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겐다즈, 비싸기만 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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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다즈, 비싸기만 한 게 아니야?

4,800원. 아이스크림 한 컵에 선뜻 쓰기는 어려운 돈이지만 ‘하겐다즈’가 앞에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1991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하겐다즈는 지금까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 하겐다즈 인스타그램

하겐다즈는 소비자에게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해 왔을까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세기가 바뀌어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해야 하는 오늘날까지의 하겐다즈 브랜딩 전략, 같이 살펴보시죠.


하겐다즈는 왜 ‘고급 아이스크림’이라고 느껴질까?

1960년 뉴욕에서 탄생한 하겐다즈는 창립 당시부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겠다는 명확한 목적 아래 기획됐는데요. 홍보 또한 어른의 즐거움을 정면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이 같은 기조는 1983년 필즈버리(Pillsbury)가 하겐다즈를 인수하고, 또 2000년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가 필즈버리를 인수한 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는데요.

  • 창립자 루벤 매투스(Reuben Mattus)는 대기업과의 정면 승부는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카테고리개척했습니다. 하겐다즈 이전에 루벤 매투스가 런칭했던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냉동 물류의 비용 절감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대기업을 상대하기 어려웠는데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에 하겐다즈가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었습니다.
  •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낯선 개념을 설득하기 위해, 루벤 매투스는 ‘하겐다즈’라는 유럽풍의 낯선 단어를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했습니다. 하겐다즈가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 뜻도 없는데요. 단순히 덴마크풍의 어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은근슬쩍 유럽 디저트를 떠올리게 한 것이죠.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초기 포장에는 스칸디나비아 지도도 인쇄됐습니다.
  • 프리미엄 브랜딩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의 실제 품질에도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하겐다즈는 합성 색소나 향료를 쓰지 않고 크림, 우유, 설탕과 계란에 집중해 아이스크림을 개발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벨기에산 초콜릿 등 원료의 원산지도 강조했죠. 딸기 아이스크림을 완성하기 위해 최적의 딸기를 6년간 찾았다는 일화도 있는데요. 고품질의 재료와 맛은 여전히 하겐다즈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브래들리 쿠퍼가 출연한 하겐다즈의 2013년 광고

하겐다즈는 아이가 아닌 어른의 즐거움을 공략하는 마케팅으로 유명합니다. 비싸지만 맛있는 아이스크림 한 스푼으로 제대로 된 행복을 누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죠.

  • 출시 직후인 1960년대에 호텔과 레스토랑의 디저트, 비행기 기내식으로 하겐다즈를 샘플링해 고급스러운 장소의 이미지와 하겐다즈를 연결했습니다. 같은 목적으로 오페라 극장이나 테니스 경기장 안에 하겐다즈 간이 매장을 열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이 슈퍼에서 값싼 빙과를 사 먹는 것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하겐다즈가 필요한 순간을 분명하게 전한 것이죠.
  • ‘멋진 장소에 있는 하겐다즈’라는 명제는 이제 ‘하겐다즈가 있다면 멋진 장소’의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항공사의 서비스,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프리미엄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하겐다즈를 메뉴에 포함할 정도죠. 실제로 하겐다즈는 B2B 비즈니스도 적극 운영하고 있습니다.
  • 연인과의 섹슈얼한 순간과 어우러진 하겐다즈는 1990년대 하겐다즈의 대표 이미지였는데요. “Dedicated to pleasure” 등 직관적인 슬로건과 함께한 이 광고 캠페인은 하겐다즈를 성적 코드와 결합해 젊은 세대에게 어른의 즐거움을 어필했습니다. 하겐다즈는 2013년까지도 브래들리 쿠퍼를 모델로 기용해 해당 콘셉트를 밀고 나갔습니다.

다음 30년을 위한 변화

리뉴얼된 하겐다즈의 패키지 ⓒ Love Creative

하지만 하겐다즈는 더 이상 섹슈얼한 텐션을 강조한 광고를 내놓지 않습니다. 이런 광고는 이제 ‘인스타그래머블’하지도, 시류에 맞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구시대의 프리미엄을 표방했던 브랜드가 밀레니얼과 Z세대의 등장으로 쪼그라든 사례는 셀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2017년 하겐다즈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전면 리브랜딩을 선언합니다.

