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기술지주 목승환 대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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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기술지주 목승환 대표를 만나다

운영펀드 11, 총운용자산(AUM) 1,000억 원, 투자 기업 150곳 이상.

차세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해외여행 결제의 혁신을 일으킨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스타트업을 위한 증권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쿼타랩까지, 수백, 수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사.

꽤나 규모 있는 벤처 투자회사의 이야기 같은데요. 사실 그 주인공이 대학교라면 믿어지시나요?

오늘은 Byte가 서울대학교(서울대)의 벤처 투자를 이끄는 서울대기술지주회사(서울대기술지주) 목승환 대표이사를 만났습니다. 목승환 대표는 서울대기술지주를 국내 유수의 스타트업 투자사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인데요. 서울대기술지주를 '대박 투자사'로 바꿔놓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투자의 방향성, 그리고 투자전략은 무엇일까요?

 

서울대기술지주, 1,000억을 굴리기까지

🐶 JAY: 대학기술지주회사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해요. 서울대기술지주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목승환 대표: 기본적으로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보유한 유망기술을 사업화하고 학내 전문인력의 창업을 지원해요. 서울대기술지주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펀드를 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TIPS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기업을 육성하죠.

서울대기술지주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11개 펀드를 만들어 150개가 넘는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했어요. 운용하는 자산 규모만 1,000억 원에 달하죠. 어느새 기업가치가 천억 원을 돌파한 투자기업도 10개 가까이 됩니다. 작년에는 51개 기업에 162억 원을 투자해 국내 대학 투자회사는 물론, 액셀러레이터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를 냈어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TIPS(팁스) 프로그램의 운영사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요. 팁스란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민간 투자사와 정부가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최대 7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서울대기술지주는 매년 90%에 이르는 매칭 성공률을 기록해 왔죠.

 

🐶 JAY: 최초의 내부 승진 대표이사이시자, 창업가 출신 투자자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으십니다. 서울대기술지주에 오기까지 어떤 경험을 하셨고, 서울대기술지주에선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목승환 대표: 대학을 졸업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하며 M&A 신사업 팀장을 지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초창기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죠. 2009년엔 모바일 앱 개발 스타트업 '나무앤'을 창업해 8년간 100개 이상의 앱을 개발했어요. 이후 2016년 서비스를 더벤처스라는 투자 회사에 매각한 뒤 더벤처스의 투자이사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서울대기술지주회사에 투자전략팀장으로 입사했어요. 입사 후 펀드 조성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했죠. 원래 서울대기술지주는 주로 자회사나 교내 창업기업에 주로 투자해 왔는데, 입사 후 외부 기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어요.

3년간 500억 원을 모아 5개 펀드를 조성해 총 50개 기업에 투자했고, 2020년 최초의 내부 승진 인사로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이후 펀드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려 총 11개 펀드를 조성하고, 1,000억 원을 운용 중이에요.

 

이제 "생존"을 생각한다

🐶 JAY: 최근 로봇, AI, 바이오,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투자 열기가 뜨겁습니다. 대표님이 요즘 특히 주목하는 투자 포인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목승환 대표: 너무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저는 생존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정말 많이 물어봐요. '뭐가 뜰 거 같냐' '어떤 분야가 돈이 될 거 같냐' 같은 질문이요. 사실 기술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죠. 자율주행이랑 바이오가 떴다가, 그다음은 이차전지, AI, 로보틱스였고요. 하지만 요즘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기술이에요. 에너지, 기후테크, 스마트팜, 신약같이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분야를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영화 <오펜하이머>의 인기가 정말 뜨거웠죠. 저는 정말 미친 듯이 좋았어요. 보고 나서 딱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인류의 욕망은 돌이킬 수가 없구나. 이건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봐요. 일단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면 수소폭탄이 만들어지는 건 시간문제였어요.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지구가 병들고 기후 위기가 닥치고 있지만, 발전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되돌릴 수가 없죠. 결국 파멸을 막아낼 수 있는 건 인공태양, 초전도체 같은 어마어마한 기술 진보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5년 뒤 어떤 기업 투자 수익률이 얼마고...' 이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십수만 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생존에 관한 문제 해결에 진심인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해요.

 

🐶 JAY: 대표님이 생각하는 투자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목승환 대표: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보다, 세상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사회적 부가가치를 키우는 거예요. 그게 대학기술지주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요즘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하죠. 당연히 줄여야 하는데,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건 10%도 안 되고, 나머지는 거의 다 바다로 흘러가요.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법으로 막거나, 기술로 해결하는 거예요. 법은 투자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기술을 가진 기업을 지원하고, 잘 되게 만드는 거죠.

 

🐶 JAY: 투자한 기업 중 생존이란 키워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어디가 있을까요?

🎙️목승환 대표: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 생존과 관련해선 퓨어스페이스와 텔로팜, 큐리오칩스가 기억에 남아요.

퓨어스페이스는 광촉매 기술을 활용해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신선도 유지를 돕는 기업이에요. 저온으로 유통되는 신선 농산물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폐기율을 크게 낮췄죠. 롯데마트, 농협 같은 국내 주요 유통기업은 물론 미국 월마트, 터키 A101 등 해외 유통업체와도 협업 중이에요. 기술을 통해 식량 자원의 유통을 효율화한 좋은 사례죠.

