 먹히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는 셈이죠. 경제학자들은 러시아를 두고 "전쟁 특수 덕분에 연명하는 경제"라고 말합니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 군수 산업의 버팀목마저 사라지면 다른 산업은 한층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노동력 부족과 인플레이션
러시아가 직면한 가장 뼈아픈 문제는 노동력 부족입니다. 전쟁으로 수십만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했고, 수백만 명의 젊은이가 징집을 피해 국외로 떠났습니다. 그 결과 노동시장은 빠르게 쪼그라들었고, 청년층 감소는 장기 성장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했죠.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임금만 치솟다 보니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만 늘어나는 왜곡이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물가가 급등했고, 2024~25년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10% 안팎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는데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며 대응했지만, 이로 인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도 얼어붙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낮은 실업률은 오히려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숙련 인력이 부족해 제조업, 운송업, IT 분야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심각해졌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성장 정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경제가 침체해 일자리와 생산은 줄어드는데, 물가만 계속 오르는 비정상적 상황을 뜻합니다.
🛢 원자재 수출과 버티기의 논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첫째는 에너지 수출이 든든한 외화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시장은 크게 좁아졌지만, 중국과 인도 등 비서방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가격에 대거 사들이면서 수출길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서방의 제재를 피해 제3국을 통한 우회 무역이 활발한 점도 도움이 됩니다. 카자흐스탄, 터키, 아르메니아 등을 거쳐 반도체·공작기계·차량 부품 같은 전략 물자가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는데요. 덕분에 서방이 끊으려 한 공급망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죠.
정부의 강력한 통제도 버팀목이 됐습니다. 외환 규제와 수입 대체 정책을 강화하고,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밀어붙이며 위기를 억누른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성장의 활력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단기적으로 붕괴를 막는 데는 효과적입니다. 러시아 경제는 군수산업, 에너지 수출, 국가 통제라는 세 가지 축에 기대며 버티는 상황입니다.
이번 회담은 전쟁이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경제와 직결된 싸움임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러시아는 군비와 자원 수출을 앞세워 버티고 있지만, 그만큼 경제의 왜곡과 부담도 커지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 장기화 속에서 서방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처지입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전쟁의 향방은 이상적인 평화 선언이 아닌, 언제까지 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