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7일 개봉한 <탑건:매버릭>이 전 세계적으로 1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주연 배우 톰 크루즈의 영화 커리어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둔 작품은 이번 영화가 유일한데요. 이로써 그는 60세의 나이로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게 됐습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톰 크루즈는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둬왔는데요. 오늘 <브랜드 한 입>에서는 톰 크루즈라는 인물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 비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톰 크루즈, 그는 누구인가?
1962년생인 톰 크루즈는 지난 1981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총 45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40편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 톰 크루즈의 대표작으로는 <탑건> <엣지 오브 투모로우> <위험한 청춘>을 비롯해 <미션 임파서블> <잭 리처> 프랜차이즈 등이 있습니다.
- 톰 크루즈의 첫 번째 작품은 1981년 작 <끝없는 사랑>입니다. 당시에는 단역으로 등장했는데요. 불과 2년 만에 <위험한 청춘>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입증합니다.
- 3년 뒤 1986년에 <탑건>에 출연했으며, 이 영화는 1986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합니다. 톰 크루즈는 대중성까지 입증하며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것이죠.
- 미국 미디어 업체 <포브스>는 매년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 연예인 100명(Celebrity 100)’을 선정해 발표하는데요. 톰 크루즈는 지난 2001년과 2006년, 포브스 선정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 연예인 1위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톰 크루즈의 브랜드 파워는?

톰 크루즈가 출연한 작품은 지금까지도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그가 가장 최근에 출연한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은 2018년 전 세계 흥행 성적 8위, <탑건: 매버릭>은 2022년도 전 세계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톰 크루즈가 지금까지 주연 배우로 출연한 작품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은 누적 84억달러입니다. 이는 역대 할리우드 배우들 가운데 ‘주연 영화 전 세계 흥행 성적’ 순위 7위에 해당합니다.
- 그보다 순위가 높은 스칼렛 요한슨, 새뮤얼 잭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은 모두 마블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입니다. 반면, 톰 크루즈는 단 한 편의 마블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았는데요. 그의 개인 브랜드 파워가 영화 프랜차이즈 및 IP만큼이나 영화의 흥행을 끌어냈다는 점이 부각됩니다.
- 미국 잡지사 버라이어티의 수석 평론가 오언 글라이버맨(Owen Gleibergman)은 톰 크루즈가 “존재 자체만으로 영화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톰 크루즈의 영향력은 선글라스 제조사 레이밴(Ray-Ban)을 침체기에서 구해내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현란한 컬러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레이밴은 당시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도태되기 시작했죠.
- 이에 인기 라인업이었던 웨이퍼어러(Wayfarer) 모델의 판매 중단까지 고려됐습니다. 그러나 톰 크루즈가 <위험한 청춘>에서 웨이페어러 모델을 착용하고 나오자 해당 모델 판매량은 50% 상승해 1983년에만 360,000개가 판매됐습니다. 5년 뒤인 1988년에는 연간 주문량이 4백만 개에 이르렀죠.
- 톰 크루즈는 <탑건>에서 또 한 번 레이밴의 매출을 견인합니다. 작중 그는 레이밴의 에비에이터를 착용하고 등장하는데요. 이후 레이밴의 판매율이 40%나 증가했습니다.
톰 크루즈는 어떻게 40년 이상 팔리는 브랜드가 됐을까?
1990년대 인기 배우들의 대부분은 현재 은퇴했거나 더 이상 작품에 많이 출연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톰 크루즈는 현재까지도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데요. 오히려 최근 출연작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 폴 맥도날드(Paul McDonald) 킹스 칼리지 런던 미디어 산업 교수는 그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상업적 무게감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라고 평가했죠.
- 일부 언론은 영화 프랜차이즈 혹은 인기 IP의 도움 없이 성장한 그에게 ‘마지막 영화 스타(the last movie star)’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톰 크루즈는 어떻게 이 높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브랜딩 비결을 영화 속 배역과 영화에 대한 태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습니다.
철저히 계산된 배역

톰 크루즈는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항상 비슷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를 통해 톰 크루즈라는 브랜드를 더욱 강화했죠.
미국 언론 워싱턴 포스트는 그가 맡았던 배역을 총 3단계로 구분했습니다.
