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제네시스, 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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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제네시스, 질주할 수 있을까?

2015년, 유럽 및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한 브랜드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현대차의 제네시스였는데요.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품질 관련 이슈로 몸살을 앓았죠.

그러나 이제는 개선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브랜드로 거듭났는데요. 절대 쉽지만은 않았던 제네시스의 도전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한 전략과 앞으로 극복해야 할 지점까지, 모두 정리해봤습니다.


‘고급차 TF’에서 새로운 기원으로

제네시스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대차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급차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는데요. 하나의 프로젝트에 불과했던 제네시스는 이후 빠르게 성장해 독자적인 브랜드로 탄생했습니다.

  • 2004년 현대차는 비밀리에 ‘고급차 출시를 위한 TF’꾸렸습니다. 회사 내부의 전문가들이 모여 프리미엄 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그 결과 2008년 1세대 제네시스(BH)를 선보였습니다. 현대차의 새로운 출발이자 고급차의 새로운 기원이라는 의미에서 ‘제네시스’가 차명으로 결정됐죠. 금융 위기가 터진 출시 첫해를 제외하고는 5년 연속 4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 2013년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DH)는 1세대에 비해 보완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국산차 최초로 자체 개발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주목받았는데요. 도로 상황에 따라 네 바퀴의 구동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됐죠. 안전성 역시 뛰어나 국토교통부로부터 ‘2014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국산차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좋은 반응에 힘입어, 2015년 제네시스는 단독 브랜드로 탄생했는데요. 이듬해 출시된 DH의 연식 변경 모델은 현대차가 아닌 제네시스 브랜드에 소속됐습니다. G80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는데요. 1세대 BH까지 포함해 2세대 G80이라 불립니다.
G80 런칭 광고
  • 2017년에는 중형 세단 G70을, 2020년에는 첫 SUV인 GV80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넓혀갔는데요. 2020년에는 3세대 G80(RG3)선보였습니다. 차체 곳곳에 적용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두 줄’날개 모양의 엠블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높게 평가받았죠.
3세대 G80 © 제네시스
  • 브랜드 출범 이후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났는데요. 2015년 384대를 시작으로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량 8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이전에 10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죠.

 

발목 잡은 품질 문제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하려던 제네시스는 번번이 품질 이슈에 휘말렸습니다.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크고 작은 결함이 논란이었는데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치명적인 이슈였죠.

  • BH는 운전자가 사망에 이른 대형 사고에서 에어백이 하나도 터지지 않아 논란이 됐는데요. MBC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충돌 각도가 센서 부위를 비켜나갔다는 해명은 여론에 불을 질렀죠. 2017년에는 속도를 낮춰 주행하면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캐니스터라는 부품의 불량이 원인으로 밝혀졌는데요. 결국 리콜 조치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 2020년에 출시한 GV80과 G80은 연달아 품질 이슈휘말렸는데요. GV80은 방전 증상과 전자 장비 오류 등의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결국 출시 3달 만에 리콜을 실시했죠. 이후 출시된 G80 역시 엔진 떨림, 차량 방전 등 각종 결함이 발견돼 논란을 빚었습니다.
  • GV80과 G80은 걸레 냄새가 난다는 황당한 결함으로도 문제가 됐습니다. 창문을 열거나 에어컨을 외기 순환 모드로 전환하면 심한 악취가 진동했는데요. 뒤늦게 밝혀진 원인은 빗물로 스피커 흡음재에 핀 곰팡이였습니다.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 제네시스

거듭된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지만, 제네시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품질 문제를 개선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요. 브랜드의 모토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추구하며 브랜드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전동차 시장에도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 고질적인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품질 전담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품질 경영’을 표방하며 관리에 투자한 결과, 이제는 해외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는데요. 올해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에서 발표한 ‘2022년 신차품질조사’에서 전 세계 고급차 브랜드 중 1위달성했죠.
  • 작년에는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타이거 우즈는 GV80을 운전하고 가던 중 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를 당했는데요. GV80은 절벽에서 굴러떨어져 완전히 파손됐지만, 우즈는 부상만 입었을 뿐 생명에 지장이 없었죠. 제네시스의 안전성이 조명되면서 미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 품질과 안전성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도 쌓아 나갔습니다. 2020년 GV80을 슈퍼볼 광고에 런칭해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에서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했죠. 골프 마케팅에도 적극적입니다. 2017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 대회에 투자해 ‘제네시스 오픈’을 열어왔는데요. 2020년에는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로 승격됐죠. 나아가 올해부터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인 ‘스코티시 오픈’도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사진 © 제네시스
  • 시장의 흐름에 맞춰 발 빠른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 기조로 전환됨에 따라,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35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목표로 2025년부터는 전기차만 새로 출시할 예정인데요. 작년에 G80의 전동화 모델을 통해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를 선보인 바 있죠.
G80 전동화 모델 © 제네시스
  • 지난 15일 공개된 ‘X 컨버터블’ 모델화제인데요. 브랜드 최초로 지붕이 여닫히는 컨버터블 콘셉트를 도입했습니다. 전기차를 통해 자연환경과 교감하는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인데요. 전기차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동화 경쟁에서 확실한 입지를 점하고자 합니다. 변화하면서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이어 나갔는데요. 제네시스 고유의 ‘두 줄’ 디자인을 전면의 헤드램프에 담아냈습니다.
X 컨버터블 모델 © 제네시스

아직 남은 과제

©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작년 5월 유럽 진출을 공식화했는데요.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됩니다. 또 현대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는 문제도 남아있는데요.

  • 유럽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고향으로 인식되는데요.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브랜드들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죠. 브랜드의 역사가 길지 않다면 테슬라와 같이 완전한 혁신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유럽 시장에서는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쌓인 기술 역량도 중요시되는데요.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아직 다른 브랜드를 제칠 수 있는 혁신이나 기술력을 보여주지 못했죠. 후발주자인 만큼, 돋보이는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 현대차로부터의 완전한 독립필요한데요.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는 초기부터 단독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현대차를 ‘징검다리’로 활용했는데요. 브랜드가 출범하고 7년이 흐른 지금도 현대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매장이 분리되지 않아 고객 응대 서비스 역시 프리미엄이라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죠. 현대차는 대중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계속 나란히 서서는 안 되겠죠.

S&P Global Mobility에서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충성도가 가장 높아진 브랜드는 제네시스입니다. 그만큼 브랜드 초기에 존재했던 우려와 사건·사고를 딛고 믿음직한 브랜드로 평가받는 모습인데요. 다만 브랜드 앞에 여러 난관이 놓여있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과연 세계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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