텔로팜은 '식물의 말을 듣는'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이에요. 식물에 반도체 칩을 넣어 수분의 흐름을 읽어내는 거죠. 자체 기술로 텃밭에서 토마토를 기르는데, 물은 적게 쓰는 데도 당도가 엄청 높아요. 수자원을 절약하면서도 농산물의 품질은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요.

큐리오칩스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인체장기칩을 만들어요. 기존에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필수였어요. 실제 환자에게 개발 중인 약을 투약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인체장기칩은 환자의 인체 조직과 특성을 모방하기에,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인체 반응을 예측할 수 있죠. 동물과 인간의 종간차이로 인한 문제도 줄일 수 있고요.

 

요즘은 이런 곳에 투자한다

🐶 JAY: 요즘 고금리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얼어붙었습니다. 대표님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있나요?

🎙️목승환 대표: 앞서 말한 생존에 대한 기여와 함께,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봐요. 투자 시장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양극화도 심해졌어요. 초기투자는 활발한 편이지만, 그다음 단계 투자가 많이 말라붙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팀 좋고, 잘하면 기업가치 50, 100, 200억으로도 투자가 잘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좀 달라요. 명확한 실적이 있어야 투자가 이뤄지죠. 이렇게 실적이 명확한 기업은 예전보다 투자가 더 잘 돼요. 시장이 어려우니 투자사들이 다들 그런 곳에 몰리죠. 서울대기술지주도 그래서 일단 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생존'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 , 살아남아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려 해요.

 

🐶 JAY: 그렇다면 대표님이 투자를 결정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목승환 대표: 첫 번째는 대표이사와 팀의 그릿(Grit), 그리고 성품을 주로 봐요. 아이템은 그다음인 것 같아요. 그릿은 뭔가를 끈질기게 해내는 힘이라고 하죠. 그 힘이 있으면 상황이 어떻든 성과를 내게 돼있어요

성품은 단순히 사람이 착한 걸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거죠. 돈만 좇다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창업 생태계를 고사시켜 버리면 안 되잖아요. '우리만 잘 먹고 잘살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선에 이로운 사람인가를 봐요.

 

🐶 JAY: 반대로, 스타트업 입장에서 좋은 투자자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목승환 대표: 투자자가 우리 기업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해요. 산업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후속 투자 연결이 가능한지 브랜드가 있는 곳인지. 셋 중 둘 이상은 만족해야 하죠. 좋은 투자자가 되기 위한 조건도 똑같아요. 기업에 뭘 해줄 수 있는지, 어떻게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하죠.

 

대학과 함께 가는 스타트업 생태계

서울대기술지주가 위치한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 JAY: 앞으로 대표님과 서울대기술지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목승환 대표: 더 좋은 투자자가 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많이 발굴해 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목표죠. 이를 위해 펀드 규모도 계속 늘려가고, 투자도 많이 할 거고요.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말하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10개 정도 창출하는 게 목표예요. 이미 투자한 2개 기업(리벨리온과 트래블월렛)은 유니콘을 목전에 두고 있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기업들도 많아요.

 

🐶 JAY: 그렇다면 대학이 꾸준히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목승환 대표: 우리나라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필수적인 것 중 하나가 좋은 대학이 많이 나오는 거예요. 물론 서울대도 좋은 대학이 될 수 있는 학교지만, 부족한 점도 있어요. 사람이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단 돈 문제예요

서울대 발전기금이 1~2조 원 취급할 때, 하버드와 스탠퍼드 발전기금은 50~60조 원 수준이에요. 미국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먹고, 자고, 살고, 연구한 결과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과 혁신으로 이어져요. 대학은 이런 기업에 투자해 큰 투자수익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됐죠. 물론 성공한 기업가들의 기부도 많고요. 우리나라도 대학의 연구 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가졌으면 해요. 그러려면 대학이 교내외 창업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죠.

지금은 우리나라에선 서울대만 유일하게 세계에서 창업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 100 안에 들어요. 78위 정도죠. 우리나라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10개 정도는 나와줬으면 좋겠고, 창업가를 많이 배출한 서울대가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 JAY: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목승환 대표: 창업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일단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게 중요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라요. 그냥 '어떤 직업이 돈 많이 버나 보다'라는 생각에 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일단 창업에 생각이 있다면 다음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은 해당해야 해요.

첫째, 좋아하는 일인가. 정말 그 일이 내게 가슴 뛰고 재밌는 일인지 확신이 있어야 해요.

둘째, 잘하는 일인가. 비슷한 일을 하는 여러 사람 중 내가 정말로 잘하는 건지 알아야 하죠.

셋째,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 가정이나, 동료나, 대의명분을 위해 내가 꼭 해야 되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해요.

창업이란 게 워낙 쉽지 않은 길이기에, 단순히 그냥 잘 먹고 잘사는 게 목표라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하는 게 나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에서 최소한 두 개 이상은 해당하는지 잘 생각해 보고 창업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세 가지 다 해당한다면 당연히 하는 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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