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룰라가 1차 투표 열세를 뒤집고 결선에서 51.8%로 브라질 대선 4선에 성공했습니다.
- 트럼프 2기 시작 후 중남미 지역에서 연승을 거둬온 우파 진영이 첫 패배를 맞았는데요.
- 한편, 룰라의 당선 후 브라질 주식을 추종하는 ETF가 급락하는 등 증시에선 부정적 기류가 형성됐습니다.
예상 뒤엎은 역전, 4선 성공한 룰라
🗳 1989년 이후 첫 역전극: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51.77%를 득표해 48.23%에 그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약 440만 표 차로 이겼습니다.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는 보우소나루가 47.03%로 룰라(45.16%)를 앞섰는데, 1989년 직선제 도입 뒤 1차 투표 2위가 결선에서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로써 룰라는 2003년 첫 집권 뒤 통산 4번째 당선으로 브라질 최초의 4선 대통령이 됐는데요.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이어 아들도 룰라에게 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 막판 승부수가 먹혔다: 1차 투표 뒤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앞서지 못한 룰라는 선거 직전 복지와 노동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 보우사 파밀리아 지원금을 15% 올려 선거 전에 미리 지급했고,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은 선거 직전 상원을 통과했으며, 주말 무료 대중교통 개헌안도 내놨는데요.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했고 북동부 지역이 표를 몰아준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평가받죠. 결선에서 룰라는 1차보다 약 1,030만 표를 더 얻었지만 보우소나루는 368만 5,000표를 더하는 데 그쳤습니다.
⏰ 투표 2시간 연장, 그리고 불복: 한편, 이번 투표 당일에는 마감 시간이 두 시간 늘어나는 이례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룰라 측이 상파울루 등에서 버스 배차를 줄여 투표를 방해했다며 가처분을 내자 연방대법원이 마감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늦췄는데요. 이후 보우소나루 측도 투표 연장을 요구하면서 투표 시간이 일괄 연장됐죠. 다만, 이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며 부정 선거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이에 보우소나루는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선 무효화를 요청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대선에 불복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은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결과에 불복하고 나선 거죠.
중남미 휩쓸던 블루 타이드, 태클 걸리다
🌊 트럼프 2기 뒤 우파 첫 패배: 이번 결과는 중남미를 휩쓴 우파 집권 물결, 블루 타이드가 처음으로 꺾인 사례입니다. 트럼프 2기 출범 뒤 에콰도르·볼리비아·온두라스·칠레·코스타리카·콜롬비아·페루에서 잇따라 보수 지도자가 집권했고, 마지막 승부처인 브라질도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요. 브라질이 버티면서 중남미 경제 1·2위인 브라질과 멕시코가 모두 중도좌파 지도자 아래 남게 됐습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보수주의 물결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보우소나루도 유효표의 절반 가까이를 얻은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죠.
블루 타이드(Blue Tide): 중남미에서 우파 정권이 연달아 들어서는 흐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2000년대 좌파 정권이 잇따라 집권한 흐름은 핑크 타이드(Pink Tide)라 불렀죠.
🇺🇸 미국은 보우소나루 편: 미국은 최근 중남미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부 관료 두 명의 주도 아래 대법관 제재, 범죄단체 테러조직 지정을 통한 룰라 행정부 끌어내리기 등 각종 공작을 주도했다는 개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브라질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죠.
🥊 역풍으로 돌아오다: 다만, 이런 관세 정책은 룰라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는 등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주권 침해로 해석되면서 룰라 정부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받죠. 이후 브라질의 외교 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브라질의 올해 대중국 수출은 이미 583억 달러로 대미 수출 174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 브라질은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 한편, 룰라는 승리 연설에서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표했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외국의 간섭을 물리쳤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SNS 서비스를 운영하는 메타가 선거 기간 룰라 진영 게시물 노출을 제한했다는 의혹을 겨냥한 말인데요. 이에 메타는 기술적 오류는 있을 수 있어도 정치적 편향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룰라 당선, 시장에는 악재?
📉 급락한 브라질 ETF: 다만, 대선 결과가 나오자 시장은 바로 등을 돌렸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브라질 주식을 담은 ETF(EWZ)는 장외 거래에서 20% 가까이 떨어졌고, 도쿄 증시의 브라질 ETF도 12.75% 내렸는데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헤알화 파생상품은 달러당 5.60헤알 선에서 움직였습니다. 지난 23일 종가보다 헤알 가치가 10% 넘게 빠질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죠.
💸 보우소나루가 이길 줄 알았는데: 그동안 투자자들은 재정 삭감을 내건 보우소나루의 승리를 기대하며 하반기 내내 브라질 자산을 사들여 증시를 사상 최고치까지 밀어 올렸습니다. 1차 투표 직후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하루 만에 4% 넘게 상승한 데다, 국채금리 역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기대감이 꺼진 것이 증시 반응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 룰라 앞에 놓인 과제: 룰라는 복지 확대를 천명했지만, 현재 브라질의 재정 상황이 신통치 않다는 점은 주요 과제로 꼽힙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연방·주·지방정부 등을 포괄하는 일반정부 총부채는 11조 1,000억 헤알에 달하는데요. 이는 브라질 GDP의 82.9%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의무지출에 해당해 추가적인 조정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