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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닛산, 본사 건물까지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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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닛산, 본사 건물까지 판다

🔎 핵심만 콕콕

  • 한때 세계 판매 1위까지 올랐던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이 휘청입니다.
  • 작년에만 6조 4천억 원가량의 적자를 내면서 자금 압박을 받는데요.
  • 결국 공장 폐쇄와 자산 매각에 나섰습니다.

닛산, 잘 나가던 과거는 어디에

📉 입지 흔들리는 글로벌 시장: 일본 자동차 기업 닛산이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만 6,708억 엔(약 6조 4,000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위기에 빠졌습니다.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로,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습니다. 지난 2017년, 르노, 미쓰비시와 연합을 꾸리며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 자리에도 올랐던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정도의 부진입니다.

🚘 줄어든 판매량, 무너진 실적: 닛산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판매량 급감에서 비롯됐습니다. 2010년 408만 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2017년 577만 대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그리며 2020년에는 405만 대, 2023년에는 335만 대까지 추락했죠. 특히 문제가 된 건 팔 만한 신차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급증했지만, 닛산은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는데요. 이에 도요타와 같은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주요 시장 점유율을 잃기까지 이르렀습니다.

⚙️ 기술 혁신에서 밀린 닛산: 닛산은 2010년대 초반,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LEAF)로 EV 시대를 연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후속 모델 부재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환 지연으로 '1세대 혁신'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장,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며 치고 나갔지만, 닛산은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머물며, 전장화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장에서 뒤처진 것이죠.

전장화(전자장비화): 자동차에 전자 제어 장치, 센서, 소프트웨어 등을 통합해 차량 성능과 기능을 고도화하는 기술 흐름입니다. 전기차,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미래차 산업의 핵심 경쟁 영역으로 꼽힙니다.

 

길 잃은 리더십, 멈춘 전략

🤝 흩어진 책임, 느려진 조직: 닛산 몰락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리더십 공백과 전략 혼선이 지목됩니다. 2018년 카를로스 곤 회장 퇴진 이후, 닛산은 CEO 단독 결정을 지양하고 이사회 중심의 집단 경영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무려 60명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는 전략 수립과 실행 속도를 크게 늦췄고, 조직은 방향성을 잃은 채 혼란에 빠졌죠. 경쟁사가 전기차·소프트웨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이, 결정을 미루던 닛산은 결국 흐름에 뒤처지게 됐습니다.

카를로스 곤: 프랑스-레바논-브라질 국적을 가진 경영자로, 1999년 르노에서 파견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닛산의 흑자 전환을 이끌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2018년 횡령 혐의로 체포, 이듬해 레바논으로 극적 도주하며 리더십 공백과 혼란을 남겼습니다.

🔄 리더 교체로 혼선 가중: 최근 10년간 CEO가 무려 네 차례나 교체되며 기업 정체성에도 균열이 생겼습니다. 리더가 바뀔 때마다 전략이 바뀌고 조직 개편이 반복되면서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졌는데요. 특히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시장 전략 등 핵심 어젠다조차 일관성을 잃으면서, SUV 중심의 북미 시장에서는 '로그' 같은 주력 모델 후속 개발이 지연됐고, 유럽 시장에서는 전기차 '리프' 이후 경쟁력 있는 EV 신차가 등장하지 못했죠. 경쟁에 대응하긴커녕 내부 전략 조율에 시간을 허비한 셈입니다.

🗺️ 전략 없는 전략, 실행 없는 슬로건: 작년 3월, 닛산은 2027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100만 대 이상 늘리고, 신차 30종을 출시해 성장 곡선을 그리겠다는 '디 아크'(The Arc)전략을 발표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전략 발표 3개월 만에 영업이익은 99% 급감했고, 판매는 오히려 감소했죠. 제대로 된 신차 없이 앞세운 전략은 현장에서 힘을 잃었고, 닛산은 결국 차량당 4,000달러(약 550만 원)에 달하는 현금 인센티브로 재고 밀어내기에 나서며 손실을 키웠습니다.

 

리셋 선언한 닛산의 생존 전략

🧯 6조 적자 후 칼을 빼 들다: 당장 현금 부족 문제를 맞닥뜨린 닛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내년에 갚아야 하는 빚만 해도 56억 달러(약 7조 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의 자동차 고율 관세가 유지될 경우 영업 손실 4,500억 엔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죠. 이에 닛산은 회사채 발행 등으로 1조 엔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지만, 아직 이사회의 승인까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공장 줄이고 자산 팔고: 닛산은 전체 직원의 약 15%인 2만 명을 감원하고, 일본·멕시코·인도 등에 위치한 7개 생산 거점을 2027년까지 통폐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전 세계 25개 공장의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차량 개발 소요 시간(리드타임)을 30개월로 단축하는 등 전반적인 효율화 작업에도 착수했는데요. 동시에 보유 중인 미쓰비시자동차 지분 중 최대 10%를 매각해 약 6,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상징적 자산인 요코하마 본사 건물까지 매각을 추진하며 약 9,600억 원의 추가 자금 마련에 한창입니다.

🤝 구원투수 있을까: 닛산은 작년 말 혼다와 경영 통합을 추진했지만, 구조조정 조건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혼다는 자회사 편입안을 제시했지만, 닛산은 대등한 통합에만 집착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는데요. 현재 닛산은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 중입니다. 전략 책임자는 "혼다를 포함해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밝혔고, 일본 진출을 선언한 폭스콘이 유력 후보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닛산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닛산은 EV 시대를 가장 먼저 열고도 후속 투자를 놓친 브랜드"라며 "지금은 살 만한 차가 없는 브랜드로 전락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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