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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월 교체 시사, 미국의 통화정책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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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월 교체 시사, 미국의 통화정책은 어디로?

💡 3줄 요약

  •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 해임과 조기 후임 지명을 시사하며 통화정책 장악 움직임을 본격화했습니다.
  • 과거 트루먼과 닉슨도 연준 의장과 충돌했지만, 볼커와 그린스펀 이후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 공개 갈등은 사라졌는데요.
  • 대통령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하면 단기 효과는 있어도, 금융 불안·고물가·달러 신뢰 약화라는 장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직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았음에도 후임자 지명을 언급하며 사실상 파월 의장을 레임덕으로 만들어버렸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들까지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연준 내부 균열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 한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 과거 미국 대통령과 연준 총재의 충돌 사례, 그리고 대통령이 통화정책까지 장악할 경우 경제에 미칠 치명적 리스크를 분석합니다.

레임덕(lame duck): 원래 다리를 저는 오리를 뜻하는 표현으로, 사냥꾼에게 쉽게 잡히는 오리처럼 권력을 잃고 힘을 쓰지 못하는 정치인이나 고위급 인사를 가리킵니다. 주로 임기 종료를 앞두거나 후임자가 정해져, 실질적인 영향력이 약해진 상태를 가리킬 때 쓰입니다.


트럼프의 파월 해임 압박, 연준 장악 신호탄

🏦 트럼프, 조기 후임자 지명으로 파월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끔찍하다"라며 "내가 고를 3~4명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아직 11개월이나 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9~10월 후임자 발표 가능성을 시사한 건데요. 통상 연준 의장은 임기 종료 3~4개월 전에 후임이 지명되는데, 이보다 훨씬 이른 시점을 언급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직접 해임할 경우 생길 금융 불안을 고려해, 조기 지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월 의장을 압박한다고 보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 그간 "IQ가 낮은 사람" "멍청이"(moron) 등 모욕적인 표현으로 비난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왜 연준 이사회가 이 얼간이를 무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선동하기도 했죠. 이런 발언은 연준 의장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통화정책 결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수차례 공개 비판을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싯 전 국가경제위원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이 거론됩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적 업무 연관이 있었거나 정책 기조를 공유한 인사들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 "트럼프는 파월 임명을 평생의 실수라 여기며, 이번에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를 원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후보군의 성향을 고려할 때, 차기 의장은 금리 인하 등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전략을 적극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죠.

 

⚖️ 금리 인하를 둘러싼 연준 내부 분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이르면 7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임명된 인사로, 그의 이번 발언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는데요. 월러 이사는 평소 중립 혹은 완만한 매파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경기 둔화 리스크를 강조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매파 & 비둘기파: 매파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선호하는 강경파를 말합니다. 반대로 비둘기파는 경기 부양과 고용 확대를 위해 금리 인하 등 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온건파를 뜻하죠.

미셸 보먼 부의장도 체코 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억제된다면 7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겠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보먼 부의장은 그간 강경 매파로 알려져 있었고, 작년 9월 빅컷(0.5%P 인하)에도 반대표를 던진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시장뿐 아니라 연준 내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는데요. 보먼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으로 최근 취임한 바 있죠.

반면 제롬 파월 의장은 기존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금리 인하는 가능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국민이 대가를 치르게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의 기저 흐름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늦추겠다는 입장인데요. 이처럼 의장과 이사들이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FOMC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집니다.

 

🔍 트럼프의 궁극적 목표와 정치적 계산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 부과는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동시에 기업 비용 부담으로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죠.

둘째는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입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이자 비용은 올해 들어서만 7% 증가해 7,760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도 줄어들어 재정 운용 여력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정책과도 연결되죠. 재정 적자를 확대하더라도 금리 인하로 이자 비용을 줄이면 단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셋째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금리 인하로 경제 심리가 개선되면, 주가 상승과 소비 증가로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상당수는 트럼프의 경제 기조를 지지하거나 과거 함께 일한 인사들입니다. WSJ은 트럼프가 이번 인선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확실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후임자 지명은 시장과 정치권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통령과 연준 의장 충돌, 처음이 아니라고?

📜 트루먼과 마틴, 연준 독립의 시작점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간 충돌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연준 의장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두고 격렬한 갈등을 빚었는데요. 한국전쟁 발발로 재정 지출이 급증하자, 트루먼 대통령은 초저금리를 유지해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해지자 마틴 의장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트루먼 대통령은 공개서한으로 연준을 압박했습니다. 결국 연준-재무부 협약(Treasury-Fed Accord)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자리잡게 됐죠.

