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만 콕콕
-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6%를 넘기며 2002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습니다.
- 그 여파로 한국 국고채 금리도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 이자 부담과 증시 불안으로 번졌는데요.
- 우리 정부는 긴급 바이백과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발행 축소 등 카드를 꺼내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5%가 이제 뉴노멀
📈 미국 장기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29일(현지 시각) 장중 5.613%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세계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지난달 28일 5.2%를 돌파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는데요. 올해 초 4.2% 수준이던 10년물 금리가 열 달 만에 1%P 넘게 뛴 셈으로, 미국·일본·영국 국채금리가 동반 급등했던 지난달 초보다도 한 단계 높아진 수준이죠.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5%대가 이젠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올 정도입니다.
국채금리와 국채가격의 관계는?
국채금리와 국채가격은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입니다.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건 곧 국채가격이 내려간다는 뜻인데요. 채권은 발행될 때 받을 이자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이에 시장에서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새 채권이 나오면 기존 채권의 가격이 낮아져야 수익률을 비슷하게 맞출 수 있죠. 예를 들어, 연 3%의 이자를 주는 100만 원짜리 채권을 갖고 있는데, 시장 금리가 올라서 새로 나오는 채권은 5% 이자를 준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아무도 굳이 100만 원 주고 내 3% 채권을 사주지 않을 겁니다. 결국 내 채권을 팔려면 새 채권만큼 수익률이 맞을 정도로 가격을 깎아야 하니, 시장 금리 상승이 곧 기존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 전쟁이 되살린 물가 걱정: 먼저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길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입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도 치솟아 배럴당 90달러대에 머무르자,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걱정이 미국 국채금리를 밀어 올렸죠.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도 긴축으로 돌아섰다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은 65.1%에 달합니다.
페드워치: 다양한 파생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상품이 거래됩니다. 이 선물 상품에는 앞으로의 금리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기대가 반영돼 있는데요. 이를 토대로 시장 참여자가 생각하는 금리 변동 확률을 역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이 확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페드워치죠.
💸 미국 곳간에 대한 불신: 미국 정부의 빚이 너무 빨리 늘고 있다는 불안도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축입니다. 미국 전쟁부가 의회에 보고한 중동전쟁 투입 비용은 451억 달러지만 실제로는 1,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며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죠.
🤖 AI가 빨아들이는 돈: 최근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 또한 미국 채권시장의 물량 부담을 키웠습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연간 설비투자는 2023년 1,500억 달러에서 올해 7,350억 달러로 3년 만에 5배 가까이 불었는데요.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회사채와 사모신용으로 돈을 끌어오는 비중이 커졌고, 이런 채권 발행 물량이 올해 채권 시장에 물가보다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까지 나옵니다.
하이퍼스케일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AI 인프라를 장악한 빅테크 기업을 뜻합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Google Cloud)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국 경제, 얼마나 흔들렸나
🇰🇷 국고채 금리도 4년 만에 최고: 한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연 4.6%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도 미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에 하루 만에 10bp(0.1%P) 넘게 올라 4.5%를 웃돌았고, 과했다는 인식에 되돌림이 나온 29일에야 4.476%로 살짝 내려왔는데요. 한국 국고채 금리는 대출금리의 기준 역할을 해, 오른 만큼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 코스피 약세에도 영향: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2.70% 급락한 6,889.74로 마감하며 4거래일 만에 7,000선을 내줬습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과 높은 국제유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진 영향이었는데요. 보통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여력을 떨어뜨려 경기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 반도체까지 번질까: 고금리가 길어지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은 상장기업 설비투자에서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6%로 미국(23%)보다도 높아,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에 취약한 나라로 꼽히는데요. 잉여현금이 부족해진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지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하고, 한국 반도체 수요도 함께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죠.
치솟는 국채 금리, 대책은?
🏛️ 긴급 바이백 카드 꺼낸 정부: 정부는 국고채를 만기 전에 되사들이는 긴급 바이백 카드를 꺼냈습니다. 지난달 30일 이형일 부총리 주재로 기획예산처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모두 모인 첫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가 열렸는데요. "국고채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긴급 바이백이 카드 중 하나로 언급됐죠. 정부가 국채를 사들이면 채권 수요가 늘어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 초과세수로 발행도 줄인다: 올해 6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초과세수 일부로 국채 발행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내놨습니다. 새로 시장에 풀리는 국채가 줄면 그만큼 금리를 밀어 올리던 물량 부담이 덜해지는데요. 한편, 처음 낸 보도자료에서 "금리 상승이 과도할 경우"라는 개입 조건을 한 시간 반 만에 지워 다시 배포했을 만큼 현재 정부의 경계심이 크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 당장은 숨 고르기, 고비는 남았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한국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하며 숨을 골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원유 수출이 재개됐다는 소식에 국제유가(WTI)가 3.48% 내려 한 달 만에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다, 우리 정부의 발표까지 겹치며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6.9bp 내린 연 4.407%에 마감했는데요. 다만 증권가에서는 그간 과도하게 오른 것을 일부 되돌린 수준이라는 평가와 함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저항선인 5.3%를 넘어서면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금리 향방이 결정되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당장 다음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 산하의 위원회로, 경제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를 조절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처럼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을 때는 금리를 낮춰 돈을 풀고,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금리를 올려 돈을 거둬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