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버거 강자, 패티앤베지스 송준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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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티앤베지스

수제버거 강자, 패티앤베지스 송준상 이사

바야흐로 버거 전쟁의 시대입니다. 2016년 쉐이크쉑 버거의 성공 이후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버거 시장이 커지며 다양한 업계에서 버거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인 결과인데요. 하지만 시장의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생존경쟁이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하기 때문이죠.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는 맥도날드, 버거킹 등 다양한 햄버거 브랜드들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20-30대에게 잘 알려진 수제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도 마찬가지인데요. 운영사인 GFFG는 식자재비, 인건비가 오르고 금리 상승까지 겹쳐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버거 시장은 성장 중이지만,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잘 되는 국내 하우스 버거 브랜드'는 어떻게 자신들의 경쟁력을 확보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패티앤베지스는 국내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입니다. 현재 신사와 성수 두 곳에만 지점이 있는데요. 이미 버거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꼭 가야 할 곳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식당 리뷰 서비스인 망고플레이트 버거 부문 1위이고, 작년 양양에서 진행한 팝업에선 하루 만에 조기 마감했습니다. 현재도 저녁 늦게 간다면 패티가 소진될 확률이 높습니다.

패티앤베지스의 버거 ⓒ 패티앤베지스

2008년 강남의 작은 바에서 만들었던 햄버거는 뜨거운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햄버거를 단품으로 먹고 싶다는 단골들의 러브콜을 받았죠. 미국 육류수출입협회에서 진행한 버거위크 행사의 매장을 열어달라는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는데요. 20202월 신사동에 패티앤베지스 매장을 열어 버거 전문점을 시작했습니다. 202211월엔 성수동에 2호점을 냈죠. 패티앤베지스가 맞닥뜨렸던 두 가지 과제는 패티로 대표되는 맛과 브랜딩입니다. 신사와 성수는 상권 특성상 20~30 소비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뀌는 트랜드에 민감합니다.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기 위해선 맛있는 패티만큼이나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브랜딩이 중요하죠. 이를 위한 패티앤베지스의 고민과 노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런 그들이 걸어온 길,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신사점으로 찾아가 송준상 패티&브랜드 총괄(CBO) 이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버거를 좋아하는 브랜딩 디자이너였습니다. 전 세계의 맛있는 버거를 찾아다녔던 그는 패티앤베지스의 손님이 되고 난 후 매장 발길을 끊을 수 없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어느새 단골이 된 그에게 브랜드에 합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고, 오랜 고민 끝에 패티와 브랜딩 총괄 이사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그는 에디터에게 번과 패티만으로 구성된 딥 버거를 건넸습니다. 버거 이야기를 하기 전 패티의 맛을 직관적으로 느껴 봤으면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느끼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훈연 향과 육즙이 기분 좋게 입 안에 퍼졌습니다. 든든한 배를 만지며 시작한 인터뷰, 지금부터 같이 만나보시죠.

 버거를 준비하는 송준상 이사 패티앤베지스

패티에 진심인 이들 

🍊 Orange: 햄버거는 주식(主食)이라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여전히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꽤 있죠. 그런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 송준상 이사: 사람들은 흔히 버거는 패스트푸드라고 생각하죠. 빠르게 나오고, 빠르게 먹어야 하는 저렴한 음식이요. 전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해 보이잖아요. 저희는 햄버거를 주식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아닌, 평범한 날 모든 이들의 한 끼 식사 후보에 오를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쉐이크쉑 이후 시작된 수제 버거 열풍이 고마운 것이 있다면, 버거가 하나의 요리로 받아들여졌다는 거예요. 우리도 패스트푸드의 정의를 조금 바꿔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의 버거는 분명 빠르지만,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어렵지만 한번 정리해 볼게요.

첫 번째, 버거는 맛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에요. 저희는 손안에 든 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빵부터 패티까지의 모든 재료가 다 들어가야 한다고 믿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첫 한입에 버거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고, 그 방법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죠. 고객이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무는 그 몇 초의 순간에 저희의 노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요.

두 번째, 그러기 위해선 버거를 빨리 먹어야 해요. 패티 안에 있는 촉촉한 육즙이 맛의 핵심인데, 패티가 육즙을 가두고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아요. 버거가 나온 후 최대 10분 안에 드셔야 육즙으로 가득한 패티를 드실 수 있어요. 그 어느 음식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우리의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 이것이 저희가 만드는 버거입니다. 일반 버거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분명 그 가치가 있어요.

