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Young,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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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Young, 구찌

요즘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자주 들리는 곡이 있습니다. 메간 트레이너의 곡 ‘Made You Look’인데요.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명품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죠. 가사에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나오지만, 그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브랜드는 바로 구찌입니다.

‘Made You Look’ 뮤직비디오

그만큼 구찌는 명품 패션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표주자로 인식되는데요. 그런데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구찌는 올드한 브랜드로 인식됐습니다. 리브랜딩을 통해 지금의 트렌디한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었는데요. 단숨에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원히 젊은’ 브랜드 구찌의 비결을 살펴보겠습니다.


100년의 전통, 그러나

© 구찌‌

구찌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작은 가죽제품 상점에서 시작해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위기도 기회로 만들며 구찌만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갔습니다. 그러나 내부 문제로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점차 식상한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 창립자 구찌오 구찌(Guccio Gucci)는 대대로 밀짚모자를 만들어 온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서 일했는데요. 전 세계의 상류층이 모여드는 호텔에서 상류층의 문화와 감각을 익혔죠. 이후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가 승마용품을 판매하다가, 1921년에 드디어 가죽제품 전문 매장 ‘구찌’를 설립했습니다.
  • 2차 세계 대전으로 가죽과 금속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구찌는 색다른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돼지가죽으로 몸체를 만들고 대나무 손잡이를 붙여 ‘뱀부 백’을 내놓았는데요.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구찌의 베스트셀러가 됐죠.
뱀부 백 © 구찌
  • 구찌는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가 1953년 첫 해외 매장인 뉴욕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미국에 진출한 최초의 이탈리아 브랜드죠. 1961년에는 창립자의 이름을 딴 ‘GG’ 로고와 ‘초록-빨강-초록’의 삼색선 ‘더 웹’이 구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핸들백 속 ‘GG’ 로고와 ‘더 웹’ © 구찌
  • 구찌의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분쟁이 벌어졌을 때부터였습니다. 1994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른 톰 포드는 구찌를 위기에서 건져냈지만, 2004년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구찌를 떠났죠. 이후 구찌는 고리타분한 이미지까지 얻으며 실적 부진을 겪었는데요. 2014년 경쟁사 버버리와 에르메스의 매출은 올랐는데 구찌의 매출만 연이어 감소했을 정도였습니다.
구찌 가문의 비극을 그린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예고편 영상

It’s so ‘Gucci’, 구찌스러운 변화

해리 스타일스(좌)와 알렉산드로 미켈레(우) © 구찌

2015년 마르코 비자리가 새로 CEO로 취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었습니다. 비자리는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시켰는데요. 이는 부활의 신호탄이 됐습니다. 미켈레는 새로움을 선보이면서도 전통을 변주해 구찌를 트렌디한 브랜드로 재탄생시켰죠.

변화

구찌가 경영난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식상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즉 구찌에 가장 시급했던 것은 디자인의 혁신이었는데요. 미켈레가 선보인 변화는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경계와 규칙이 없는 디자인으로 구찌의 정체성을 재정의했죠.

  • 미켈레는 2002년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구찌에 입사해 12년 동안 일해왔던 인물입니다. 당시 구찌에는 톰 포드의 절제미와 섹시한 이미지가 남아있었는데요.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은 미켈레는 구찌에 자유분방함을 입혔습니다.
  • 패션 업계에 존재했던 이분법적인 구조와 금기를 깨고 성별, 인종, 문화 등 각종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을 내세웠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기피해왔던 하위문화의 요소도 과감히 흡수해 스트릿, 빈티지 스타일을 접목했죠. 그의 디자인 철학은 강렬한 원색과 화려한 꽃무늬 패턴, 다양한 동식물 모티브로 대표됩니다.
미켈레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가든’ 컬렉션 © 구찌
  • 미켈레가 창조한 빈티지하면서도 화려한 스타일은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이라 불립니다. ‘구찌피케이션’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였는데요. 사회적 기준이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패션을 지향하는 가치관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전통

변화하면서도 전통의 가치는 잃지 않았습니다. 미켈레는 오랜 시간 구찌에서 일해온 만큼, 구찌가 쌓아온 헤리티지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었죠. 브랜드의 상징을 대담하게 드러내고 런웨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 구찌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로고리스(logoless)’ 방침을 내세웠었는데요. 미켈레는 다시 ‘GG’ 로고를 불러와 다양한 색상과 패턴으로 변주했습니다. 구찌의 상징인 ‘더 웹’ 역시 각종 아이템에 과감히 배치했죠. 1953년에 출시돼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홀스빗 로퍼’도 새롭게 태어났는데요. 뒤축이 없어 슬리퍼처럼 신고 다닐 수 있는 모델을 공개했죠.
‘GG’ 로고를 재해석한 귀걸이 © Lyst
  •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패션쇼가 불가능해지자, 미켈레는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을 활용했습니다. ‘에필로그’ 컬렉션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는데요. 컴퓨터 화면처럼 구성된 영상에서는 모델 대신 옷을 입은 디자이너들이 등장했습니다.
‘에필로그’ 컬렉션 영상
  • 보통의 패션쇼에서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데요. 디지털 런웨이는 모두에게 공평한 쇼였죠. 나아가 모델과 디자이너의 경계도 무너뜨렸습니다. 관습적으로 진행해왔던 런웨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죠.
반응

구찌의 변화에 화답한 것은 젊은 소비자들이었습니다. 구찌의 매출 상승을 이끌고 구찌를 활용한 유행어까지 만들었는데요. 구찌는 한물간 브랜드에서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하나의 유행이자 현상으로 거듭났습니다.

  • 미켈레 체제 이후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작년에는 97억 3,0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2%의 매출 상승률을 보였죠. 특히 구찌는 코로나를 이유로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했는데요. 그럼에도 인기는 식지 않았죠.
  • ‘It’s so Gucci’, ‘I am Gucci’ 등 다양한 신조어가 나타났습니다. ‘Good’과 발음이 비슷해 ‘좋다, 멋지다’를 대체하는 표현이 됐는데요. 젊은 세대에서 구찌가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는지 알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죠.

I am Gucci, 소통하는 구찌

© 구찌

구찌의 변화는 디자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콜라보와 마케팅을 진행했는데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접촉면을 늘려나가는 전략입니다.

  • 2020년 쥐의 해를 맞아 디즈니와 협업한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미켈레의 위트 있는 디자인과 미키마우스의 모습이 어우러져 콜라보의 성공 사례로 여겨지죠. 올해 초 아디다스와의 콜라보도 화제였는데요. 구찌의 레트로함과 아디다스의 스포티함이 시너지 효과를 냈죠.
구찌 X 아디다스 컬렉션 © 구찌
  • 게임 마케팅에도 적극적입니다. 2019년부터 구찌 로고 ‘GG’를 게임 용어인 ‘굿 게임(Good Game)’에 빗대 활용해왔는데요. 로블록스,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구찌만의 공간을 구축했습니다. 게임 내 아이템을 실제 제품과 거의 똑같이 구현해 게이머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죠.
로블록스 구찌 타운 © 구찌
  •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채널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국내의 경우 2020년부터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기프티콘으로 구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죠. 더불어 온라인 단독 상품을 출시해 온라인 유통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을 확실히 구분 짓는 모습입니다.
온라인 단독 판매 상품인 오피디아 플로라 미니백 © 구찌


미켈레는 구찌가 탄생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춘기라 밝혔습니다. 구찌는 영원히 젊음을 간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구찌에 젊음을 되찾아 준 미켈레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그만둔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그가 떠난 뒤에도 구찌는 영원한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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