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줄 요약
- 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정 적자가 누적되면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인데요.
- 연준 독립성 위협, 각국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시장이 동요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최근 세계 주요국에서 국채금리가 치솟는 현상이 동시에 관찰됩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장기 금리가 같은 시기에 급등한 것인데요. 국가별로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으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심이 커진 점이 시장 불안을 키우죠.
그동안 주요국의 국채는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아왔습니다. 그러나 재정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이런 믿음에 균열이 생기는데요. 시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국채를 무조건 안전하게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그만큼 조달 비용이 급격히 뛰어오를 수 있다는 불안도 확산합니다. 오늘 <경제 한입>에서는 최근 주요국 금리 급등의 배경과 그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국채금리가 줄줄이 오른다고?
🇬🇧 영국, 저성장과 정치 불안의 결합
최근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5.7%를 돌파하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정부 차입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국가 재정 운용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데요. 영국은 지금 고질적인 저성장,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 그리고 큰 폭의 재정 적자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적 취약성이 투자자의 불안을 자극하며 국채 매도세를 불러왔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죠.
정치적 불확실성도 사태에 불을 지폈습니다. 최근 키어 스타머 총리가 총리실에 경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재무부의 권한을 약화하는 인사를 단행하자, 재정 건전성을 중시해온 전통적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요. 특히 재무부 부장관이 총리 수석비서관으로 직행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잉글랜드은행 출신인 네마트 샤피크 의원이 경제수석으로 기용되면서 총리실이 직접 경제 정책을 통제하려는 기류가 뚜렷해졌죠. 시장에서는 내각이 정치적 인기를 우선시할 경우 긴축 대신 지출 확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고, 이로 인해 영국 국채에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붙었습니다.
위험 프리미엄: 투자자들이 국채를 살 때 기본 금리 외에 재정 건전성 악화, 정치 불확실성, 물가 전망 등으로 인해 추가로 요구하는 이자율을 말합니다. 즉, 이 나라 국채는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한 자산보다 더 높은 보상을 달라는 요구가 반영된 추가 금리죠.
🇺🇸 미국, 관세 판결과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미국의 30년물 장기 국채금리도 한때 5%에 근접했습니다. 최근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상호 관세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는데요. 판결이 확정될 경우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수입이 사라지고,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도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습니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출이 그대로 유지되면, 국채 발행이 늘고 자연스레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죠.
더 심각한 문제는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 훼손 논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하고 본인의 입맛에 인사를 연준 이사로 채우려 하는데요. 이는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보다 정치적 목적에 맞춘 완화적 정책을 쓸 수 있다는 불안을 낳았습니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다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결국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죠. 이런 불안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했습니다. 실제로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600달러를 돌파했는데요.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빠르게 다른 대체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죠.
🇪🇺🇯🇵 유럽과 일본도 흔들린다고?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도 한때 14년 만에 최고치인 3.587%까지 치솟았습니다. 내각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미 큰 국가 부채 부담이 더 심각하게 부각된 것인데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14%에 달하는 프랑스는 매년 국채 이자 상환에만 660억 유로(약 107조 원)를 쓰고 있을 정도죠. 여기서 정치적 합의까지 무너지자 프랑스 정부가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는 것입니다.
독일 역시 장기금리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나라로 꼽히지만, 올해 3월 대규모 확장 재정 정책을 발표한 후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요. 향후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영향입니다. 또한, 독일 금리 상승은 단순히 독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에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다른 국가 채권의 기준점(벤치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독일 금리가 오르면 프랑스·이탈리아 같은 주변국 금리도 함께 오르고, 결과적으로 유로존 전체 자금조달 비용이 함께 커지는 파급효과가 나타나곤 합니다.
일본 역시 상황이 비슷합니다.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3.28%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여당 내 권력 갈등과 총리 측근의 사퇴 등 정치적 혼란에 투자심리도 쪼그라든 것인데요. 지지율이 저조한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총리가 등장해 확장 재정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탓입니다.
글로벌 재정 위험 커지나
📈 r > g, 부채가 늘어나는 이유
경제학에서는 이자율(r)과 경제성장률(g)의 관계를 통해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만약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g)보다 이자를 갚아야 하는 속도(r)가 더 빠르면, 국가의 부채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자동으로 늘어나게 되는데요. 반대로 g가 r보다 크다면 경제가 커지는 힘으로 빚 부담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지금 주요 선진국들이 처한 문제는 바로 r이 높아지고 g는 둔화한다는 점입니다. 금리 급등과 재정적자 누적으로 이자율이 상승하는 동시에, 성장은 약화하면서 r이 g를 초과하는 상황이 심화하는데요. 이는 아무리 경제가 성장해도 부채 부담이 줄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경우 국채 이자 비용이 교육이나 국방 예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죠. 결국 r > g 상황이 장기화하면,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증세나 긴축 같은 선택이 불가피합니다.
