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줄 요약
- 일본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 시사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며, 미국 국채·신흥국 자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요합니다.
- 다만 일본 연기금의 고정 자산배분 규정과 환 헤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캐리 트레이드가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나오는데요.
- 확장 재정을 원하는 다카이치 총리와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는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라는 공통 이슈를 매개로 조율에 나섰으며, 그 결과가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입니다.
일본 국채시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12월 초 일본 10년 국채 금리는 1.94%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2.96%로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죠. 시장에서는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올릴 가능성을 80%로 봅니다.
이번 금리 인상 전망이 시장을 술렁이게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이어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죠.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세계 곳곳에 투자됐던 막대한 자금이 본국으로 되돌아올 경우, 그 충격파는 미국 국채시장부터 글로벌 주식시장까지 전방위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이 될까요? 그리고 확장 재정을 천명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긴축을 시도하는 일본은행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엔 캐리 트레이드, 그 달콤했던 역사
💴 와타나베 부인에서 헤지펀드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해 그 차익을 남기는 전략입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왔고, 2016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의 공짜로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 호주 달러, 브라질 헤알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전략의 상징적 존재가 바로 '와타나베 부인'입니다. 일본의 평범한 주부들이 가계 자금을 외환거래에 투자하며 캐리 트레이드의 주역으로 떠올랐는데요. 2000년대 중반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외환거래 규모는 연간 100조 엔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이었습니다. 물론 와타나베 부인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헤지펀드, 연기금, 보험사 등 세계의 큰손도 투자에 뛰어들었고, 그 규모는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죠.
엔 캐리 트레이드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더 있습니다.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위기 때마다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평소에는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으로 안정적인 약세를 유지했는데요. 낮은 변동성과 예측 가능한 환율 움직임이 캐리 트레이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죠. 특히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후 엔화는 꾸준히 약세였고,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황금기를 여는 배경이 됐습니다.
⏳ 2007~2008년, 첫 번째 청산의 기억
엔 캐리 트레이드는 한 번의 대규모 청산을 경험했습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죠. 당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급히 처분하고 안전자산인 엔화로 도피했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2007년 초 120엔대에서 2008년 10월 90엔대까지 급락했죠. 불과 1년여 만에 엔화 가치가 30% 넘게 뛴 겁니다.
이 과정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실행했던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투자한 자산의 가치는 폭락했고, 빌린 엔화의 가치는 급등하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죠. 헤지펀드가 줄줄이 청산됐고, 와타나베 부인들도 막대한 손실을 보았습니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외환거래 손실은 수조 엔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청산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에 나섰고, 일본은행 역시 양적완화를 확대했죠.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고, 캐리 트레이드는 부활했습니다. 특히 2013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되면서 엔화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전성기를 맞았죠. 2024년 7월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잠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불거졌지만, 이내 진정됐습니다.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부터 추진한 경기부양 전략으로, 대규모 양적완화·재정 확대·구조개혁을 축으로 엔화 약세와 자산시장 부양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정책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재정 악화와 물가 불안정 등 부작용도 함께 남겼습니다.
⚠️ 왜 지금 다시 청산 우려가 나오나
이번 청산 우려는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배경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이 명확해졌다는 점입니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7월에는 기준금리를 0.25%로, 올해 1월에는 0.5%로 인상했습니다. 이번 달 금리를 0.75%로 인상할 경우, 1년도 안 돼 금리가 세 배로 뛰는 셈인데요. 과거 일본은행이 제로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입니다.
심지어 우에다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그는 "경제 및 물가 전망이 실현된다면 계속해서 정책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죠. 현재 일본의 실질금리는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2025년까지 금리를 1%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죠.
엔화 환율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연초 159엔까지 치솟았다가 4월 140엔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155엔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입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일본은행의 걱정이죠. 마이크 리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매니저는 "일본 국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세계 큰손인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보유 자산을 팔고 그 돈을 본국으로 가져올 동기가 생긴다"라며 "전염병처럼 자산 매도세가 일본 밖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청산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글로벌 채권시장의 도미노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글로벌 채권시장입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국가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인데요. 일본 투자자들이 상승한 일본 국채 금리에 이끌려 자금을 본국으로 돌리면, 미국 국채를 비롯한 세계 채권시장의 수요가 급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에다 총재의 금리 인상 시사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7bp(1bp=0.01%P)나 급등했죠.
