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SK온이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 파워에 5년간 9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 미국이 중국산 전력설비를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 향후 규제의 실제 강도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변수로 꼽힙니다.
SK온, 한 건 해냈다
📦 SK온이 미국에서 한 건 했다: SK온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 네오볼타 파워와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동안 총 9GWh 규모의 리튬인산철 파우치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조건이고, 업계가 추산하는 계약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이죠. SK온이 직전에 따낸 ESS 계약이 1GWh였으니 한 번에 아홉 배짜리 공급처를 잡은 셈입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 에너지를 대량으로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기능만으로는 기존 배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일반적인 배터리보다는 훨씬 대량의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탑재된 장치를 ESS라고 부릅니다.
🏭 공급 규모, 더 커질 수도 있다?: 공급 물량은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SK온은 단독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와 SK온 테네시,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합작 공장까지 미국 안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요. 이번 계약이 끝이 아닙니다. SK온은 연내 별도 계약을 통해 네오볼타 파워에 9GWh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는데, 배터리 셀을 원료로 넘기고 네오볼타가 만든 팩 제품을 되사는 방식의 전략적 파트너십입니다. 성사되면 공급 규모는 18GWh로 늘어나죠.
👑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활짝 웃다: 발표 다음 거래일인 1일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전날보다 7.81% 오른 채 마감했고, 장중에는 10.36%까지 뛰었습니다. SK온은 올해 2분기에 매출 2조 9,460억 원, 영업이익 8,218억 원을 기록해 2024년 3분기 이후 일곱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상태였습니다. 분사 이후 열아홉 분기 가운데 가장 큰 영업이익이죠. 아픈 손가락 취급받던 자회사가 오랜만에 성과를 거둔 겁니다.
SK온 만의 호재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
🚪 금액보다 문이 열렸다는 게 중요: 증권가는 이번 계약을 규모에 집중해 평가하기보단,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쏠려 있던 사업을 ESS로 넓히면서 미국 공장 가동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건데요. 미국 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선택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게 여겨지죠. 그동안은 중국 업체와 가격 측면에서 경쟁을 해야 했고, 여기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향후 미국 안에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 트럼프가 전력망 비상사태 선포한 영향이야: 미국은 지난달 26일 전력시스템 안보를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행정명령 14420호를 통해 특정 외국 주체와 관련된 전력설비 규제에 나섰습니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와 인버터, 변압기가 규제 대상에 들어갔고, 새로 들이는 설비뿐 아니라 이미 설치된 설비도 격리, 연결 해제 또는 교체·제거하도록 명령할 수 있죠.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중국산 설비를 겨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입니다.
🇨🇳 미국 ESS, 중국의 독무대였어: 원래 미국 ESS 시장은 사실상 중국 차지였습니다. 업계 집계로는 2024년 북미 ESS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이 90%대였고, 올해 상반기에도 76%를 차지하는데요. 값싼 중국산에 밀려 한국 업체는 오랫동안 설 자리가 좁았습니다. 다만, 올해 중국산 ESS용 배터리의 관세율이 각종 관세를 합쳐 40.9%로 한국산(12.5%) 제품에 매겨지는 관세율을 크게 웃돌고,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에 주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도 그대로인 등 미국의 견제가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덕분에 그 사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합산 점유율은 작년 상반기 14%에서 올해 상반기 19.7%로 올라오는 등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죠.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배터리와 태양광 같은 첨단 제품을 미국 안에서 생산하면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 주는 제도입니다.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를 공제받는데요.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 3사는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이차전지주는 들썩들썩: 기대감은 이차전지주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발표 당일인 지난달 31일 장 초반 SK온에 양극재를 대는 엘앤에프가 7% 넘게 올랐고, 포스코퓨처엠도 5%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2%대 상승했는데요. 소재 업체까지 낙수효과를 누렸죠. 8월 한 달로 넓혀 보면 이차전지 레버리지 ETF가 국내 상장 ETF 수익률 1위에 오를 만큼 자금이 몰리는 등 그동안 소외당하던 이차전지 테마에도 관심이 모이는 모양새입니다.
ESS, 미래 먹거리 될 수 있을까
🏗️ 3사 모두 전기차 라인을 ESS로 돌리는 중: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미국 ESS 시장 공략에 적극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2031년까지 지금의 약 4배로 커질 전망인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오하이오·테네시와 캐나다 온타리오까지 북미 다섯 곳을 ESS 생산 거점으로 묶어 올해 말까지 5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고, 삼성SDI는 인디애나 합작공장의 전기차 라인 일부를 4분기부터 ESS용 LFP 배터리 생산으로 돌릴 예정입니다. SK온도 조지아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용으로 바꿔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죠. 이미 올해 2분기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이 LG에너지솔루션 28%, 삼성SDI 20%까지 올라오는 등 벌써부터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움직임이 관측됩니다.
🗓️ 진짜 승부는 12월: 다만, 규제의 실제 내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변수로 꼽힙니다. 행정명령 14420호의 구체적인 시행규칙은 오는 12월 24일 이전에 나올 예정인데요. 어느 설비까지 어떤 방식으로 제한하느냐에 따라 한국 업체가 얼마나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가 갈리게 되죠. 만약 중국산 ESS 제품의 구매 비중을 줄여 가는 지금의 흐름이 전면 금지로 이어진다면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늘려 온 한국 기업 입장에선 더 큰 호재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상대가 갓 태어난 회사더라?: 한편, 이번 SK온의 계약 자체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계약 상대인 네오볼타 파워는 올해 1월에야 세워진 합작법인이고, 이 회사를 이끄는 모회사 네오볼타도 직전 회계연도 매출이 843만 달러(약 115억 원)에 그치는 작은 회사입니다. 업계 추산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5년 계약을 감당하기에는 몸집이 작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꼽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