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줄 요약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전격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며, 서반구 장악 야욕을 드러냈습니다.
- 마약 단속이라는 명분 뒤에는 세계 1위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의 석유 확보와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차단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데요.
- 쿠바·그린란드 등에 추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국제법 위반 논란과 NATO 등 동맹과의 갈등, 국내 정치적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했습니다.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투입된 작전은 불과 2시간여 만에 종료됐고, 마두로 부부는 이틀 뒤 뉴욕 연방법원에 섰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치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마약 밀매 혐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번 작전이 단순한 법 집행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했죠.
이번 사태는 작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이 실행 단계에 들어선 첫 번째 사례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NSS를 통해 서반구에서 미국의 배타적 우위를 회복하겠다는 '먼로 독트린의 현대화'를 천명했는데요. 베네수엘라 공습은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김으로써 미국의 국력과 야욕을 전 세계에 과시한 셈입니다. 마약 단속이라는 표면적 명분 뒤에 숨겨진 전략적 계산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트럼프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오늘 <경제 한입>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의 핵심
🌎 서반구가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반구를 최우선 전략 지역으로 격상시킨 점입니다. 서반구는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지구의 서쪽 절반을 가리키는데, 미국·캐나다·멕시코가 있는 북미 대륙과 남아메리카 전체, 그린란드 등이 포함됩니다. 역대 미국 NSS에서 서반구의 중요성이 언급된 적은 있었지만, 전략의 중심축으로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본초 자오선: 지구의 경도를 0도로 정한 기준선으로,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선입니다. 위도는 적도가 기준이듯, 경도도 기준선이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 본초 자오선이며, 전 세계 지도와 좌표 체계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데요. 지구가 24시간에 360도를 도는 구조에 따라, 이 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시간이 빨라지고 서쪽은 느려지면서 각국의 시간대가 정해집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세계 표준시(UTC)도 이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시간 체계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은 1823년의 먼로 독트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트럼프 코롤러리'를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비서반구 국가가 이 지역에 군사 시설을 건설하거나 항구·인프라 같은 핵심 자산을 확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인데요. 서반구를 미국의 배타적 영향권으로 재확인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먼로 독트린: 1823년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선언한 외교 원칙으로, 유럽 열강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였습니다. 대신 미국도 유럽의 기존 식민지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혀, 서반구를 미국의 배타적 영향권으로 설정한 고립주의 노선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코롤러리(corollary): 어떤 원칙·주장이 성립하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추가 결론을 뜻합니다.
🚨 마약·이민 문제를 안보 위협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가 있습니다. NSS는 이를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닌 본토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는데요. 해안경비대와 해군 배치를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마약 카르텔 퇴치를 위해 치명적 무력 사용까지 허용하는 준군사작전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체포 후 기자회견에서 "32척의 마약운반선을 격퇴했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동시에 관세와 무역협정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담겼습니다. 중국의 저가 원조가 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하며,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사례처럼 부채 함정 외교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요. 경제와 안보를 결합한 복합 전략이 특징입니다.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사례: 중국 자금으로 항구를 지었다가 빚을 못 갚아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99년간 넘긴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금은 중국이 '부채를 이용해 전략 거점을 확보한다'라는 부채외교의 상징처럼 언급되죠.
🤝 친미 정권 결집, 반미 정권 제거
NSS는 "미국의 원칙과 전략에 광범위하게 부합하는 지역의 정부, 정당, 운동을 보상하고 장려할 것"이라며 친미 주변국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중남미에서 친트럼프 우호국가 그룹을 결집하고, 반미 좌파 정권을 제거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는데요. 실제로 2023년 아르헨티나에 이어 2025년 볼리비아와 칠레 대선에서도 강경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되며 이른바 '블루 타이드'(보수파 집권 흐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공습, 미국이 얻는 것
🛢️ 노골적으로 드러난 석유 욕심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후 첫 기자회견에서 석유라는 단어를 스무 번이나 언급했습니다. "우리가 오래전에 돌려받았어야 할 석유를 되찾을 것"이라며 "미국 석유기업이 진출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마약 밀매라는 표면적 명분 뒤에 석유 확보라는 실질적 목표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세계 1위(3,032억 배럴)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2,672억 배럴)를 크게 웃돕니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원유가 점도가 매우 높은 초중질유라는 점인데요.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미국 걸프 연안의 대형 정유시설 상당수가 바로 이 초중질유 처리에 특화돼 있습니다. 과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가동됐던 설비들이 제재 이후 대체 원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죠.