문제는 타이밍이 최악이라는 점입니다. 선진국은 팬데믹 이후 양적완화를 축소하며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대부분 종료했고, 연기금이나 생명보험사 같은 전통적 장기투자 기관의 투자 수요도 약화하는 추세입니다. 주피터의 제임스 노보트니 투자 매니저는 "일본의 상승하는 시중 금리가 자본을 본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라며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시기에 주요 매수자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시에테제네럴의 마니시 카브라 전략가는 더 구체적인 경고를 보냈습니다. 그는 "미국 10년 국채 금리의 1%P 상승은 S&P 500의 10~12%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라며 "우리의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채권시장 변동성은 향후 1년간 시장 전망에 가장 큰 위험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죠. 일본 금리 급등이 미국 증시에 연방준비제도나 미국 정부 정책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신흥국 통화와 자산시장 충격
엔 캐리 트레이드로 조달된 자금은 미국 국채만이 아니라 신흥국 자산에도 대거 투자됐습니다.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터키 리라 등 고금리 통화와 신흥국 주식, 채권이 대표적이죠. 만약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이들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신흥국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4년 7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당시 한국 증시는 하루 만에 8% 넘게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크게 요동쳤죠. 당시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단 0.25%P 올렸을 뿐인데도 이 정도 충격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금리가 0.75%까지 오르고 추가 인상까지 예고된다면 그 여파는 더 클 수 있죠.
에버딘의 마이클 랭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분명히 세계 나머지 국가들 자본의 원천이었다"라며 "만약 그런 자금 흐름 중 일부라도 현지 시장으로 되돌아간다면, 그 물결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통화 변동성과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 한번 청산이 시작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과장된 공포라는 반론도
물론 모든 전문가가 청산 우려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죠. 가장 큰 근거는 환 헤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해외 채권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입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의 금리 차이를 감안하면 미국 국채 등이 여전히 일본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환 헤지 비용: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이나 스와프 계약을 사용할 때 드는 비용입니다. 금리 차가 클수록 비용이 커지며, 일본처럼 금리가 낮은 나라 투자자들은 헤지 비용이 커질수록 해외 자산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일본 공적연금(GPIF)은 포트폴리오의 4분의 1을 비일본 채권에 엄격하게 배분할 의무가 있고, 다른 많은 일본 연기금도 이를 따릅니다. 이들이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단기간에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죠. T로우 프라이스의 빈센트 정 매니저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대규모 매도세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HSBC의 맥스 케트너 수석 전략가는 현재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작년의 시장 흔들림과는 다르다"라며 "올해 투기성 투자자들은 엔화에 기록적인 롱(매수) 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에 2024년 여름 마지막으로 봤었던 심각한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죠.
다카이치 vs 일본은행, 정책 조율의 딜레마
💸 돈을 풀고 싶은 총리, 조이고 싶은 중앙은행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일본은행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확장 재정정책을 강력히 주장해온 인물이죠. 그는 총리 취임 전부터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아베노믹스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그는 통화완화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행은 정책 정상화를 추진 중입니다. 우에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 이어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상태죠. 그는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현재의 실질 금리는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총리와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의외의 타협점, 엔화 약세
흥미롭게도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은행은 예상보다 원만하게 조율을 이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만약 일본은행이 이번 달에 금리를 올리려 한다면, 자체적으로 결정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이죠.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도 "정부와 일본은행의 경제 평가 사이에 차이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타협이 가능한 이유는 엔화 약세라는 공통 관심사 때문입니다. 엔화는 연초 159엔까지 약세를 보인 후 다시 155엔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인데, 다카이치 총리 측근들조차 이 정도 약세가 지속되면 금리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죠. 정부 패널 위원인 나가하마 도시히로는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총리가 12월 인상을 수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에다 총재 역시 금리 인상이 곧 긴축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현재 금리가 0.5%에서 0.75%로 오른다 해도 여전히 역사적 저금리 수준이고, 일본은행의 대규모 자산 보유는 계속된다는 것이죠. 완전한 긴축이라기보다는 덜 완화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인 셈입니다.
🧭 향후 시나리오: 점진적 정상화의 길
향후 일본의 재정·통화정책은 점진적 정상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은행은 12월 금리 인상 이후에도 속도 조절을 하며 신중하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에다 총재는 중립금리에 대해 "추정치에 폭이 넓어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있는 상태"라며 최종 금리 수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죠. 시장에서는 2025년 말까지 1~1.5% 수준을 예상하지만, 상황에 따라 속도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중립금리: 경기가 빨라지지도 둔화하지도 않는 중립 상태로 유지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입니다. 중앙은행은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으면 완화적, 높으면 긴축적이라고 판단하며 향후 금리 결정의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도 무리한 재정확대보다는 효율적 재정운용에 방점을 둘 전망입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를 넘어 선진국 중 최악 수준이고, 무분별한 재정지출 확대는 국채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죠. 대신 구조개혁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은 두 정책의 타이밍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입니다. 일본은행이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이 꺾일 수 있고, 정부의 재정확대가 과도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일본은행이 더 강하게 긴축할 수밖에 없죠. 두 기관 모두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미묘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기우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 보입니다.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 의지가 명확하고, 글로벌 채권시장의 수급 여건도 과거와는 다르죠. 물론 일본 연기금의 자산 배분 규정이나 환 헤지 비용 등을 고려하면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은행이 어떻게 정책 조율을 이뤄가느냐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운명, 그리고 세계 금융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