연준-재무부 협약: 미국 재무부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연준에 초저금리를 강요하던 관행을 끝낸 합의입니다. 이 협약으로 연준은 정부의 요구가 아닌, 경제 상황과 물가 안정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 권한을 갖게 되었고, 이는 오늘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마틴 의장은 이후 "연준의 임무는 파티가 한창일 때 술잔을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때때로 물가와 금융 안정을 위해 시장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상징하는 명언으로 남았는데요. 트루먼-마틴 사례는 대통령의 단기적인 재정 투입의 필요성과 중앙은행의 장기적인 물가 안정 목표가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죠.

 

🏦 닉슨과 아서 번스, 스태그플레이션의 대가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강력한 경기 부양을 원했고, 이를 위해 연준 의장 아서 번스에게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번스 의장은 초반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려 했지만, 닉슨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과 정치적 부담 속에서 결국 대통령의 뜻을 따르게 됩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경기가 살아나면 재선은 문제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통화정책을 정치적 성공의 핵심 수단으로 봤죠.

결국 아서 번스 의장은 기준금리를 낮추고 통화 공급을 확대하는 완화적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고 실업률도 감소해, 닉슨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실제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대선에서 큰 표 차로 승리했죠. 하지만 무분별한 통화 팽창은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를 자극했고, 수입물가 상승과 맞물려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부담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970년대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됩니다. 물가는 10%를 훌쩍 넘고, 경제 성장률은 둔화했으며, 실업률도 동시에 높아지는 이중고가 이어졌습니다. 닉슨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임금과 물가를 동결시키는 초강력 정책까지 시행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닉슨과 번스 사례는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단기 경기 부양만을 택할 경우 장기적으로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침체(저성장)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기가 나쁜데도 물가는 계속 올라, 정책 대응이 매우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가리킵니다.

 

🛡️ 볼커, 그린스펀, 그리고 트럼프 전까지 잠잠했던 이유

닉슨 대통령과 번스 의장의 실패 이후, 미국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대통령이 금리 정책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폴 볼커 의장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올렸는데요. 이로 인해 경제는 단기적으로 침체를 겪었지만, 물가가 안정되면서 연준의 독립성과 신뢰도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레이건 대통령도 볼커 의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지는 못했죠.

그 뒤를 이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장기간 재임하며, 여러 대통령과 큰 충돌 없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정치권의 요구를 적절히 조율하면서도,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는 연준의 권위를 지켰습니다. 이렇게 중앙은행 독립이 당연한 원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닉슨 시절 이후 트럼프 전까지 40년 넘게 대통령과 연준 의장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트럼프와 금리, 전망과 통화정책 장악의 부작용

⚠️ 연준 독립성 훼손 시 시장 신뢰 붕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자신의 정책에 협조적인 인사를 임명하면,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낮아져 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질 수 있는데요. 중앙은행이 정치적 영향 아래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은 미국의 통화정책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해외 자금이 미국에서 빠져나가는 흐름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 임기와 통화정책이 함께 움직인다는 인식이 퍼지면,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 위험이 커져 국채 금리가 오르고 차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재정 건전성 악화

무리하게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이미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저금리까지 더해지면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죠. 이런 흐름은 과거 닉슨 대통령 시절처럼, 처음에는 경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엔 물가는 크게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GDP 대비 국가 부채가 120%를 넘고, 매년 수천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내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 결과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더 커집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정치의 영향을 받게 되면, 금리가 경제 상황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 같은 정치 일정에 맞춰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워져, 공장 증설이나 채용 같은 큰 결정을 미루게 됩니다. 결국 투자와 생산이 줄어들어,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도 느려질 수 있죠. 그래서 중앙은행이 정치로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학계와 전문가의 경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후임자를 지명하더라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명 위원을 모두 교체하지 않는 이상 통화정책의 큰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연준의 결정은 의장 1인의 의견만으로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후임 의장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협조적이라면, 위원회 내 논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심리적 효과만으로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달러 약세, 금값 상승, 국채금리 불안 등 다양한 시장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과거에도 연준 의장 교체 시기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사례가 반복돼 왔습니다.

학계에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되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낮추면 단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수 있지만, 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파월 갈등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미국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글로벌 금융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그동안 신중하고 점진적인 금리 정책을 강조해온 인물입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파월 의장을 두고 조기 후임자 지명을 언급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사실상 파월 의장의 레임덕을 가속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앞으로 파월 의장이 자신의 통화정책 기조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준의 결정이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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