버거의 핵심인 패티 맛을 위해 송준상 이사를 포함한 패티앤베지스 팀은 노력한다. 패티앤베지스

🍊 Orange: 패티에 대해 말이 많을 같아요. 패티는 어떤 방식으로 만드나요 

🎙️ 송준상 이사: 가게 이름에 패티가 들어간 것처럼 저희는 패티의 질에 진심입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소의 네 부위를 쓰는데, 각자 다른 매력이 있어 맛과 텍스처가 다 달라요. 그것을 전부 함께 갈아 패티를 만들었어요. 각각의 부위를 따로 먹을 때와 다른 결의 만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일 진행하는 패티 작업은 7~8 시간 정도 걸려요. 기를 통째로 가져와 손질한 , 부위의 살코기와 지방을 분리해 레시피에 맞게끔 섞어서 만들어요.

좋은 패티도 중요하지만, 굽는 방법도 중요해요. 작년까지 햄버거 시장에서는 스메시드 방식의 버거가 유행이었어요. 패티를 호떡을 만들듯이 눌러 겉을 크리스피하게 구운 패티죠. 저희는 육즙을 살리기 위해 스테이크를 굽듯이 그릴 방식으로 구워요. 이를 위해 무겁고 뜨거운 주철(Cast) 그릴을 사용하죠. 이전에 사용한 알루미늄 그릴에 비해서 주철 그릴이 더 비싸고 사용하기에도 까다롭지만, 온도도 더 높아 육즙을 가두는 데 좋아요. 훈연 향도 패티에 더 쉽게 입힐 수 있죠. 아쉬운 건 주철 그릴에서 연기가 많이 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팝업을 많이 할 수가 없어요. 팝업을 통한 홍보 차원에서는 아쉽지만, 일단은 맛이 우선이죠.

 

🍊 Orange: 패티의 퀄리티 체크는 어떻게 하나요?

🎙️ 송준상 이사: 버거 패티가 재미있는 것이 매일 같은 생산자가 공급하는 같은 등급의 고기를 썼는데도 육질과 지방 배율이 달라요. 이러한 부위를 매일 맨눈으로 확인하고, 잘라 구워 먹어보기도 하면서 지방 배율을 조정해요. 원육의 마블링 비율에 따라 지방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패티 샘플을 굽고, 생각보다 육즙이 많지 않으면 다시 테스트를 하죠. 여러 번의 테스트를 하는 날은 패티 만드는 데만 10시간이 넘게 걸려요. 이렇게까지 하는지 많이 여쭤보세요. 이유는 단순해요. 만약 저희가 그날 만든 패티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고객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고객은 누구보다 맛에 민감하고, 솔직합니다. 저희가 끊임없이 매장 리뷰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나가고 나서 저희가 남은 음식 확인을 하는 것도 때문이에요. 리뷰가 나쁘고 음식이 전반적으로 많이 남는 날은 분명 저희조차 패티에 만족하지 못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 Orange: 퀄리티 유지를 위해 쇼핑몰 입점 제안도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 송준상 이사: 맞아요. 초창기에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 서울에서 입점 제안이 왔어요. 지금 블루보틀 커피 바로 건너편 자리였죠. 당시 저희가 100개에서 150개 이상의 패티 생산은 불가능하다는 방침이었는데, 생산량은 신사점 매장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어요. 지금도 패티가 조기에 소진되는데, 그때는 심했죠. 저희의 신념은 분명해요. 저희가 확신하지 못하는 정도의 퀄리티 패티는 만들지 않는 것이죠. 설사 이익을 얻을지라도 좋은 패티가 아니 고객과의 만남을 그런 식으로 하기 싫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였지만 제안을 고사했죠.

현재는 당시에 비해서 많은 것을 개선했어요. 초기에는 신사점 하나였기 때문에 이 주방에서 150개의 패티를 만들어 판매했는데요. 지금은 매일 신사점이랑 성수점에 공급할 패티를 교대에 있는 본사에서 만들고, 각 두 지점으로 배송하고 있어요. 이제는 하루 500개 정도 생산이 가능해요. 수요를 100%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만큼 퀄리티가 보장됩니다


패티앤베지스가 버거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 Orange: 현재 신사와 성수점 곳을 운영 중이에요. 출점 위치 선정 고려했던 요소가 있나요?      

