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1유로, 1달러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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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1유로, 1달러보다 싸다!

지난 12일~13일 20년 만에 유로-달러의 패리티가 깨졌습니다. 줄곧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유로화는 에너지 수급 문제와 미 금리인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유럽중앙은행(ECB)은 긴축정책을 예고했으나, 그럼에도 유로-달러 환율이 1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무슨 일이야?

지난 12일 오후 6시경, 1유로=1달러의 패리티가 발생했는데요. 13일에는 유로화에 대한 매도로 가치가 더욱 떨어져, 약 20년 만에 1유로의 가치가 1달러를 하회하게 됐습니다. 패리티는 두 화폐가 1:1로 교환되는 것으로, 유로-달러의 패리티는 1유로=1달러를 의미합니다.

  • 13일, 한국시간 오후 9시 45분에 1유로=0.9998달러를 기록하며 패리티가 붕괴했습니다. 같은 시각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DXY) 108.56까지 치솟아 200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엔 108.30으로 소폭 떨어졌죠.
  • 유로가 패리티를 하회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2002년 12월 이후 최초인데요. 2002년 당시는 유로화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첫해라 새 통화 도입에 따른 기술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죠. 즉, 경제적인 요인으로 패리티 하회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 그만큼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인데요. 1년 전만 해도 1.20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던 유로(달러 대비)가 200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11%가량 급락했죠.
  • 지난 14일 한국 시간 오후 13시 32분을 기준으로 1유로는 1.0033달러 까지 가치를 회복한 상태인데요. 하지만 시장언제든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 중입니다.

왜 그런거야?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문제가 가장 큽니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위기가 곧 경기둔화와 직결되는데요. 미국발 인플레이션 악화로 인한 금리인상까지 겹쳤죠. 미국 연준(Fed)의 적극적인 긴축 이후 유로 매도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 러-우크라 전쟁으로 유럽은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했는데요. 유럽 각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멈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쟁 이후 기존 대비 40% 수준으로 천연가스 수송량이 줄었습니다.
  • 게다가 지난 11일부터 10일간, 러시아가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노르트스트림 1의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됐습니다. 노르트스트림은 발트해를 거쳐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가스관입니다.
  •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각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성장이 둔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팔고 유럽을 떠나기 때문이죠.
  •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9.1% 상승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미국 연준이 이달 말에 금리를 1%P나 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달러 강세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중요해?

유로화 침체는 기업들의 실적은 물론 다른 통화의 가치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데요. 유로 가치가 내려가면 유럽 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수 있는 데다, 에너지 위기는 ‘유럽의 맹주’인 독일 산업 자체를 흔들 수 있죠.

  • WSJ은 유로-달러 환율이 바뀌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환율위험에 대비해 일단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출 시에는 통화 불일치 위험까지 있어, 금융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 통화불일치란 외화로 표시된 부채와 자국 화폐로 표시된 자산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가령, 환율이 1유로=1.5달러일 때 미국에서 1,500달러를 빌려 유로화로 바꾸면 1,000유로가 되겠죠. 그런데 환율이 1유로=1달러로 내려가면 빌린 1,500달러를 갚아야 할 때 1,500유로가 필요해지는데요. 환율 변동으로 부채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죠.
  • 또, 환율 변동은 유로존의 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유로화의 가치가 다소 올라가긴 하지만, 이미 경기가 둔화된 상황이라 공격적인 긴축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 향후 준기축통화에 속하지 못하는 다른 통화들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 있는데요. 연준의 연이은 공격적 긴축으로 달러 가치가 급등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패닉이 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른 영향은?

미 달러의 강세화와 유로화의 급락세는 각국 기업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독일 수출기업의 이익은 증가해왔는데요. 하지만 얼마 전 독일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로화 약세로 인한 이익이 상쇄되고 있는 것이죠.
  • 미 달러의 강세화로 일부 미국 수출기업은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유사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났던 2015년, 미국의 대형 수출 기업의 약 2/3가 피해를 봤는데요. 특히, 필수소비재, 기계주, 화학주, 헬스케어, 기술주가 강달러 상황에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시장에서는 유로-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1유로당 0.95~0.97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1년 만에 금리인상이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유로화 방어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JP모건은 유로-달러 환율이 노르트스트림 1의 폐쇄 가능성을 20~25%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에 9월 말에는 유로화 가치가 0.95달러, 12월 말에는 0.97달러, 공급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0.9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유로-달러 환율의 중기적 적정 수준은 2% 하락한다고 분석했는데요. 도이치방크도 노르트스트림 1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유로화 약세가 단기간에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 유럽중앙은행은 7월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할 전망인데요. 하지만 미국이 0.75%P 단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0.25%P 수준의 '베이비스텝'으로는 유로화 환율의 약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한편 13~16일에 걸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유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데요. 사우디의 증산이 이뤄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유로화 가치가 안정될 수 있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유가가 상승하고 유로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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