- 독립성과 개성이 뛰어난 캐릭터: 위험한 청춘(1983), 탑건(1986), 폭풍의 질주(1990), 어 퓨 굿 맨(1992), 제리 맥과이어(1996), 콜래터럴(2004)
- 잘못된 제도와 상황에 부닥친 노동자 계층: 뜨거운 가슴으로 내일을(1983), 칵테일(1988), 컬러 오브 머니(1986), 파 앤드 어웨이(1992), 야망의 함정(1993), 7월 4일생(1990), 제리 맥과이어(1996),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 대중을 구하는 냉철한 전문가: 어 퓨 굿 맨, 우주전쟁(2005),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1996~),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나잇 & 데이(2010), 오블리비언(2013), 잭 리처 프랜차이즈(2012~2016)
이는 톰 크루즈가 본인을 일종의 브랜드이자 비즈니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본인의 이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와 거리가 있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제품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톰 크루즈는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해 영화 내 본인의 배역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이를 위해 직접 영화 제작사를 설립하기도 했죠.
- 지난 1993년, 그는 당시 에이전트였던 폴라 와그너(Paula Wagner)와 크루즈/와그너 프로덕션을 설립합니다. 이들이 제작한 첫 작품은 <미션 임파서블 1>이었죠. 이로써 그는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의 주인공 ‘이단 헌트’라는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 와그너가 떠나며 크루즈/와그너 프로덕션은 지난 2008년부로 해체됐습니다. 그래도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및 <잭 리처> 프랜차이즈, <탑건:매버릭>에서도 제작자로 참여하며 지금까지 구축한 이미지를 계속해 강화해 나갔죠.
영화에 대한 높은 열정
톰 크루즈의 이미지는 영화 속 배역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도 일관성 있게 강화돼 왔습니다. 그는 커리어 내내 영화와 영화 산업에 대해 높은 열정을 비춰왔는데요. 대표적으로 대역 없이 스턴트를 소화한다는 점이 떠오르죠.
- 톰 크루즈는 직접 스턴트를 소화함으로써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역이 투입되는 여타 영화의 경우, 위험한 액션을 스턴트맨이 소화하는데요. 카메라가 두 인물을 교차해 촬영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몰입도를 일부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반면, 톰 크루즈가 출연하는 영화에서는 그가 직접 스턴트를 소화해 카메라가 더욱 자연스럽게 그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는데요. 덕분에 관객이 그의 액션신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죠.
- 톰 크루즈는 직접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 수십 년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왔습니다. 데이비드 베컴이 고안한 1,200칼로리 식단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하이킹, 펜싱, 달리기, 카약 등 다양한 운동 또한 병행 중입니다.
그는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높은 애정을 표현해왔습니다. 영화 업계에 미치는 본인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늘 유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죠.
- 그는 <미션 임파서블 7> 촬영 중 미국 잡지 엠파이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천개, 만개의 일자리에 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영화 촬영을 재개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죠.
-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그는 미션 임파서블 촬영장에서 연출진을 향해 소리를 높여 욕설했는데요. 두 스태프가 스크린 앞에서 회의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 공개된 음성 파일에 따르면 그는 “할리우드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 때문에 영화를 만들고 있다…우린 지금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라며 다시 한번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후 그의 태도를 칭찬하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사이언톨로지, 오프라 윈프리 쇼, 커리어의 저점.
그러나 톰 크루즈가 데뷔 이래 항상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했던 것은 아닙니다. 2006년 전후로 다양한 스캔들로 인해 평판이 나빠졌으며 이는 흥행 성적으로도 드러났죠.
- 톰 크루즈는 사이언톨로지 교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에는 그가 출연한 사이언톨로지 프로모션 영상이 유출되기도 했는데요. 이보다 앞선 2005년에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견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며 정신의학에 반대하는 등 다소 극단적인 모습이 노출됐습니다.
- 아울러 같은 해 5월에는 <우주전쟁> 홍보를 위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는데요. 쇼에서 당시 그의 연인이었던 케이티 홈즈를 향해 과도한 애정을 표현하며, 심지어는 날뛰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상기 여러 스캔들로 인해 2006년 배우의 인기도를 나타내는 ‘Q 점수’가 4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가장 열성적이고 충성스러운 팬들이었던 여성 관객들이 안티 세력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죠.
