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7년 전 떼어냈던 사업을 다시 품게 됐습니다.
- 전기차 수요가 꺾이고 중국의 저가 공세가 겹치며 적자가 쌓이자, 홀로 두는 것보다 안고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건데요.
-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루 만에 11% 넘게 빠지는 등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SK이노베이션, SKIET 다시 불러들이다
📢 흡수 합병 결의: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지난 2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IET를 흡수하고 SKIET는 소멸하는 구조인데요.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을 자회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끌고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죠.
🏭 전기차가 팔려야 사는 회사: SKIET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을 만드는 소재 회사입니다. 배터리 소재의 핵심 축 중 하나를 맡은 셈인데요. 그만큼 전기차 시장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곤 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Lithium-ion Battery Separator): 배터리 안에서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지 않게 막아 주는 얇은 막입니다. 두 극이 직접 닿으면 과열되거나 불이 날 수 있어, 배터리의 안전을 좌우하는 소재로 꼽히는데요. 동시에 리튬이온은 통과시켜야 해서 아주 미세한 구멍이 촘촘히 뚫려 있습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죠.
📐 합병비율은 어떻게 되나: 합병비율은 1대 0.1174540으로 정해졌습니다. SKIET 보통주 1주를 가진 주주는 SK이노베이션 신주 0.11주가량을 받는데요. 합병가액은 SK이노베이션 12만 5,862원, SKIET 1만 4,783원으로 기준시가를 그대로 썼고 할인이나 할증은 붙이지 않았죠.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448만 1,300주로, 기존 발행주식총수의 약 2.6% 수준입니다.
🗓️ 표결은 SKIET에서만: 단, 양사 간 진행 절차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쪽은 소규모합병이라 주주총회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하고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지 않는데요. 반대로 소멸하는 SKIET는 일반합병 절차를 밟아 11월 24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고, 새로 발행되는 SK이노베이션 주식은 내년 1월 18일 상장되죠.
소규모합병: 합병으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 존속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 이하일 때 밟을 수 있는 간소화된 절차입니다.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대신할 수 있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을 되사 줄 의무도 없는데요. 회사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대신 반대 주주를 보호할 장치가 줄어드는 거죠. 다만 반대 의사를 낼 길까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공고하거나 통지한 날부터 2주 안에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을 가진 주주가 서면으로 반대하면 소규모합병으로는 합병할 수 없죠. 상법 제527조의3에 규정돼 있습니다.
7년 만의 재합병, 이유는 뭘까?
🔄 떼어낸 지 7년 만에: SKIET는 원래 SK이노베이션의 한 사업부였습니다. 2019년 4월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떼어냈고, 2021년 5월 코스피에 상장했는데요.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독립시켜 빠르게 증설하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 판단이 7년 만에 뒤집힌 셈이죠.
📉 20%대 가동률, 이대로는 안 된다: 합병의 이유가 된 건 SKIET의 실적 부진입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요 고객사의 전동화 속도 조절,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이 20%대까지 내려갔는데요. 유럽 거점인 폴란드 공장에만 약 2조 원이 들어갔지만, 가동률이 내려가는 사이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 남았죠.
🤷 다른 방법도 없었어: SK이노베이션은 제3자 매각과 자금 대여, 지분 출자, 포괄적 주식교환도 함께 검토했지만, 대안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분리막 사업의 시장 매력도가 낮아 사겠다는 곳을 찾기 어렵고 돈을 빌려주거나 출자하는 방식으로는 재무구조가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합병을 미룰수록 자금조달 부담과 금융비용이 커지고, 증자가 불가피해지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도 부담이 돌아올 수 있어 합병을 선택했다는 설명입니다.
💡 연간 600억 원을 아낀다는 계산: SK이노베이션은 SKIET가 사업부로 편입되면 중복되는 조직과 기능을 통폐합하고 생산·마케팅을 핵심 고객 중심으로 정리해 연간 약 600억 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생산거점 재편 역시 기대됩니다. 중국 공장을 약 888억 원에 매각하고 충북 증평 공장의 상업 생산을 연내 중단해 폴란드 공장 중심으로 모을 계획입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도로 더한 값입니다. 공장이나 설비에 큰돈을 들인 회사는 실제로 현금이 나가지 않았는데도 장부상 비용이 크게 잡혀 영업이익이 낮게 나오는데요. 그래서 설비 투자가 많은 제조업에서는 회사가 영업으로 현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보려고 이 지표를 함께 씁니다. 영업이익이 적자여도 EBITDA는 흑자일 수 있죠.
🔧 신용도도 이득이야: SKIET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를 쓰게 되면서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NICE신용평가는 26일 SKIET의 신용등급을 상향 검토 대상에 올렸습니다. 합병하면 SKIET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SK이노베이션으로 넘어가 더 높은 등급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차가운 시장의 반응
📉 하루 만에 11% 넘게 빠졌다: 합병 발표 다음 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크게 밀렸습니다. 26일 SK이노베이션은 11.04% 내린 11만 1,2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16%까지 떨어져 10만 4,300원을 찍었는데요. 반면, SKIET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뛰어 1만 9,960원에 마감했죠.
🧾 부담이 너무 큰 거 아냐?: 그만큼 SKIET가 짊어지던 손실의 무게를 위험하다고 받아들인 듯 보입니다. SKIET는 작년에 매출 2,618억 원을 올리고 영업손실 2,464억 원을 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754억 원에 당기순손실 1조 4,095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자기자본은 작년 말 2조 6,01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 2,879억 원으로 반년 만에 절반 아래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68%에서 152%로 뛰었습니다.
✂️ 쪼개기 상장의 말로: 한편, 이번 합병을 두고 쪼개기 상장의 비참한 마무리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2021년 상장 당시 SKIET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 맨 위인 10만 5,000원이었고, 일반투자자 청약에는 당시 역대 최대인 약 80조 9,000억 원의 증거금이 몰리는 등 인기가 뜨거웠는데요. 하지만, SKIET의 주가는 지난달 기준 1만 1,840원까지 떨어지는 결말을 맞았습니다. 이번 합병가액 역시 공모가의 14% 수준에 불과하죠.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에겐 막대한 손실로 돌아온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