초중질유: 일반 원유보다 점도가 훨씬 높고 황과 금속 성분이 다량 포함된 원유입니다. 상온에서는 거의 흐르지 않을 정도로 무거워 채굴과 수송, 정제 과정 모두에서 고도의 기술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요. 하지만 디젤, 아스팔트, 벙커C유 등 다양한 산업용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전략 자원으로 평가받습니다.
🇨🇳 중국 견제의 핵심 카드
베네수엘라 공습에는 중국 견제라는 지정학적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중국은 2007년부터 베네수엘라에 약 6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원유로 상환받는 방식을 통해 저렴한 원유를 확보해왔는데요. 2025년 11월 기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80%가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중국 산둥반도의 정유소는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에 특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어, 공급이 끊기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죠.
주목할 점은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되기 불과 몇 시간 전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특사인 추샤오치와 회동했다는 사실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특사 일행이 카라카스에 머무는 동안 공습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런 공습 타이밍을 고려하면, 이번 작전이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 석유 패권의 재편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까지 장악하면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할 엄청난 힘을 쥐게 된다고 분석합니다. 이미 북미와 남미 석유 자원 상당 부분을 운영 중인 미국이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까지 손에 넣으면 사실상 석유 제국이 완성되는 셈인데요. 러시아와 이란처럼 석유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는 적대국들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분석 기업 리스타드 에너지는 생산량을 15년 전 수준(하루 200만 배럴)으로 되돌리려면 2030년대 초까지 약 1,100억 달러(약 160조 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우드 매켄지는 소규모 투자만으로 1~2년 이내에 생산량 회복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다음 행보, 어디로 향하나
🌴 서반구 내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습 직후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등 서반구 다른 나라에도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콜롬비아에 대해서는 "아주 병든 나라로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다"라고 했고, 멕시코에 대해서는 "마약이 쏟아지고 있어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고 밝혔는데요. 3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마두로 압송 작전의 성공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을 강화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쿠바는 1순위 타깃으로 꼽힙니다.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사실상의 대탈출 상태고, 베네수엘라로부터 공급받던 석유도 끊기게 됐죠. 미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외부 세력도 전무해 트럼프 입장에서는 상당한 유혹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대외 군사개입 자제를 원하는 핵심 지지층인 MAGA 세력의 반발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 그린란드를 향한 야욕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서반구를 넘어 북극권으로도 향합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그린란드 매입"이라며 덴마크와의 협상을 예고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나 중국의 그린란드 점령을 용납할 수 없다"라면서 "쉽게 안 되면 어려운 방법으로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북대서양 안보의 핵심 요충지입니다.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 본토로 향하는 최단 경로가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하는데요. 현재 미국은 그린란드 북서부에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운영하며 북미 전역을 겨냥한 미사일을 탐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린란드(G)와 아이슬란드(I), 영국(UK)을 잇는 'GIUK 해협'은 러시아 북방함대 핵잠수함이 대서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기도 하죠.
자원 확보 측면에서도 그린란드의 가치는 막대합니다. 빙하 아래에는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30%에 달하는 3,850만 톤이 묻혀 있는데요. 희토류는 전기차, 스마트폰, 풍력발전기, 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로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희토류를 확보하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도 열립니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서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북극항로 협력 강화에 합의하며 선점에 나섰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근처에 중국과 러시아 선박이 득시글거린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낸 배경입니다.
⚠️ 전선 확대의 한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전선을 무작정 확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린란드는 NATO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으로, 군사적 개입은 동맹 체제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공격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 질서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7국도 공동 성명을 통해 덴마크를 지지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공화당 원로인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이 "동맹국 영토를 무력으로 빼앗겠다는 발상은 전략적 자해 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반발이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직접 매입, 그린란드 독립 후 자유연합협정 체결, 군사력 동원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지만, 모두 상당한 정치적·외교적 비용이 수반되죠.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이 80년간 지켜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와의 결별을 선언한 문서입니다. 동맹을 거래로 보고, 서반구를 배타적 영향권으로 삼으며, 필요하다면 군사력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요. 베네수엘라 공습은 이 전략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다만 국제법 위반 논란, 동맹국과의 갈등, 국내 정치적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는 새로운 규범의 시대가 열릴지, 아니면 과도한 확장이 역풍을 불러올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