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선효과, 올해도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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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풍선효과, 올해도 돌아올까?

💡 3줄 요약

  • 부동산 풍선효과란 특정 지역에 규제를 가할 경우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해 집값이 오르는 현상으로, 과거 2003년과 2017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 202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주택 시장에 처음 적용됐을 때도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 최근 토허제 재지정을 두고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까진 잠잠한 상황입니다.

어떤 문제를 억누르려 할수록, 뜻밖의 곳에서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오는 현상을풍선효과라고 합니다. 과거 미국이 중남미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치를 당시, 한 나라의 마약 단속이 오히려 다른 나라의 마약 유통망 형성을 유발하는 현상이 벌어졌는데요. 멕시코 마약 유통 세력을 단속했더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주변국으로 마약 유통 거점이 옮겨가는 식이었죠.

이러한 풍선효과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합니다. 부동산 규제로 특정 지역의 집값을 억눌러도 수요는 그대로 존재하기에 인접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두고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과연 풍선효과는 실제로 작동하는 건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국면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오늘 <부동산 한입>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사례로 알아보는 풍선효과

2003: 강남 누르자 분당·용인 튀어올랐다

2003, 정부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집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으며,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인 높은 수요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는데요. 결국, 이러한 주택 수요가 규제를 피해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분당과 용인입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과 개발 호재 등으로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고, 1년 만에 집값이 각각 약 25%, 20% 이상 상승했죠. 이는 규제를 특정 지역에만 국한했을 때 투자 수요가 소멸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옮겨가 가격을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수요 억제에 집중했지만, 시장은 빠르게 빈틈을 찾아 움직였고 오히려 인접 지역의 가격 불안을 키웠습니다.

 

2017: 서울에서 지방으로

2017, 문재인 정부 역시 수요 억제 정책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8.2 부동산 대책’인데요. 대출 규제, 청약 조건 강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정됐습니다. 그러나 규제를 피한 분당, 일산, 부천, 대전 등으로 서울 외곽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고, 집값이 급등했는데요. 대책 발표 2주 후 서울 아파트값은 -0.04% 하락했지만, 성남 분당구는 0.24%, 부천시는 0.16% 상승했죠.

지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포와 파주는 1년간 약 1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는 각각 14%, 13% 이상 올랐죠. 이에 당시 부동산 규제를 두고 서울의 수요를 억제하려는 조치가 규제가 느슨한 지방의 부동산 시장 과열을 유도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2020년엔 어땠는데?

🤔 토지거래허가제가 뭐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란 부동산 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특정 지역 내 토지 거래 시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1979년에 도입됐지만, 주택 거래에 본격 도입된 건 2020년이 처음인데요. 당시 서울시는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지정 이후 해당 구역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시 2년 실거주 요건이 적용됐고, 이에 투자를 목적으로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차단됐죠.

 

📉 의도대로 잠삼대청 가격 폭락

20206, 규제 시행 이후 해당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했습니다.  잠실동은 토허제 전 2년간 4,456건이 거래됐지만, 시행 후에는 814건으로 81.7% 줄었고, 대치동은 같은 기간 1,343건에서 536건으로, 청담동은 461건에서 178건으로 각각 60% 넘게 감소했죠. 매매가 역시 최대 7.2% 하락하는 등 유의미한 내림세를 보였는데요. 고가 아파트 단지의 거래가 위축되면서 전체 가격 수준을 끌어내린 것입니다.

 

🎈 풍선효과로 세종시 집값 폭등?

문제는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풍선효과가 또다시 발생했는데요.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로 투자자가 몰리면서 집값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노도강) 지역과 수원·용인·성남(수용성) 지역이 대표적인 수혜지였죠. 노원구 중계동 청구 3차 전용 84㎡의 경우 2020 1월 매매가가 99,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연말 12억 원으로 대폭 뛰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집값도 급등했습니다. 2020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시였는데요. 아파트 매매가 기준 상승률이 무려 44.97%에 달했죠. 당시 정치권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점도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 부동산 시장 영향은?

🎇 해제 이후 들썩인 강남 집값

지난 2 12, 서울시는 강남·송파구 일대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안정됐다는 판단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투기 수요 유입이 빠르게 감지됐죠.

해당 지역의 평균 거래가격이 한 달 새 4% 급등했고거래량은 2배 가까이 늘어났는데요. 잠실 레이크펠리스 전용면적 84 매물의 경우한 달 새 가격이 4억 원 가까이 오르는(23 5천만 원→27 5천만 원) 등 신고가 거래도 잇따랐습니다. 집값 상승에 불이 붙으면서 갭투자까지 과감해졌습니다올해 2강남 3구의 갭투자 의심 거래는 총 134건으로 작년 말(61대비 2배 넘게 늘었죠. 집값 상승 추세는 인근 지역으로 번졌습니다. 3월 둘째 주송파(0.72%), 강남(0.69%), 서초(0.62%)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6 6개월 만에 가장 컸고마포(0.21%), 용산(0.23%), 성동(0.29%) 등 주변 지역에서도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죠

 

🧑‍⚖️ 부랴부랴 재지정 나선 서울시

결국 지난 3 19, 서울시는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나섰습니다. 적용 지역도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 지역으로 기존보다 훨씬 확대됐는데요. 이와 함께 대출 관련 규제 강화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강남 3구 등 집값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추이를 따로 살피고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조절하겠다고 밝혔는데요다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도 제한하고 갭투자를 위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더 강하게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 마용성 집값 동향은?

토허제 재지정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마포·용산·성동(마용성) 지역입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다음으로 서울 내 핵심 주거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기 때문인데요. 2010년대 들어 성수동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고가 아파트가 들어오는가 하면 왕십리 뉴타운까지 형성되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죠.

다만 최근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성동구와 마포구 등에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천만 원씩 올린 반면, 매수자들은 과도한 가격에 부담을 느껴 거래를 망설이는데요. 마용성 집주인들이 강남으로 갈아타기 어려워지면서 거래 유인이 줄어든 점도 한몫했죠. 결국 3월 다섯째 주, 마포(0.21%0.18%), 성동(0.35%0.30%) 등의 전주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줄어드는 등 시장이 둔화하는 추세입니다.

 

🏠 아파트 대신 빌라 거래 늘었다

다만, 다른 의미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규제지역 내 빌라 거래가 늘어나는 건데요.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이후, 아파트 거래는 뚝 끊긴 반면 연립·다세대 주택의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우리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 24일부터 4 1일까지 9일간 아파트는 단 2건 거래된 데 반해 연립·다세대는 13건이 성사됐죠.

특히 용산 한남동에 위치한 유림빌라는 50억 원에 직거래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투자 수요는 길을 찾는다'는 부동산 시장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파트가 막히자 빌라와 재개발 대상 소형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거죠. 물론, 최근 금융권의 대출 규제 분위기, 그리고 매도자들의 높은 호가 등은 거래를 가로막는 변수로 꼽히는데요. 결국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풍선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풍선효과가 발생해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 부동산 시장엔 몇 가지 변수가 추가됐습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가 투자 수요 역시 예전보다는 신중해졌는데요. 특히, 코로나 이후 집값 폭등에 따른 피로감도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죠. 게다가 탄핵 심판 마무리를 앞두고 조기 대선을 지켜보려는 관망세도 짙어집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떤 규제가 새로 등장할지 모르니 우선 투자를 미루겠다는 거죠.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잠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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