🎙️ 송준상 이사: 일단 대표님께서 강남에서 매장을 운영해 왔던 경험이 있기에 강남 쪽에서 매장을 내려 했어요. 하지만 강남도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죠. 압구정 로데오 쪽과 가로수길 상권 중에 고민했는데, 당시에는 압구정 로데오 상권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 가로수길 쪽이 매력적이라 느꼈어요. 압구정 로데오 상권이 부활한 지금은 조금 후회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웃음)

1호점인 신사점이 위치한 상권은 코로나19 직전에는 복합상권이었어요. 패션 회사들과 같은 배후 수요가 있었고 유동 인구 비율도 높았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는 많이 타격을 받아 배후 수요도, 유동 인구가 많이 줄었죠. 신사점 위치가 가로수길 끝자락 외진 곳에 있어요. 단순히 가다가 들려주시는 워크인 방문이 어려운 곳이죠. 그런데도 대략 70% 정도의 분들이 일부러 여기까지 와주시고 전체 고객 대략 40% 고객이 재방문을 해주세요

패티앤베지스 신사점 모습 ⓒ 패티앤베지스

 

2호점인 성수점을 신사의 경험을 토대로 더욱 안정적인 복합 상권에 매장을 내려고 했어요. 성수는 신사에 비하면 복합 상권에 가까워요. D타워 안에는 SM, 현대글로비스, 소카의 본사가 있고, 아크로와 입주민 같은 배후 수요가 있어요. 성수에 놀러 오시는 유동 인구도 많죠. 하나 성수점에 진출할 때 고려했던 부분 중 하나는 패티의 배송 루트입니다. 여의도나 광화문 같은 곳과 비교해봤을 때 성수는 교대에서 신사를 거쳐 성수대교를 건너면 바로 가는 가장 효율적인 동선이더군요. 성수점 매장 오픈 후 예상과 달랐던 것은 날씨의 영향이었어요. 그야말로 '날씨의 매장'이라고 있는데요, 서울숲과 성수동의 유동 인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아무리 D타워 안에 있는 실내 매장이라고 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밖에서 유입되는 고객이다 보니 그런 같아요. 비가 적게 오면 좋겠어요. (웃음)

 

🍊 Orange: 많은 기업이 버거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가, 포기하고 나가는 이유가 궁금해요.   

🎙️ 송준상 이사: 우선 소비자의 니즈 때문이 커요.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에 나가지 못한 이들이 많아요. 이제 나갈 수 있다고 해도 시간이 없는 이들도 많고요. 그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부담 가는 방법은 외국 분위기가 풍기는 F&B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죠. 이미 성공한 예시도 많아요.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는 이유예요.

유독 버거 시장에 많이 뛰어드는 것은 버거가 상대적으로 쉬워 보여서 그래요. 사실 전반적인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버거는 정말 쉽지 않은 음식이에요. 우선 환경에 따라 재료 수급이 어려워요. 버거는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아요. 작년 장마 이후 채소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양상추를 제공하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이 등락을 거듭했죠. 곡물 가격의 변동은 사용하는 빵뿐만 아니라 곡물을 섭취하는 소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줘요. 그렇다고 원재료의 가격을 아끼기 위해 재료에 투자하지 않으면 쉽게 티가 나죠. 버거는 이 모든 것들에 영향을 받아 이윤이 좋을 수가 없어요. 버거 시장을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은 이윤에 놀라 그만둬요.

여기서 성공하거나, 상태를 유지하는 브랜드는 가격과 품질을 유지할 있는 유통 체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죠.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타격을 받지만 공급망이 안정화될 때까지 비교적 오래 버틸 수 있어요. 버거 시장을 살펴보면 성공한 수입 버거 브랜드는 대부분 F&B 경험이 있는 식품 기업이 들여왔어요. 쉐이크쉑 같은 경우에는 외식 공룡인 SPC, 슈퍼두퍼는 치킨으로 유명한 bhc에서 들여왔죠. 파이브가이즈는 외식 사업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한화그룹이 들여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미 한화그룹은 갤러리아 백화점에 고메 494라는 외식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경험이 있는 거죠.


