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웃을 수 없는 풍년
메인 이미지

남아도는 쌀, 웃을 수 없는 풍년

배추, 시금치, 무 등등, 농산물 물가가 천장 없이 뛰고 있는 요즘인데요. 홀로 가격이 떨어지는 작물이 있습니다. 우리 밥상의 근본, 입니다. 도매가가 곤두박질치고, 농민들은 화가 나 논을 뒤엎고, 여야는 대책을 두고 입씨름하고…. 어수선한 이 상황,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배추는 금값? 쌀은 똥값...

1년 만에 쌀 도매가가 24.9% 떨어졌습니다. 근 45년 중 최대 하락률인데요. 단기적인 원인과 장기적인 추세 모두 영향을 미쳤습니다.

  • 직접적인 이유는 두 해 연이어 찾아온 풍년입니다. 늘어난 수확량이 가격을 끌어내렸죠.
  • 2020년에 비해 작년은 생산량이 10%가량 늘었는데요. 올해도 작황이 좋아 수확량이 작년과 비슷합니다.
  • 장기적인 추세도 문제입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량이 줄지 않아 쌀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죠.
  • 지난 10년간 쌀 생산량이 평균 0.7% 줄어든 데 반해 쌀 소비량은 평균 1.4%나 감소했는데요. 연간 1인당 소비량으로 따지면 10년 전 69.8kg에서 지난해 56.9kg까지 줄었습니다.

시장원리? 식량안보?

‘쌀값 떨어진 게 문제인가? 어차피 시장 원리에 따라 균형 찾아갈 텐데.’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량 문제엔 조금 복잡한 구석이 있습니다. ‘식량안보’ 문제인데요.

  • 시장의 상품 대부분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고 그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다시 조절됩니다. 쌀 소비량과 수요가 줄어든다면 공급도 그만큼 감소하도록 두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죠.
  • 하지만 식량은 상품이기 이전에 국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입니다. 천재지변,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과잉 공급일지라도 일정량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죠.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말인데요.
  • 정부가 자꾸만 시장에 개입해 농민들이 벼농사를 그만두지 않도록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 "우리가 살게"

농민 단체의 시위에 더해 8개 지역 도지사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결국 지난 25일 농림축산부가 대규모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 시장격리는 정부가 생산량 일부를 사들여 시장의 공급량을 조절하고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입니다.
  • 정부는 지난해 생산되고 남은 쌀과 올해 햅쌀을 합쳐 총 45만 톤의 쌀을 매입하겠다고 밝혔죠.
  • 공공비축미 45만 톤까지 합치면 총 90만 톤, 올해 생산량의 23.3% 수준입니다. 약 1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장 격리죠.
  • 또한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공급을 조절할 계획인데요. 쌀 대신 다른 작물(콩, 밀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해 공급 균형을 맞추려는 것입니다.

"민생을 위해서" vs. "포퓰리즘 안 돼"

쌀값 안정화 대책을 두고 여야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의무 매입 조항이 쟁점이 됐는데요.

  • 민주당의 개정안은 과잉 생산된 쌀을 국가가 의무 매입하는 조항을 담았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의 시장격리 정책을 앞으로도 의무화하는 내용이죠.
  •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이 정부 재정 부담을 과도하게 늘리고 쌀 공급 과잉을 심화할 것이라며 반대했죠.
  • 이에 민주당은 매입 의무화는 비상시 규정일 뿐, 생산량을 조절해 그럴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라고 반박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 한편으로는 공급과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쌀 소비를 증진할 방안을 강구하고 미래 농업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쌀값 하락과 그 대책은 정치적인 문제로 불붙고 있는데요. 야당은 정부가 ‘민생 참사’를 일으켰다며 비판하고, 여당은 지난 정권이 잘못한 결과가 이제 드러난 것이라고 발끈했죠. 쌀값 문제가 어지러운 정국을 지나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짐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BYTE+ 콘텐츠

  • 여기선 쌀이 너무 많다고 한숨을 쉬는데, 다른 나라는 식량 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고?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인데요. 왜 그런 거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DEEP BYTE] 폭락한 미국 증시, 폭등하는 식량 가격

  • 쌀값이 떨어진다는 소식은 못 들어도 배추가 금값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리죠. 쌀값은 싸서 문제라는데 다른 농산물은 왜 자꾸 가격이 오르는지... BYTE에서 먹거리 물가 동향과 배경을 알아봐요!

👉 먹거리 물가, 무서워서 장 못 보겠네

이웃 게시글

차원의문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빠띠
Byte가 매일 아침 보내주는비즈니스・경제 뉴스레터
프리미엄 비즈니스・경제 콘텐츠로
어제보다 더 똑똑해진 나를 만나고 싶다면?
우편함에 편지를 넣는 빠띠
내 뉴스레터 어디갔지?요즘 메일함에서
뉴스레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에디터 정보

에디터 HUNI 프로필 이미지
HUNI
<국제 한입> 담당 에디터, HUNI입니다.
이슈 한입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