  • 하겐다즈는 인스타그래머블을 새로운 시각적 아이덴티티로 설정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옛날 사람들이나 쓰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특히 슈퍼 프리미엄 포지션의 브랜드에는 재앙이다.” 리브랜딩 당시 하겐다즈 부사장의 말입니다. 이 캠페인의 슬로건(Everyday made extraordinary)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특별한 일상을 위해 곁에 두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공략한 것이죠.
(좌)기존 패키지 (우)리뉴얼 패키지 ⓒ Chase Design Group
  • 이에 따라 하겐다즈는 모든 제품의 패키지를 리뉴얼하는 한편 독특한 제품군을 확대 편성했습니다. 우선 골드, 블랙, 화이트로 구성됐던 로고를 버건디로 통일했죠. 신진 아티스트 12명 이상이 하겐다즈의 46개 플레이버를 전부 맛보고 이에 어울리는 패턴도 디자인했는데요. 이전보다 훨씬 발랄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아이스크림 마카롱과 케이크 등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신제품도 출시했죠.
  • 주요 소비자층을 40대 중반에서 2~30대로 전환하기 위해 디지털/모바일 마케팅 투자도 대폭 늘렸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디지털 마케팅 투자를 두 배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일례로 2020년 4월부터 2달간 런던의 몰입형 영화 체험관 ‘시크릿 시네마’(Secret Cinema)와 협업해 2달간 ‘시크릿 소파’(Secret Sofa) 클럽을 진행했습니다. 뉴스레터로 이 주의 영화를 소개하고, 아마존 프라임과 제휴해 하겐다즈 할인 코드를 함께 배포한 것인데요. SNS 해시태그 캠페인도 전개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하겐다즈는 2021년 미국에서만 7억 1,1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는데요, 벤앤제리스를 이어 미국 아이스크림 시장 매출 2위 또한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너럴 밀스와 프로네리가 미국 외 지역과 미국 사업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 정확한 글로벌 매출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하겐다즈의 위상이 유효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떤데?

한국은 하겐다즈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아시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아이스크림 시장을 보유하고 있죠. 2021년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4,904억원으로 2019년 3,893억원, 2020년 4,478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성장하고 있는데요. 하겐다즈는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제품의 접근성을 높여 MZ세대에게 어필했습니다.

  • 2020년 유튜브 웹예능 ‘네고왕’에 등장한 하겐다즈는 2+3이라는 파격 협상에 응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조회수 733만회로 해당 채널의 조회수 2위를 기록하고, 주문량이 기존의 30배로 뛰는 등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하겐다즈는 진행자 황광희를 같은 해 12월 광고 모델로 발탁해 호감 이미지를 이어 나갔죠.
  •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다양한 유통 채널 확대에도 나섰습니다. 하겐다즈 온라인 스토어를 리뉴얼하는 한편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SSG 닷컴, B마트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 줄줄이 입점했어요.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케이크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단독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KTX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하겐다즈 자판기 120대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띕니다.
  • 한국 하겐다즈는 2017년 매출 507억원에서 2021년에는 651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해 소매점 기준 빙과 브랜드 점유율 또한 4.09%로 4위차지했죠. 5위권 내의 유일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 다만 지난 6월 홍콩과 대만, 7월에는 프랑스에서 살충제 성분 ‘에틸렌옥사이드’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서 검출돼 국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한국 하겐다즈는 문제 제품(프랑스산)과 달리 국내 유통 제품은 미국산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겐다즈 브랜딩의 핵심인 품질을 잃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경쟁자와 비교해보면...

ⓒ 벤앤제리스 인스타그램

하겐다즈를 국내의 다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경쟁자와도 비교해 봤는데요. 월등한 인지도접근성을 바탕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전 세계 파인트 아이스크림 1위 브랜드 벤앤제리스는 2019년 GS25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출시 직후에는 일부 점포에서 물량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으나 아직 국내 인지도 및 매출은 하겐다즈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벤앤제리스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벤앤제리스의 모토로 MZ세대에게 소구하는 한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DV 매장을 확대하고 배달 전용 제품인 프레시팩을 출시했죠. 카카오톡 선물하기,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도 벤앤제리스를 만날 수 있어요.
  • 롯데제과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소비자가 인지하는 품질 측면에서 하겐다즈에 뒤처지는데요. 2011년 이름을 '나뚜루POP'으로 바꾸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던 것이 오히려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재 나뚜루는 원료에 초점을 맞춘 고급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9년 ‘자연을 담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어요. 작년에는 원료 함량을 늘려 품질을 개선하고 포장에도 원료 일러스트를 넣었죠. 친환경을 강조한 시그니처 콘셉트 매장 또한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겐다즈의 ‘프리미엄’은 비싼 가격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는데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굳건한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어른의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는 소확행, 나를 위한 소비라는 최근의 트렌드와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죠. 마침 하겐다즈 스토어에서 8월 한 달간 전제품 2+1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하겐다즈의 브랜드 가치, 지금 바로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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