브랜딩에 진심을 담은 이들 

🍊 Orange: 패티앤베지스의 버거가 많은 이들에게 주식이 됐으면 한다고 하셨죠. 타 가게와 차별화된 브랜딩이 중요한 버거 시장이에요. 브랜딩을 할 때 두고 있는 가치가 있을까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 송준상 이사: 현재 한국 VMD의 경향은 외국의 특정한 곳을 옮겨놓아 현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봐요. 성공사례 중 하나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들 수 있어요. 베이글 맛도 맛이지만, 마치 내가 런던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죠. 저희는 맛이 곧 브랜딩이라는 변치 않는 믿음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브랜드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어요. 물론 초기의 신사점은 지금 같지 않았어요. 외국의 시장처럼 네온 위주의 인테리어였죠. 나쁜 반응은 아니었지만 저희가 지향하고 싶은 느낌의 콘셉트는 아니었어요. 더군다나 저희 회사에 속한 디자이너가 없다 보니 일관되고 세심한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디자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담당자도 없었으니 주먹구구식이었죠. 작년에 제가 브랜딩 이사를 맡고, 리뉴얼하면서 브랜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 VMD: Visual Merchandiser의 줄임말입니다. 매장 등 상품을 판매하는 환경을 이미지와 컨셉에 맞게 연출하는 전문가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합니다.

패티앤베지스 매장 모습 ⓒ 패티앤베지스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있어요. 저희는 고객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여유' 주고 싶어요. 세상이 많이 힘들어졌어요. 팍팍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이에요. 저희는 먹는 것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에요. 다른 이들도 <패티앤베지스> 의 버거를 먹고 기분이 좋았으면 해요. 좋은 버거와 곁들인 맥주 한잔하면 더 행복할 것 같더군요. 별식보다는 주식이 되고 싶다는 이유 하나도 그러한 이유에서예요. 불경기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 별식은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니까요. 저희는 사람들이 어떨 때 기분이 좋을까 고민했어요. 일단 경기가 좋은 때겠죠. 햄버거의 나라 미국이 부유했을 때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로 가득 찼던 미국의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중반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의 영상을 보면 사람들의 표정도 밝고 여유로워 보여요. 그런 이미지를 컨셉화 하고 싶다는 건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생각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실현해봤어요. 처음에는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집중했는데요. 이후 버거의 직접적인 이미지를 넣는 대신 다양한 사람 모습을 넣었죠. 그들이 여유롭게 삶을 보내는 이미지, 영상, 음악을 활용했어요. 책상과 의자 하나하나, 지금 나오고 있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1950년대 스타일의 포스터 하나까지 고심해서 제작했어요. 디자인 콘셉트도 그때의 이미지들을 활용했죠. 그렇게 버거의 이미지를 굳이 노출하지 않더라도 오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저희가 디자인한 분위기 속에 녹아들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한국에서 레트로한 스타일이 분명 유행했지만,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브랜딩 전반에 녹여낸 곳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아직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계속 진행 중인 단계에요. 어떻게 해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줄 수 있을지 지금도 공부 중이고 지속적으로 더 녹여내고 싶어요. 저기 한번 보시겠어요? 

송준상 이사가 추천한 버거와 술 조합  패티앤베지스 

 

🍊 Orange: Right Burger가 적힌 배너 말씀인가요?

🎙️ 송준상 이사: . 저희 브랜딩의 기조예요. 브랜딩을 하지만 없는 것을 포장하지 않는 것. 거짓 없이 지켜나가는 것이 최고의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이 쉬운 시기는 아니거든요. 어려운 시절일수록 무언가를 많이 알린다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알아봐 줄 때까지 기다려야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옳은 버거'라는 저희의 가치를 지켜나가려고 해요이게 남과는 다른 저희의 브랜딩이 아닐까 생각해요.

The Right Burger가 적힌 매장 문구 패티앤베지스

 

저희는 프랜차이즈화는 불가능한 구조예요. 이 패티 퀄리티로 프랜차이즈가 하는 것처럼 엄청난 수의 대량 생산은 사실 불가능하거든요. 매장의 개수를 늘리는 것도 회의적이에요. 저희는 아직까진 멀리서 찾아와서 먹 가치가 있는 식당이 되고 싶어요. 퀄리티와 타협하면서까지 수요가 있는 모든 곳에 패티앤베지스가 존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확장 대신 품질에 대한 헤리티지를 잘 지켜나가면서 묵묵히 저희만의 것을 해나가는 게 저희만의 전략입니다.

