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IPO 시장, 역주행하는 쏘카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 일정을 잠정 연기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내 상장을 목표 중이라고 밝혔었는데요.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려해 결국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리브영은 왜 상장을 중단한 거지?

올리브영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해왔습니다. 그러나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우리라 판단하고 상장을 철회했는데요.

올리브영은 현재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매출 2조 1,192억원, 영업이익 1,378억원을 달성했는데요. 전년 대비 매출이 13%,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것이죠.
경쟁업체인 롭스와 랄라블라 등이 같은 기간에 적자를 이어가며 매장 수를 줄여 나간 것과 대조되는 행보입니다.
그러나 좋은 실적과는 별개로 증시가 부진하며 IPO 시장 투자심리도 위축됐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주주들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설명했죠.

IPO 시장이 침체한 주요 원인 중 한 가지는 금리 인상입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 세계 정부는 경기 부흥을 위해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습니다. 유동성(시중에 풀린 돈)이 높아진 것이죠. 이 덕분에 많이 기업이 작년에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는데요.
높아진 유동성 탓에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아지자 전 세계 중앙은행이 최근 잇달아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시중 유동성을 낮추기 위함이었죠.
금리가 인상될 경우, 투자자들은 높은 위험을 부담하지 않아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요. 자연스럽게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됩니다. 즉, 기업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당장 올해만 벌써 4개 이상의 기업이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시행했는데요.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2011년, 2018년에 이어 올해 3번째로 상장에 도전한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이유로 수요예측조차 포기하고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쏘카는 8월 중 코스피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쏘카는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특례 방식으로 코스피에 상장하는데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일반청약을 실시합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IPO 시장의 침체는 인정하면서도 상장 철회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제때 공모자금으로 M&A, 신사업에 투자해 한 단계 더 나아가겠다고도 덧붙였죠.

여러 기업이 연이어 코스피 상장을 반려하고 있는 와중에,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이 원활히 이뤄지는 중입니다.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총 4곳이었는데요. 같은 기간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총 53곳에 달합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을 통한 코스닥 우회상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스팩은 총 20개인데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6% 늘어난 수치입니다.
스팩 합병 상장 시, 기업은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절차도 비교적 간단한데요. 주식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팩 합병 상장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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