🌪️ 정치 불확실성과 재정 신뢰
재정이 악화하더라도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가 유지된다면 시장은 일정 수준의 신뢰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현재 주요국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며 시장의 의구심을 더 키우는데요. 영국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치적 움직임, 프랑스는 내각 불신임 위기, 미국은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일본은 내각 불안정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 변수 못지않게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가 인기 없는 긴축 정책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지는 채권 투자자에게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시장은 정부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재정 건전성보다 단기적 지지율을 우선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죠. 이렇게 정치적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 결과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은 급격히 치솟게 됩니다.
🇰🇷 한국은 괜찮은 걸까?
한국도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국가 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6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54조 7천억 원(8.1%) 증가한 728조 원 규모로 편성됐는데요. 정부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키우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지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큰 게 사실이죠.
한국의 내년 예상 재정적자는 약 109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인데요. 이는 선진국들이 기준으로 삼는 3%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국가채무는 내년에만 113조 원 증가해 1,415조 원에 달하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50%를 넘을 전망이죠.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현 정권 임기 첫 4년간 국가채무는 487조 원 늘어나 GDP 대비 58%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상 비기축통화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60%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데요. 결국 한국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r > g 구조에 점점 더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죠.
부채가 위기가 될 때
🆘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 신뢰 상실의 대가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의 통계 조작에서 시작됐습니다. 부채 규모가 실제보다 낮게 보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투자자들은 국채를 대거 매도하며 국채금리가 폭등했는데요. 그러나 위기의 뿌리는 단순한 수치 조작을 넘어,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에 있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유로존 일부 국가가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로 인해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사건입니다. 공통 통화인 유로를 쓰다 보니 환율이나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가 확산했고, 결국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이 뒤따랐습니다.
그리스는 공공 부문이 비대하고 조세 회피와 탈세가 만연했으며, 연금제도와 복지 지출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유로화 도입 이후 낮은 금리에 안주해 값싼 차입으로 재정을 메우며 구조적 개혁을 미뤄왔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결국 통계 조작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쌓여온 불신과 재정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겹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피하던 시기에 그리스의 신뢰 상실은 치명적이었고, 결국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시장이 무엇보다 신뢰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요. 단순히 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보다,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를 믿을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죠.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는 순식간에 자금 조달 능력을 잃고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확장 재정 기조와 재정 리스크
최근 주요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확장 재정 기조가 여전히 강하게 나타납니다. 미국과 영국은 높은 이자비용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커지고 적자가 심화하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긴축 재정으로 전환하며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하지만 방위비 확대, 사회복지 지출, 인프라 투자 등 구조적 세출 압력이 남아 있어 재정 불안 요인은 여전합니다.
정치적 요인도 이런 흐름을 강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과 유권자 체감 정책을 앞세운 확장 재정이 각국 정부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우파·좌파를 막론하고 정치적 지지 확보를 위해 지출 확대를 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정치적 계산이 재정 건전성 관리보다 우선될 경우, 시장은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는 점이죠.
결국 확장 재정 기조와 정치적 불확실성은 시장의 신뢰를 약화하며 글로벌 재정 리스크를 키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재정건전화 지연과 장기금리 상승으로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프랑스·영국도 정치적 불안 속에서 재정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본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채 수준을 안고 있는 가운데, 방위비·복지 지출 확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죠. 이렇게 각국의 구조적 제약과 정치적 압력이 겹치면서, 시장은 재정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점점 더 크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재정 악순환: 부채와 이자비용 증가 → 재정 건전성 악화 → 시장 신뢰 하락 → 차입 비용 상승 → 다시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반복적 구조를 말합니다.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빚의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국채금리 급등 사태는 '국채=안전자산'이라는 오랜 믿음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재정이 악화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 국채도 투자자에게 위험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단순한 부채 규모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신뢰와 재정 건전성 관리 능력입니다.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경기 부양과 재정 건전화라는 상충한 과제 앞에 서 있습니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지출 확대를 택한다면 재정 악순환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각국의 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각국 정부가 인기보다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 신뢰를 지켜낼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가장 큰 시험대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