패티앤베지스의 버거 ⓒ 패티앤베지스

🍊 Orange:  메뉴 라인업이 크게 버거와 패티와 샐러드를 섞은 버거 보울(Bowl) 구성됐어요. 버거와 샐러드의 조합이 신선한데요, 어떤 의도로 하신 건가요? 다이어터랑 비다이어터를 공략하려는 의도인가요?

🎙️ 송준상 이사: 재방문율을 높이자는 의도, 다이어터랑 비다이어터를 공략하려는 의도라는 설명 모두 지만, 중요한 것이 있어요.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패스트푸드는 정크 푸드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저희가 만드는 음식은 어린아이에게도 자신 있게 먹일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딸한테도 매일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단순히 빠르게 먹을 있는 음식도 아니에요. 건강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죠. 저희는 건강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의 예시로 저희는 주방에 설탕이 없어요. 대신 아가베 시럽을 활용하죠. 버거 볼은 탄수화물, 섬유질, 단백질 비율이 정말 완벽에 가까운 메뉴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였어요

패티앤베지스의 버거볼 ⓒ 패티앤베지스

🍊 Orange: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비교했을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송준상 이사: 우선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대기업, 특히 F&B 경험이 있는 기업은 기존 유통망을 가진 자회사를 통해서 원재료들의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있어요. 저희처럼 패티를 500개 만드는 곳과 수천, 수만 개를 만드는 곳은 단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단점이라면 프랜차이즈 기업은 마케팅팀 따로 있어야 하고, SNS 마케팅 등 추가적인 광고비 지출이 많다고 생각. 반면에 저희는 광고비 지출이 거의 없어요. 비용을 대신 퀄리티 유지에 쓰고 있죠. 아직까진 나만 알고 싶은 집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입소문 재방문율에 많이 기대고 있는 편입니다.

 

🍊 Orange: 사람들이 패티앤베지스 버거를 먹어야 할까요?

🎙️ 송준상 이사: 세상에 맛있는 햄버거는 많습니다. 최고의 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버거에 진심이고, 매일 최고의 맛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들여 만든 버거를 아직 드셔보셨으면 분명 한 번쯤은 경험 만해요. 고객에게서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이 '인생 버거'라는 이야기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 같아요.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다 버거 맛에 반해 이곳으로 새로운 인생을 갈아 넣고 있으니 제게도 다른 의미로 인생 버거죠. (웃음)

 

🍊 Orange: 앞으로의 다짐은

🎙️ 송준상 이사: 앞으로도 버거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한국 버거 시장도 계속 발전하겠죠. 하지만 지금 새로 생기고 있는 버거 브랜드 사실 브랜딩이나, 메뉴 구성에서 아직은 크게 차별화된 특징이 없어요. 유럽과 미국으로 눈을 돌려 보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버거 브랜드는 틀을 깨는 모습 많이 보여요. 특히나 유럽 쪽에서 경향이 두드러져요. 저희는 평준화된 버거 시장에서 맛으로 승부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나아가 버거라는 음식이 소비되는 프레임 자체를 새로 짜고 싶어요. 저희가 버거 보울처럼 독특한 메뉴 구성을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앞으로 다른 메뉴들도 그런 식으로 전개가 예정입니다. 앞으로 저희만이 할 수 있는 버거와 저희만이 할 수 있는 메뉴들을 앞으로도 밀고 나갈 생각이에요.


변하지 않는 진심을 믿는다는 송준상 이사 패티앤베지스

송준상 이사가 인터뷰하며 거듭 강조한 부분은 변하지 않는 가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까지 것처럼 패티를 만들 것이고, 차후 어떤 브랜딩을 하더라도 본질은 패티의 질이 것이라 했습니다. 패티 작업이 늦어져 인터뷰가 기약 없이 연기됐던 적이 있습니다. 그가 원하는 퀄리티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잠깐 봤습니다. 중노동에 가까웠습니다. 번이라도 패티의 질에 대해 타협하려고 생각해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송준상 이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패티 작업은 너무 힘들어요. 시간도 예측할 없고요. 이곳에 합류한 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며 패티를 만들고, 어떻게 브랜딩을 할지 고민해요. 쉽지 않지만, 결코 허투루 수가 없어요. 제가 알고, 손님이 아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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