- 그 결과 2006년 5월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3>은 수익이 4억달러에 그치며 역대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합니다. 3달 후, 배급사였던 파라마운트의 모회사 비아콤(Viacom) 회장 섬너 레드스톤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커리어를 망치고 회사에 손실을 안겨주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라며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톰 크루즈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락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홍보 담당(PR) 전문가의 교체입니다.
- 위 사건 전까지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의 유명 PR 전문가 팻 킹슬리를 고용했습니다. 킹슬리는 언론에 과하게 노출되는 것을 유명인들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간주했는데요. 후일 한 인터뷰에서 킹슬리는 2003년 당시 톰 크루즈에게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건 상관없으나 영화 홍보 투어 중에는 자제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 그러던 2004년 3월, 톰 크루즈는 “나의 종교에 대한 발언을 제재한다”라는 이유로 14년간 함께 해 온 팻 킹슬리를 해고합니다. 대신 톰 크루즈의 누나이자 사이언톨로지 교인인 리 앤 드뱃(Lee Anne DeVette)을 고용했는데요.
- 문제는 드뱃이 PR을 담당한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뉴욕 리서치’ 조사 결과 톰 크루즈는 영향력 있는 스타 순위가 12위에서 50위로, 배우로서의 호감도는 11위에서 197위로 크게 떨어지게 된 원인 중 하나죠.
극복, 그리고 다시 커리어 하이를 향해
톰 크루즈는 새로운 PR 전문가를 고용하고 기존과는 다른 장르의 작품에 출연함으로써 이미지 쇄신을 꾀합니다.
- 2005년 11월, 크루즈는 드뱃 대신 전문 PR 담당자와 글로벌 마케팅 및 홍보 대행사인 Rogers & Cowan의 공동 회장 폴 블로치(Paul Bloch)를 기용합니다. 그는 브루스 윌리스, 존 트라볼타, 실베스터 스탤론 등 유명 배우들의 PR을 담당했죠.
- 이후 한동안은 액션 영화를 자제하고 <로스트 라이언즈>(2007) <작전명 발키리>(2008) 같이 서정적인 드라마 영화에 출연합니다.
- 그러던 중 동료 배우인 벤 스틸러 제작의 <트로픽 썬더>(2008)에 기존 출연작과 대비되는 다소 코믹한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그의 연기가 많은 호평을 받으며 팬층을 다시금 모으게 됩니다. 또한, <트로픽 썬더>의 배급을 맡았던 것이 파라마운트였기에 관계 회복의 계기도 마련됐죠.
이후, <미션 임파서블 4> 출연을 계기로 톰 크루즈는 다시 스타덤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높은 흥행 성적을 이어왔죠.
-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3>의 제작을 맡은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도움으로 프랜차이즈에 복귀했습니다. 당시 에이브럼스 감독은 파라마운트가 배급을 맡은 <스타트렉: 인투 더 다크니스>를 흥행으로 이끌었는데요. 그가 <미션 임파서블 4>의 감독을 맡으며 톰 크루즈도 다시 이단 헌트 역을 맡게 됐죠.
- <미션 임파서블 4>(2011)에서 톰 크루즈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인 부르즈 할리파를 스턴트 대역 없이 직접 등반하는 등 엄청난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힘입어 본 영화는 전 세계에서 누적 6.9억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프랜차이즈를 통틀어 2번째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는데요. 같은 해 파라마운트가 배급한 영화 중에서도 2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 이후 그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잭 리처>, <미션 임파서블> 두 편에 출연하며 흥행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탑건: 매버릭>을 통해 커리어 최초로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죠.
여전히 유효한 톰 크루즈의 브랜드 파워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톰 크루즈는 데뷔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높은 티켓 파워를 자랑합니다.
- 이는 그가 영화 내외부에서 철저하게 이미지를 관리하고 기존의 캐릭터를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 특히 스턴트를 직접 소화하고 영화 산업에 미치는 파장까지 고려하며 제작에 임하는 태도는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 환갑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년과 내후년 개봉할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이 모멘텀을 이어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