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리지 않은 나라들, 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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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올리지 않은 나라들, 앞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엔데믹 본격화 등 여러 요인이 불러온 물가 상승 압력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준금리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작년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10차례 연속 인상해 미국 금리가 5%대로 올랐죠.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다른 국가 역시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지난 15,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연준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 긴축을 종료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2차례 이상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에선 매파적 스킵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 일본,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는데요. 오늘 <경제 한입>에선 일부 나라가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이들의 통화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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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올리면 어떻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는 긴축 정책은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을 불러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더라도 2008, 2001, 1990년 등 금리 인상 이후 세계 경제는 큰 후유증을 겪어 왔는데요. 몇몇 국가가 금리 인상을 택하지 않은 이유와 맥을 같이 하죠.

🥶 금리 인상의 부작용: 물가 안정을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 금융 불안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데요. 우선 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을 가중해 소비를 감소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실제로 지난 19일 기준, 한국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5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전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는데요. 그만큼 부실 대출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 자산 가치도 하락한다: 또한 금리 상승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합니다. 최근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했죠. 이에 부동산PF 부실화 등 위기 조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빚투’, ‘영끌등 저금리 시기에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 투자에 나선 가계가 큰 타격을 받는 등 대출 부실화 우려가 심각합니다. 동시에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역자산 효과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금리 낮춰 경기 살린다: 튀르키예, 중국, 일본 등의 국가가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도 유사합니다. 내수 경기를 끌어 올리고 침체된 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건데요. 코로나19 이후 탈세계화 흐름에 맞춰 각국의 통화 정책 역시 전세계적적인 통화 정책 흐름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탈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등 금리를 올리지 않은 구체적인 내막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살인적인 고물가에 정책 전환 나선 튀르키예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튀르키예식 경제 모델을 내세우면서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심각해지자 경제정책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 살인적인 고물가 겪는 튀르키예: 튀르키예는 작년 8월부터 5차례 금리를 낮추는 등 최근까지 코로나19 당시 시작한 완화적 통화 정책을 지속해 왔습니다. 20219월 기준 19%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8.5%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화폐 가치가 떨어졌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연 85%에 육박하고, 금리를 낮춘 3년 동안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67% 떨어졌습니다. 이에 작년 말 850억 달러를 넘었던 외환 보유액은 최근 들어 556억 달러까지 감소했습니다.

🤔 재선 노린 정치적 노림수란 평가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올 5월 대선을 앞두고 30년 장기 집권을 노리며 2023년 최저임금 55% 인상, 기초연금 두 배 인상, 정년 요건 폐지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쳐 왔는데요. 금리 인하 역시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저금리 정책을 통해 생산과 수출, 고용을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실업률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낳기도 했지만,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등 부작용도 심각했습니다.

🖐 드디어 정책 전환 시작되나: 이에 최근 튀르키예가 통화 정책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결선 투표 끝에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3, 투자은행 출신의 메흐메트 심셰크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겁니다. 심셰크 재무장관은 취임 이후 튀르키예 경제가 합리적 바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더불어 월가 출신 하피즈 가예 에르칸 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CEO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하는 등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경제 정책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장기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 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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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30년 극복하려는 일본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던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반기는 입장입니다. 이는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정책의 효과를 내면서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30, 언제까지 가나?: 일본은 1990년대부터 경기 침체에 시달리면서 잃어버린 30년이란 오명을 받아 왔습니다. 물가하락 기업실적 악화 임금과 고용 감소 소비 감소 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던 것이죠. 이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중앙은행이 엄청난 돈을 찍어 시장에 푸는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내놨는데요.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엔화 약세 수출 증가 기업이익·투자·소비 증대라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었습니다. 2016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전 총재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도 했죠.

🔍일본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국제 한입] 일본은 왜 금리를 안 올릴까?

🏛 물가 상승이 반가운 일본: 지난 16, 일본은행은 여전히 아베노믹스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를 안정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건데요. 일본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해석했죠. 일본은 앞서 지적한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반기는 상황입니다. 물가 상승은 곧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내수 경기 활성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구로다 전 일본은행 총재는 임금인상률 3% 달성을 완화적 통화정책 종료의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우에다 가즈오 현 일본은행 총재는 지속 가능한 물가 상승률 달성에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책 전환에 선을 그었습니다.

📈 일본 경제 반등하나?: 최근 일본 주가지수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엔저로 인해 관광 산업이 살아나는 등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역대급 엔저 현상에 에너지 수입액이 오르는 등 무역 적자가 심화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는데요.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63%를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작년 기준 일본 정부 국채 잔액은 1,000조 엔을 넘어서기도 했죠. 이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플레이션 부담 없는 세계의 공장, 중국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저성장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제조업이 발달해 인플레이션 압박에서 자유로운 중국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죠.

🏭 물가 부담 없는 중국: 지난 5월 중국 CPI전년 대비 0.2% 상승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는 등 리오프닝에 나선 뒤에도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겁니다. 제조업이 발달한 만큼 제품을 수입하는 대신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 중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덜 받는데요. 10%를 밑도는 낮은 곡물 수입 의존도 역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입니다. 이에 인플레이션 부담 없이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 정책을 사용하리란 예측이 많습니다.

😭 여전한 저성장 쇼크: 중국은 작년 경제성장률이 3.0%에 머무는 등 코로나로 인한 저성장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로 설정했지만,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4.5%에 그치는 등 여전히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는데요. 골드만삭스, 노무라 증권 등 세계적인 투자 은행들 역시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심각합니다.

💲 인민은행 10개월 만에 금리 낮춰: 이에 지난 20,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1%P 인하했습니다. 5월 청년실업률이 20.8%에 달하는 등 최고치를 찍으면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에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선 건데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베트남 등 금리 올렸던 신흥국도 금리 낮춘다

한국, 인도 등 금리를 올렸던 국가들 역시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리란 분석이 나옵니다. 물가가 다소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인데요. 지난 16일 베트남은 이미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 베트남, 선제적 금리 인하 나서: 지난 16, 베트남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0.5%P 낮췄습니다. 올해 3월부터 4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건데요. 작년 9월과 10, 기준금리를 1%P 올리는 등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은 베트남 정부가 빠르게 정책 전환에 나선 겁니다. 5월 베트남 CPI2.4% 상승하는 등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안정화했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조짐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 한국, 인도도 금리 낮춘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 자산 가치 하락, 수출 급감 등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많은 국가가 줄줄이 금리 인상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노무라증권은 8월엔 한국이, 10월엔 인도가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잡히면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죠.

🔍 3줄 요약

  •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도 튀르키예, 일본,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오히려 금리를 낮췄습니다.
  • 경기 부양이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나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른데요.
  •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금리 하락 흐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튀르키예, 중국, 일본 등 금리를 낮춘 국가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경기 활성화라는 목표는 같지만, 각국이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달랐는데요. 코로나19로 시작된 탈세계화로 금융 정책도 탈동조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각한 수출 부진과 경기 침체에 놓인 한국에도 상황을 개선할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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